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 3일 낮 12시 45분]

 

"저도 어릴 때 어렵게 살아 서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가족분들이 저를 믿고 조금만 시간을 달라." - 정운찬 총리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사태가 해결되진 않았다." - 용산 유가족

 

추석 전 용산참사 현장 방문을 약속했던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가 추석 당일인 3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총리로서 유족문제를 비롯하여 용산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용산 참사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와 유가족과의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오전 9시 현장을 방문한 정 총리는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빈소에 조문을 한 뒤, 유가족과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과 함께 30여 분간 면담을 했다.

 

우선 정 총리는 "너무나 안타깝다, 그동안 (유가족들이) 겪었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제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며 "희생자 유가족과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는 이어 준비한 글을 통해 "용산 사고는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간에,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있어서는 안 될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이 문제가 빠른 시간 안에 원만히 해결돼 여러분 모두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운찬 "사안 성격상 중앙정부가 사태 해결 주체로 직접 나서기는 어려워"

 

그러나 유가족들이 참사 발생 후 9개월 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태해결'과 '사과'는 사실상 없었다.

 

정 총리는 "다섯 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지 250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한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함께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사안의 성격상 중앙정부가 사태 해결의 주체로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신 그는 "지방정부를 비롯한 당사자들 간에 원만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총리실에서 논의한 후 범대위와 유가족이 총리실과 직접 상황을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연락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 3천 쪽에 대해서도 "수사기록 공개는 검찰의 권한으로 알고 있다, 유가족의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라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범대위와 유가족들은 "기존 정부와의 태도와 비교할 때 전향적인 태도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기대감을 비치는 동시에, "총리가 분향소를 방문하기 전 사전협의를 거친 뒤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해서 유감이다"고 밝혔다.

 

용산 범대위 "일단은 긍정적인 태도로 생각하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

 

특히 김태연 용산범대위 상황실장은 "중앙정부는 용산 참사 해결의 직접적인 주체로 나서기는 힘들다는 총리의 입장에 대해 우려를 느낀다"며 "그동안 이 문제가 방치됐던 것은 정부가 이 문제를 사인(私人) 간의 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상황실장은 이어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에 대해서도 정 총리가 재판상의 문제이므로 공개가 어렵지 않냐는 입장이었지만 사실 대통령과 총리가 법무부장관을 통해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총리가 의지를 갖고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총리가 검찰에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총리 방문을 계기로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당직자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길 바란다"며 "범대위는 오늘 총리가 유가족들을 늦게나마 조문하고 위로한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태도로 생각하며 앞으로 총리실과의 협의를 통해 사태 해결과 장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만 범대위 대변인도 "오늘의 만남은 유족들에게 일정 부분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요구해왔던 사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총리실의 역할을 기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정 총리는 기자들에게 "(용산 참사는)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모든 문제의 당사자들이 한 발자국씩만 물러나서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 총리는 "총리로서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구현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국정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많은 서민들의 생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재개발 사업의 제도에 대해서는 더 큰 관심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용산 참사, #정운찬, #추석, #추석스케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