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리아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2010 코리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새해 특별기획을 6회에 걸쳐 공동 진행한다. 2010년은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한반도 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노력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 MB 정부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출범 3년 차를 맞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코리아연구원'은 2010년 새해를 맞아 통일외교안보-경제-사회분야에 대한 전망과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Ⅰ한국경제의 장밋빛 전망

 

2010년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이 일색이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은 물론 IMF, 세계은행, OECD와 같은 국제기구와 해외의 경제기관들도 4~5%의 높은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2010년 한국경제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일차적으로 2009년의 저조한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작년 한국경제는 예상을 깨고 연간 0.2%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호주, 폴란드와 더불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국가였고, 올해는 성장률 면에서 OECD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2009년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 성장률은 잘해야 1~2%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대조적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경제 성장속도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한국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국들과 함께 글로벌경제 회복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경제의 장밋빛 전망은 수출, 민간소비, 투자 모두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한 기대의 배경에는 2009년 3분기를 기점으로 세계경제가 대침체(great recession)를 넘어 대안정(great stabilization)의 국면으로 진입했고 이러한 추세가 2010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있다.

 

즉, 2010년 세계경제의 여건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위험요인과 악재가 도처에 암초처럼 버티고 있다는 주의경고가 장밋빛 전망에 어울리지 않게 꼬리표처럼 붙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올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힘찬 도약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Ⅱ. 2010년 세계경제의 불안한 출발

 

2010년 세계경제의 순항이 계속된다는 낙관적 전망은 최근 IMF가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3.9%로 상향조정한 것을 비롯해 분위기상으로는 대세를 이룬다. 작년의 경우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였다면 해가 바뀌면서 낙관론이 확실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0년은 출구전략의 해로 불린다. 각국 정부가 위기 때 내놓은 비정상적인 긴급처방 조치들이 2010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차례차례 종료된다. 또한 올해 중반쯤에는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구전략 실행을 앞두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낙관론 일색의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대안정 추세는 전적으로 정부정책의 산물이다.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는 것은 작년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이끌던 동력이 올해에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경기회복세에 대해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지원이라는 산소 호흡기를 떼어낸 이후 민간의 자생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출구전략 이후 세계경제가 무슨 힘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초 세계경제 성장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거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고,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뒤집히며 더블딥 우려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2010년 세계경제의 불안한 출발은 앞으로 남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Ⅲ. 출구전략의 딜레마

 

출구전략은 올해 세계경제가 맞닥뜨리게 될 최대의 암초이다. 출구전략을 둘러싸고 초미의 관심사는 금리인상의 가능성과 그 시기이다. 금리문제는 특히 금융시장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시장은 금리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초저금리 체제로 금융권의 화려한 부활이 가능했고 비용걱정 없이 화려한 돈잔치 향연을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도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뿐만 아니라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신흥시장국에서도 자신의 뜻이든 강요된 것이든 간에 금리인상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선진국의 경우 올해 안에 약속을 뒤집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깜짝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출구전략 실행이 바로 올해 세계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최대불안 요인이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시장의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할 때, 그 불균형이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은 실물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지거나 실물경기의 더딘 회복속도에 맞추어 자산시장의 과열이 진정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물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동시에 저금리 체제가 유지되는 한 자산시장 과열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다 비현실적이라면 올해 금융과 실물경제의 괴리는 더욱 심화되고 자산시장 거품을 키울 것이다. 자산가격 거품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과열이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여러 가지 그럴싸한 근거를 내세워 미국 증시에서 국제 원자재,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이르기까지 아직 거품을 얘기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거품 여부가 논란거리라면 작년 3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의 급상승세가 초저금리 체제가 만들어낸 유동성 장세라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증시와 원자재 시장은 마치 일방통행로에 접어든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지표가 좋게 나올 때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리고, 나쁘게 나올 때에는 저금리체제 장기화를 예상하며 증시가 뛰어올랐다. 실물경기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늦추면 늦출수록 금융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을 좌우하게 될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연준에 금리인상 의지가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미국의 금융구제 정책에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터진 이후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호공사, 재무부가 총동원되어 금융회사 살리기와 금융시장 떠받치기 용도로 총 11조 달러에 육박하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미국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산가격 부양책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자산버블 붕괴에 직면해 일본정부가 취한 해법을 답습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정책 결정자들은 휴지조각처럼 취급되던 악성자산을 은행장부에 그대로 남겨둔 채, 자본시장 회생에 모든 노력을 집중했다. 자본시장의 거래가 다시 되살아나면 은행장부에 남아있는 악성자산도 가치를 회복해 건전자산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구제 정책으로 금융권의 파산위험이 제거되면 금융권이 제 기능을 회복하여 실물경제에 자금을 활발히 공급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지탱하고 있는 실물경기 회복세가 시장 주도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이러한 자산가격 부양책의 출발점이자 필수조건이 사상초유의 제로금리 정책이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계획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금융시장은 되살아났으나 실물경제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는다. 실물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가격 대폭락은 막아냈지만 가격하락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은행대출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넘치는 유동성은 금융시장으로 몰려갈 뿐이다. 자산시장 과열을 막으려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에 미칠 후폭풍이 두려워 연준은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한다. 초저금리 체제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마치 구세주와 같지만 실물경기는 별 해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가 투자와 소비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이론이 현실에서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기가 민간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의존해 버티고 있으나 고실업의 한파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선진국들이 재정건전성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긴축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덩이 재정적자 후유증에 대한 시장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올해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전혀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만 부추긴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시장실패의 비용을 정부가 다 떠안아 시장을 되살려놓았더니 국채시장 붕괴를 운운하며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당장 내놓으라는 시장의 싸늘한 위협이 그 대가로 돌아왔다.

