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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매일 학급별 조회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 '전근대적인 군사문화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24일 469개 초·중·고교에 '2010학년도 국가정체성 교육 계획' 공문을 보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번 학기부터 매일 학급별 조회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문' 낭독, 애국가 제창을 하도록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그동안 국기 예절에 대한 교육을 학교 자율에 맡겨 왔다. 이번 공문은 이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육청은 각 학교가 3월 중에 국기경례와 관련한 계획을 세워 보고하도록 했고, 담당 장학사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1972년 옛 문교부의 지침으로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 왔다. 그러다가 행사 간소와 등의 지적을 받으면서 학교마다 자율에 맡겨졌다.

 

부산전교조 "국기경례 강요는 군사정권의 악습"

 

문재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강요하는 것은 군사정권의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는 국기경례를 의무·강제적으로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한 게 10년은 넘는 것 같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해오고 있다, 도덕이나 사회 시간에 국기경례나 애국가, 국기 다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교 어린이회를 하거나 수련회를 갔을 때도 선서식을 할 때 국기경례를 하기도 한다"며 "어린이회도 간부학생들도 학원에 가야 하기에 자주 못하지만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의 공문에 대해, 그는 "국기경제를 정상적인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청소년들이 국가정체성이 약한 것 같다'고 하는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육청이 공문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경 정책실장은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청소년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고, 태극기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국가정체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 정부 들어 잣대를 어디에 대는지 모르겠다"면서 "국기경례를 의무적으로 하라는 것은 일제시대 군국주의 교육과 비슷하고, 70,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악습을 21세기에도 되풀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군사문화의 산물"

 

민주노동당(민노당) 부산시당은 15일 '국기에 대한 맹세 강요는 전근대적인 군사문화의 산물'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부산시교육청을 비난했다.

 

민노당 부산시당은 "교육청의 이번 조치를 보면서 새삼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며 "군사독재가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 권위주의와 명령하달의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은 학교에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 바람은 학교에서도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학원자율화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이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문 낭독, 애국가 제창을 강요하는 모습은 강압적 통제방식으로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아 나서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부산시당은 이어 "교육청의 조치는 전근대적인 군사문화의 산물로써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국기(國旗)와 국가(國歌)에 대한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라는 형식을 억지로 강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심은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올바른 국민의례 교육을 통해 나라사랑정신 함양과 국가의 존엄성 인식 제고를 위하여 국가정체성 교육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태그:#부산시교육청, #국기경례, #애국라, #국가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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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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