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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철도는 철바퀴를 가진 철도차량이 철궤도 위에서 달리는 것이었다. 이후 도시 경량전철로서 고무바퀴를 이용하여 콘크리트 바닥위에서 달리는 차량도 나왔지만, 마찰에 의존한다는 근본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부상열차는 마찰력을 이용한다는 철도의 기본 개념을 뒤엎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교통수단이다. 자기부상열차는 마찰력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기(磁氣)의 힘으로 선로 위에서 떠서 달린다. 이렇게 접촉 부분이 없어지면 소음과 진동이 줄어든다. 눈과 비 등 기상의 영향이 없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플랫폼에 대기중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제차
 플랫폼에 대기중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제차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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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접촉이 없다는 것은 마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철도는 철바퀴와 철로, 기어와 베어링 등이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지만, 자기부상열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닳는 부분이 없으므로, 먼지나 쇳가루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부상열차는 주행성능이 좋아진다. 기어와 바퀴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모터의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변환해야 하는 기존 철도와 달리, 자기부상열차는 선형모터를 이용하여 곧바로 직선운동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힘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가속도와 등판능력이 좋아진다. 일반 전동차가 3km/h/s (1초에 시속 3km씩 속도 증가 가능)의 가속도를 낼 수 있다면, 자기부상열차는 4km/h/s의 가속도가 가능하며, 전동차가 3% (100m 주행시 3m 높이 상승)의 경사를 오를 수 있다면, 자기부상열차는 7%를 오를 수 있다. 최소곡선 반경은 50m까지도 가능하다.

급곡선을 통과하는 자기부상열차
 급곡선을 통과하는 자기부상열차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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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자기부상열차의 장점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지역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소음과 진동이 적어 방음벽이 필요 없고, 부품 교체비가 적어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높은 가속도로 빠른 표정속도를 낼 수 있고, 높은 등판각과 작은 최소곡선반경은 좁은 공간에서 자유로운 노선설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같은 자기부상열차의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부터 자기부상열차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개통된 노선은 없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예산이 중간에 끊어지는 등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졌고, 부족한 환경에서 연구개발은 열심히 했지만 정작 만들어 낸 시스템을 어떻게 상용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상품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을 만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2006년부터 대형 국가 연구개발 실용화 사업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일에 총괄기관이자 시험선이 위치한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시제차량의 시승 및 공개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기계연구원 이상천 원장의 환영사와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이재춘 원장의 축사, 국토해양부 이승호 철도정책관의 격려사가 이어졌으며, 사업단장의 실용화사업 소개, 차량개발을 맡은 (주)현대로템의 결과발표도 있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제차량 시승 및 공개발표회 행사장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제차량 시승 및 공개발표회 행사장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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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연설과 발표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부상열차에 실용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실제 사회에서 쓰이지 못하면 연구실 안의 갇힌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이 연구비로 쓰인 연구개발사업이니만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철도시스템과 같은 대형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실제로 구매를 할 수 있는 곳은 국가나 지자체들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지자체 공무원 들이 대거 초대받았는데,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기부상열차의 장점을 인식하고 자기 지자체의 도시철도로서 자기부상열차를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사업단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자체들이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부상열차가 매력적인 시스템인가, 이번에 시승을 해 본 결과 충분히 그렇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필자는 1993년 대전엑스포때 행사장에서 운행되었던 HML-03모델과, 현재 대전 국립과학관에서 운행 중인 차세대 모델 UTM-02를 모두 타 보았는데, 이번 실용화 모델을 타보니, 기존 모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진보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국산 자기부상열차의 모습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HML-02, HML-03(93 대전엑스포), UTM-02(대전 국립과학관), UTM-01
 국산 자기부상열차의 모습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HML-02, HML-03(93 대전엑스포), UTM-02(대전 국립과학관), UTM-01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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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델은 승객과 철도운영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실용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만들어졌다. 일단 최고속도를 110km/h까지 높일 수 있어서 빠른 이동을 원하는 승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무인운전이 가능하여 기관사 인건비가 들지 않으므로 철도운영자들의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으며, 크기를 줄여 복잡한 도시에 설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편성량수를 늘려서 수송력도 높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크기가 줄어들면 하중이 줄어들어 구조물이 간단해지는 장점도 있다. 고가 경전철이 흔히 시민의 반대에 직면하는 이유가 육중한 고가 구조물 때문인데, 자기부상열차의 구조물은 매우 작아졌다.

차량디자인도 크게 개선되었는데, 기존의 박스형 디자인이 도자기의 곡선을 응용한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또한 전력소비가 적은 LED 조명 사용, 주거지 통과시 창문을 흐리게 해주는 자동창문흐림장치 설치, 신개념의 좌석배치와 고품질 시트, 비상시에도 부상이 가능한 보조전원장치와 비상시 대피 통로 설치 등, 승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존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신기술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자기부상열차의 실내 모습
 자기부상열차의 실내 모습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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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곡선주행성능이 뛰어난 대차 시스템, 부상력이 개선된 부상용 전자석, 성능이 높아진 이중방식의 제동장치, 소음과 주행력이 높아진 추진시스템 등 시스템 자체의 성능도 훨씬 좋아졌다. 사업단 측은 이러한 개선을 통하여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영업용으로 운행하고 있는 일본을 뛰어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실용화 사업의 핵심은 단순히 차량을 개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차량이 정말로 실제 영업 환경에서 문제없이 동작한다는 것을 보장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 시제차량이 달릴 시험선로가 영종도내 인천공항 앞에 건설 중이다. 인천공항의 실내주차장이자 공항철도역이기도 한 교통센터 건물에서 출발하는 자기부상열차는 실외주차장과 국제업무단지, 새로 지어지는 패션타운과 워터파크를 거쳐 무의도 입구인 용유역까지 이어진다. 이 선로는 2011년까지 완공되어, 2012년에 시운전을 거쳐, 2013년부터 실제 승객을 태운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나 최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타볼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앞 영종도에 설치되는 자기부상열차 노선 모형도
 인천공항 앞 영종도에 설치되는 자기부상열차 노선 모형도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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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자기부상열차가 진정으로 미래형 최첨단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홍보와 마케팅이 절실하다. 특히 철도시스템의 최종 소비자인 승객에 대한 홍보가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사업비가 적게 든다고 말하기보다, 사업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요금이 더 싸다는 식으로 실제 승객에게 와 닿는 홍보가 중요하다. 또한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적으로 드문 시스템이니만큼, 정책결정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건설비가 높지 않으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없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자기부상열차가 선택될 것이다.

아울러 자기부상열차는 세계 시장에 진출을 해야 하는 만큼, 일단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영업실적을 쌓을 필요가 있다. 기술이 개발된 나라에서조차 쓰지 않는 시스템을 사줄 외국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산 기술이니만큼 국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많은 실적을 쌓는다면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철도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끄는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접촉과 마모가 없어 더욱 친환경적인 자기부상열차야 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상품화 활동, 그리고 전국민적인 관심이 합쳐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우리나라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고 세계 일류 상품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자기부상열차, #철도, #저탄소녹색성장, #한국기계연구원,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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