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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인 도리섬 일대에서 준설작업이 진행중이다.
▲ 준설작업 중인 도리섬 일대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인 도리섬 일대에서 준설작업이 진행중이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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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에 위치한 도리섬. 세계적인 희귀식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인 이곳 일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된 4대강 사업 공사로 벼랑처럼 깎여 있다.

12일 오후 공사 현장 인부들의 점심 시간을 틈타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범대위)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이 준설작업으로 훼손되고 있는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인 도리섬 현장을 찾았다. 

이미 준설작업이 진행된 평평한 모래밭을 지나자 남한강변을 옆에 두고 수면으로부터 약 7m 가량 올라온 도리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섬에 올라서자 자갈 틈으로 홀로 자라난 단양쑥부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조금 옮기자 표범장지뱀(멸종위기종 2급에 속하는 파충류) 2, 3마리가 취재진의 발을 피해 갈대 숲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4대강 사업 환경평가는 졸속·왜곡의 극치"

도리섬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의 모습.
▲ 단양쑥부쟁이 도리섬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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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도리섬에 모습을 드러냈다.
▲ 표범장지뱀 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도리섬에 모습을 드러냈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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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에서 반대편 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군락을 이루는 단양쑥부쟁이가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럴수록 황민혁 녹색연합 간사의 목소리도 높아져만 갔다.

황 간사는 "수차례 환경부 측에 도리섬에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고 있다고 정보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없다"며 "이곳은 실태조사조차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왜곡됐다는 것. 황 간사는 "지금 도리섬에서 볼 수 있는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 등이 바로 정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졸속 논란이 바로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간사는 "짧은 기간 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자체도 졸속이었지만, 공사는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조차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아무런 보호 장치와 보전대책이 없이 공사가 추진됐다는 것이다.

황 간사는 "우리 환경단체들은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될 것을 우려해 현장에서 수차례 공사 중지와 조사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조차 거부한 채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도리섬 일부 단양쑥부쟁이 군락지에는 '원형보존지'라는 명목으로 초록색 깃발이 꽂혀 있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군락지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함께 동행한 여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언제 포클레인으로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데 깃발은 꽂아서 무슨 소용이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체 서식지 졸속 조성, 멸종위기종 씨 말리는 것"

이어 방문한 곳은 삼합리(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일대). 이미 지난달부터 준설작업이 진행된 삼합리 일대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 12일에는 더 이상 단양쑥부쟁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4대강 범대위 관계자는 "여기 있던 단양쑥부쟁이들은 인부들에 의해 지난 주 도리섬 인근에 위치한 바위늪구비 습지로 옮겨졌다"며 "그 일대를 단양쑥부쟁이의 대체 서식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생 단양쑥부쟁이를 한 번도 옮겨 심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대체 서식지를 선정하느냐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성만 녹색연합 간사는 "단양쑥부쟁이는 2년생이기 때문에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 2년생 모두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간사도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한 곳에 몰아넣으면 단양쑥부쟁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경쟁력이 약한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리섬과 삼합리 일대를 둘러보고 나올 즈음 잠시 멈췄던 4대강 공사가 다시 진행됐다. 잔잔히 흐르는 남한강과 봄을 알리듯 막 꽃을 피운 산수유 나무 옆으로 포클레인과 트럭들이 소음으로 공사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멸종위기종 보호위해 환경부차원서 움직여야"
[인터뷰] 황민혁 녹색연합 간사
- 단양쑥부쟁이는 어떤 식물인지 자세히 소개해 달라.
"단양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자갈이나 모래터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꽃은 8, 9월에 피고 자주색이다. 다 자란 높이가 15cm정도 되는 식물로 원산지는 한국이다."

- 그동안 단양쑥부쟁이 서식현황에 대한 정부 측의 조사가 있었나.
"지난 두 달 동안 진행한 현장 모니터링 결과 단양쑥부쟁이 주요 생육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사현장 인근 관계자에 의하면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는 전문가가 아닌 공사장 인부들이 진행했다."

- 단양쑥부쟁이 대체 서식지 선정을 위한 선결요건은 무엇인가.
"우선은 원형서식지가 보존되는 게 제일 좋다. 여건이 어렵다면 장기간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대체 서식지 선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2년의 심는 과정과 2년의 모니터링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체 서식지를 선정해야 한다."

- 단양쑥부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대책이 있다면.
"지금처럼 부실한 환경조사와 대책으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멸종위기종은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구간의 생물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환경부는 국내 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조사와 보전대책부터 우선 마련해야 한다."

- 녹색연합 차원에서 단양쑥부쟁이 보존을 위한 향후 계획은.
"환경부는 야생동식물보호법 13조에 따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에 대한 중·장기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에 따라 환경부에 공개적으로 이번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태그:#단양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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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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