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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20일 새벽(현지시간), 바그다드 외곽 부근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20일 새벽(현지시간), 바그다드 외곽 부근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하면서 바그다드 외곽 부근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 로이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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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페이지를 넘길 때다."

8월 31일 저녁 (미국 동부 시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식을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그 말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미군의 임무 완수를 언급했다.

"미국은 이라크 국민들의 손에 미래를 쥐어주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고 국내의 빠듯한 예산 가운데서도 엄청난 자원을 이라크에 썼다. 미국과 이라크에 있어 주목할 만한 이 역사적 장면을 통해 우리는 이라크에서의 책임을 완수했다."

미군,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이라크 자유작전'이라 불린 미군의 전투 임무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8월 31일 오후 5시 공식 종료됐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뒤 7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당장 모든 미군이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5만 명 정도의 미군은 2011년 말까지 이라크에 남아 이라크 군대를 훈련하고 자문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라크가 종족 간의 무력 충돌과 여전히 심심찮게 발생하는 테러를 막고 치안을 담당할 능력을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갖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이라크가 요청할 경우 미국이 그에 동의하면 2011년 이후에도 미군의 주둔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미군의 승리와 종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라는 '선'이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통치하던 이라크라는 '악'에 승리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하나의 '쇼'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그 후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전쟁의 늪으로 더욱 더 빠져 들어갔고 몇 년이 지나도 좀처럼 출구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미국의 진짜 목표는 사담 후세인 제거와 석유 자원 확보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임무 완료를 선언한 뒤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임무 완료를 선언한 뒤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임무 완료를 선언한 뒤 병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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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애초 이라크 전쟁이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 무기를 없애고 거의 불가능한 알 카에다 소탕이라는 목표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과 미국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과 그의 제거였다.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그와 미국이 원한 목표는 2006년 12월 30일 후세인의 처형과 함께 달성됐다. 부시와 미국은 눈엣가시였던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킨 지 3년 반 만에 마침내 후세인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애버린 것이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미군이 계속 이라크 내전에 개입하며 남아 있었던 이유는 석유 자원의 안전한 확보를 위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부와 통치제도를 이라크에 세우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그 목표도 달성했다. 2005년 1월에는 이라크 재건의 상징인 민주적 선거가 치러졌고 종족 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라크 민주주의는 아직까지도 한낱 제도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 이라크는 여전히 내전에서 벗어나지도, 정치적 안정을 이루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과 내전 속에서 국민들은 매일 폭탄 테러, 열악한 생활 환경, 빈곤에 맞서 생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군 철수 후 닥칠 불확실한 미래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들이 숨은 집을 공격하는 모습(자료사진).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들이 숨은 집을 공격하는 모습(자료사진).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들이 숨은 집을 공격하고 있다.
ⓒ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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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에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이라크 국민들은 상당한 안전을 제공해왔던 미군의 도움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비록 미군 주둔을 지지하지도 않고, 미군은 언젠가는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제공하는 보호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댈 곳이 없는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미군이 상당한 보호 장치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라크 정부가 정치적 안정을 제공해 줄 능력도 없고, 이라크 군이 종족 간의 무력 충돌과 무차별적인 테러 공격을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라크를 떠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미군이 완전 철수한 후 닥치게 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이라크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실질적인 후속 조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단행되는 미군 철군 조치도 결코 정당하지 않다.  

미국은 이라크에 이른바 '강자의 평화'를 심는데 주력했다. 미국의 목표에 따라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가 아닌 정치적 압력을 통해 후세인을 처형하고, 미국의 입맛에 맞는 민주정권을 수립했다. 미국은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중동에 민주국가를 하나 세웠다는 것에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선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라크 국민들도 독재 정권의 몰락과 민주정권의 수립 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질적 필요에 응하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삶에 후세인 독재 정권과 같은 수준의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더구나 이라크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닌 강대국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세워진 민주정권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무늬 민주주의만 남기고 대책없이 떠난 미국

올 3월 치러진 선거는 확실한 승자를 내지 못했고 권력 다툼이 심한 가운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 말리키 총리 정부는 새로운 연정을 구성하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이라크 국민들은 무늬만 있는 민주주의와 제도를 세운 후 책임을 완수했다며, 그리고 이제는 미국 국내 경제를 돌봐야 한다며 향후 대책도 없이 떠나버리는 미국의 오만하고 일방적인 정책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실질적으로 이라크의 안전을 담보하고 이라크 국민들의 삶의 필요에 응하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개발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개발 지원의 확대는 미국의 부당한 침공으로 7년 이상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를 위해 미국이 떠안아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미국이 그런 책임을 인정하고 개발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부시 대통령의 뒤틀린 선악관과 미국의 무책임한 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결과는 이라크 국민들이 향후 수십 년 간 (운이 좋다면) 짊어지고 살아야 할 짐이다. 더 슬픈 일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손을 떼면 국제문제의 성격상 이라크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곳 사람들의 고통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많은 나라 중 하나의 안타까운 일로만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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