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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이비 기자 대거 구속,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리고 자치단체장에게 수십억원을 건넨 일간지 사장 구속,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지방의원 등에게 거액을 받고 여론조사를 한 일간지 사장 및 광고국장 구속, 당시 편집국장 기소, 금품여론조사 사건 수사 중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돈을 건넨 기초단체장 기소… 울산지역 언론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역언론의 잘못된 행태가 지적되어 온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토착비리 근절 수사와 맞물려 그 실상이 하나 둘 까발려지고 있는 것.

지역 범야권에서는 언론의 공정성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일간지와 민주노동당이 각각 여론조사한 결과가 엄청난 차이가 나도(울산시장 후보 여론조사, 왜 할 때마다 널뛰나) 어느 언론 하나 한 줄 거론하지 않는 것도 범야권이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역일간지 편집국장이 자신의 실명 칼럼에서 "돈으로 길들이기를 하는 외부 검열이 심하다"는 커밍아웃성 글을 실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울산광역시 언론, 또한 제가 참가하고 있는 신문에 어떤 기사가 빠지고, 어떤 기사에 중요도가 매겨지는지 눈여겨보기 바란다"며 "외부검열자는 언론의 자율적 편집의사에 압력을 넣고, 길들이며, 나아가 줄 세우기를 한다"고 고백했다.

이 칼럼이 나가자 지역 각계에서는 언론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한편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일간지 편집국장의 자기고백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총칼, 지금은 돈으로 길들이기"

울산지역 일간지 중 하나인 <제일일보> 김한태 편집국장은 지난 주말 ('무뎌진 목탁, 변질된 소금') 이라는 칼럼을 자사신문에 실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현재 언론의 실상을 잘 알려주는 것으로 지역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경항신문> 울산주재기자로 재직하다 명예퇴직 후 지난해부터 이 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제 스스로 붉은 선을 긋는 내부검열도 있지만 외부검열도 있다"며 "지금 시대에 웬 검열이냐고 하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의 언론을 잘 보라, 어떤 기사가 빠지고 어떤 기사에 중요도가 매겨지는 지 눈여겨보라, 외부검열자는 언론의 자율적 편집의사에 압력을 넣고 길들이며, 나아가 줄 세우기를 한다"며 "그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보나? 과거에는 총과 칼을 들이댔지만 지금은 돈으로 길들이기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돈의 상당부분이 세금일 가능성이 크며 이것은 시민이 낸 세금이 잘못 사용돼 시민에게 전달돼야 할 정보를 차단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울산광역시가 이대로 가다가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지금 그런(큰일 날) 전조가 보인다"며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여러 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통계 법칙인 하인리히 법칙이다"고 덧붙였다.


태그:#제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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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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