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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오전 11시경 성미산에 굴삭기가 들어와서 언덕을 깎아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 쓰러진 성미산 나무  6월 8일 오전 11시경 성미산에 굴삭기가 들어와서 언덕을 깎아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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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미산에 굴삭기가 들어와 산비탈을 휩쓸어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8일 오전 11시경 주민의 제보를 받고 성미산대책위가 산에 올라갔을 때는 이미 십여 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성미산대책위 몇 사람이 급하게 공사를 막긴 했지만, 이미 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가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다.

성미산 인근 주민들과 성서초교 학부모들, 성미산마을에 사무실이 있는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연락을 받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오후 2시가 넘을 때까지 교직원으로 보이는 홍익학원 관계자들과 홍익초중고 시공사로 지정된 쌍용건설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성미산에 생태수업을 나왔던 성미산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쓰러진 나무를 보며 "당신들 집 앞마당의 나무라도 이렇게 처참하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커다란 나무가 꺾여 쓰러졌다. 뿌리가 드러나고 굵은 가지가 부러진 나무가 말한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고
▲ 성미산대책위 텐트 바로 아래에 있는 쓰러진 나무  커다란 나무가 꺾여 쓰러졌다. 뿌리가 드러나고 굵은 가지가 부러진 나무가 말한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고
ⓒ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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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대책위, 성미산훼손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을 치다

성미산대책위는 성미산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건설사 직원과의 몸싸움을 벌이며 훼손되지 않은 성미산의 끝자락에 천막을 쳤다. 이 땅은 분명 홍익학원의 사유지다. 하지만 성미산대책위는 성미산을 단순히 한 개인의 사유지가 아니라 성미산 마을주민과 마포구민, 크게는 서울시민이 공공으로 가꾸고 누려야 하는 산이며 많은 생명을 품은 자연숲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성미산 나무를 죽이는 것은 시민의 공공자원을 훼손하는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고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산비탈에 텐트를 치고 24시간 이곳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햇살이 뜨거운 오후 4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성미산 지키기 텐트에 한 할머니가 오셔서 만 원을 건네주셨다. 2003년 서울시가 성미산에 배수지를 지으려는 계획을 막아냈을 때에도 마음을 함께 하셨다는 할머니는 7년이 지난 지금 관절이 많이 나빠지셨지만, 아직도 새벽마다 성미산을 쉬엄쉬엄 오르신다고 한다. 할머니는 땡볕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사주고 싶지만, 허리가 좋지 않아서 들고 올 수가 없었다면서 미안한 마음에 만 원을 내미신 것이다. 또 다른 두 분의 할아버지들도 산책 나오셨다가 훼손된 산을 보고 놀라 천막을 찾으셨다.
 
홍익학원측이 훼손한 산의 끝자락에 세운 텐트. 천막 바로로 옆은 흙이 무너져내리기 일보직전인 '벼랑 끝'이다.
▲ 나무가 쓰러진 끝 산비탈에 세운 성미산지킴이천막 홍익학원측이 훼손한 산의 끝자락에 세운 텐트. 천막 바로로 옆은 흙이 무너져내리기 일보직전인 "벼랑 끝"이다.
ⓒ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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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대책위는 2주일 전부터 성미산 정상에 텐트를 치고 성미산의 훼손을 감시해 왔다. 24시간 내내 성미산에서 지내는 지킴이들은 산을 찾는 많은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성미산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성미산은 결코 성미산 인근인 성산동 사람들만이 찾는 곳이 아니다. 가까운 망원동과 서교동, 연남동은 물론 동교동 등 마포구 전 지역은 물론, 서대문구에서도 많이 찾는다. 주말에는 마포구에 사는 자녀들 집을 방문한 부모님들까지 오셔서 성미산을 오르시는데, 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서울시내에 이렇게 콘크리트 하나 없이 황토길이 그대로 유지되어있고 나무가 우거진 산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성미산 장승에게 산을 지켜달라는 고사를 지냈다. 
 
성미산 정상에는 5월 29일부터 성미산대책위 텐트를 설치했다. 6월 5일 성미산지키기 고사 모습
▲ 성미산 정상 장승 옆에 세워진 성미산대책위 텐트 성미산 정상에는 5월 29일부터 성미산대책위 텐트를 설치했다. 6월 5일 성미산지키기 고사 모습
ⓒ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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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성미산 주민들은 산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모여들었다. 낮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낮에, 밤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밤에 서로서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천막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주민뿐만이 아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성미산을 지켜주세요>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청원에서 1529명이 서명을 했다(6월 8일 자정 현재), 서명에는 서울에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녹지가 그대로 보존되길 바란다는 의견이 가득 담겨 있었다. 
 
6월8일 성미산대책위 천막에는 2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산을 지키며 성미산의 훼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 늦은밤 성미산대책위 천막의 사람들 6월8일 성미산대책위 천막에는 2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산을 지키며 성미산의 훼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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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만든 당사자들에게 묻는다.

"산을 깎아 버리고 학교를 짓는 것을 허가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와우산의 녹지를 다 점령해놓고 이제 성미산까지 훼손해 학교를 지으려는 홍익학원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이렇게 처참하게 자연을 훼손하면서 어떻게 환경도시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교육을 이야기하려는 것인가"
" 교육과 환경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익학원에는 학교를 이전할 적절한 대체 부지를 마련해주고, 성미산은 자연숲 그대로 전체를 생태 공원화해달라는 것이 도대체 왜 이토록 불가능한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성미산블로그 등에 중복게재됩니다.


태그:#성미산, #성미산지키기, #성미산대책위, #홍익학원,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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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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