 

유럽 대다수 국가의 국채 위험이 우량 회사채 위험보다 높아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일본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협에 직면한 선진국 정부는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만들어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정적자 축소는 고실업과 저성장의 악순환에 맞서 싸워야 할 정부에게 실탄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덕에 되살아나고 있는 시장이 자신을 다시 혼수상태로 빠뜨릴 수 있는 재정적자 축소를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불안은 신흥시장국으로 전이되어 자산시장의 투기적 열병을 키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체제가 실물경기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산가격 거품을 키우는 초저금리 정책은 유지하고 경기회복에 절대적인 재정지출은 줄이겠다는 것은 경제 살리기에 역주행하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제의 흐름이 결국 "정부 하기 나름"이다. 현재 잘 못 가고 있는 정부정책이 바로 올해 세계경제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Ⅳ. 한국경제의 현실적 전망과 이명박 정부의 대응

       

주류 언론사들이 작년 한국경제의 플러스 성장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애를 쓰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2009년 4분기 한국경제의 실망스러운 성적은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작년 한국경제는 3분기에 최고정점에 도달한 후 4분기 들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2분기와 3분기에 회복세를 주도했던 수출과 민간소비가 모두 뒷걸음을 친 탓이다. 작년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한국의 간판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차원의 경기부양책과 고환율의 합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미 작년 4분기부터 적신호가 감지되었다. 원화가치, 금리, 물가가 동반상승하는 '3고 현상'이 한국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작년 4분기 성장률도 크게 둔화되었다. 올해 상황이 갑자기 반전하여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정초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세계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이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있다. 외부 여건은 정부가 어찌할 수 없으니 내수라도 제대로 지켜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초부터 이명박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지표 살리기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올해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하고 저금리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올해 상반기까지는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2%에서 동결되었음에도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자 700조 가계 빚에 이자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권의 목을 비틀면서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작년 "사실상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실업대란이 더욱 극심해지자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를 당초 20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늘려 잡고 단기적인 고용안정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단기실적에 치중한 내수부양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해외여건이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 상반기에 한국경제 장밋빛 전망은 유효할 수도 있겠다.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지만 정치적 요인이 경제회복세가 꺾이는 것을 막아내는 보호막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11월에 G20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미국에서는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다. 중국의 경우 5월에서 10월까지 상해에서 세계엑스포가 열린다. 정치적 이유에서 경제회복세 유지에 각 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8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는 시장은 자기조절 능력이 없을 뿐더러 스스로가 자초한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고, 늘 그랬듯이 정부가 시장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경제위기는 승자와 패자를 갈라내고, 패자가 물러난 자리를 승자가 차지함으로써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경제위기 때마다 위기해결사로 등장하는 큰 정부가 성장률과 지표경기에만 집착한다면 경제위기가 초래한 고통의 공정한 분담과 양극화 해소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예고 없이 닥친 큰 정부의 시대, 박정희식의 관치에만 익숙한 한국사회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민주적 시장경제의 길을 열어가는 큰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덧붙이는 글 | * 이글을 쓴 조혜경 박사는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입니다.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경제통상·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이 글(특별기획29-6호)의 원문 및 관련 정책자료들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2010 한국경제, #세계경제, #MB노믹스, #코리아연구원, #출구전략
댓글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