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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국가운영을 위해 표준시간대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4개의 세계 표준시간대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11개의 표준시간대가 한 나라 안에 존재하는 러시아에서는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연례 국정 연설을 둘러싼 논쟁이 한참이다. 

국내 여행 중에도 시차때문에 고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토가 넓은 러시아는 동서 길이만 9000km에 달하는데, 서쪽의 칼리닌그라드에서 사람들이 잠에서 깰 때, 동쪽의 캄차카 반도에서는 이미 퇴근을 서두르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러시아가 많은 표준시간대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을 러시아 발전을 방해하는 중대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며 이들을 4개 정도의 표준시간대로 통합, 압축할 경우 보다 효율적인 국가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에 동조하는 대부분의 정부 관료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지방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국정연설중인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국정연설중인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 Konstantin Zavraz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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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대학의 라자레브 교수는 대통령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경우 모스크바와 지방정부가 비슷한 시간대에 업무를 처리하면서 상호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게 됨은 물론, 물류비용 절약, 전력 소비 감소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계획에 연구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라자레브 교수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로 지방시간을 모스크바 표준시에 맞게 매년 한 시간씩 변경하는 실험을 통해 주민들을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여러 지방 관료들 역시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며 모스크바 중앙 정부와의 시차가 업무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브리아티아 공화국의 나고비친 대통령은 5시간에 달하는 시차가 의견조율의 큰 걸림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의 인사들은 그같은 주장을 '기술만능주의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페트로브 연구원은 '정작 문제가 되는 관료주의를 타파하지는 않고 뜬금없는 시차변경을 계획'하는 정부를 비난했으며, 모스크바 지리연구원의 티시코브 원장은 '시차변경계획은 주민의 건강과 생체리듬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히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산적한 민생관련문제들이 처리가 안 된 상황에서 왜 이런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러시아 극동지방의 열악한 일조량을 고려할 때 표준시간대가 변경될 경우 주민들이 어둠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와 캄차카 사이의 시차는 9시간인데, 만약 이를 6시간으로 줄인다면 캄차카에서는 오후 2시면 밤이 되버리고 마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일반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 또한 높다.

1949년 5개의 시간대를 하나로 통합한 중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지만 표준시간대의 통합을 통해 러시아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더욱 강력한 중앙 정부이다. 광대하게 흩어진 지방정부들을 좀 더 중앙으로 끌어들여 하나된 러시아를 구현하고자 함인데, 이 계획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를 위해 해가 지는 시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태그:#러시아 , #표준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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