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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젊은 힘이 무대를 바꾸고 있다. 개교 14년 만에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을 망라하는 모든 무대를 장악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2006년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2007년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세은, 2007년 뉴욕인터내셔널 발레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하은지, 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김주원ㆍ김현웅, 유니버설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황혜민ㆍ엄재용의 공통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피아니스트 임동혁,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도 한예종 예비학교 출신이다.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연극ㆍ뮤지컬계에서도 한예종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를 만든 극작가 겸 연출가 장유진, 2006년도 최대의 화제작인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의 극작가 겸 연출가 김태웅, 배우 오만석이 이 학교 출신이다. 최근 대학로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한예종 출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의 경우에는 아예 동문 3명이 극작ㆍ작곡ㆍ연출을 전부 맡았다. 무대 밖이긴 하지만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 작가 하준원,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스토리 작가 윤은경, 김은희도 활약 중인 동문이다." ('창조적 소수자, 우리는 한예종이다' 헤럴드경제 2007/08/09)

예술교육정책의 실패?

1998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의 유수 콩쿠르, 각종 경연에서 1위를 수상한 학생의 수만 무려 473명. 거의 상을 휩쓸어온 셈이다. 놀랍지만 이것이 문화계 뉴라이트들이 '예술 전문가 양성이라는 본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는 학교에서 거둔 성적이다. 문화판 뉴라이트들의 억지는 그동안 한예종이 배출한 "전문예술가"들의 면면 앞에서는 무색해지고 만다.

리즈 피나오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 뉴욕 발레 콘테스트를 석권한 하은지, 국내 최초로 국제건축학교인증(RIBA)을 받은 건축과, 영국 <선>지의 세계 베스트 10 영화감독에 선정된 나홍진, 롱티보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현수 등등.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한예종이 보수우익의 타깃이 된 것이다.

문화계 우익들은 한예종이 "무분별하게 이론과 교수를 채용하여 외부로 돌아다니면서 사실상 실기교육이 무력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감사 논란이 뜨겁던 지난달, 일간신문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황지우) 무용원 졸업생 및 재학생 14명이 '제39회 동아무용콩쿠르'를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은 이번 콩쿠르에서 일반부문 전체 수상자 23명 가운데 무려 61%에 달하는 14명이 입상함에 따라 국내 최고의 무용전문 교육기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프라임경제 2009/05/17) 입상자의 60%가 한예종 학생. 이것이 "실기교육이 무력화되었다"는 학교에서 거둔 성과다.

개교할 때만 해도 장래조차 불투명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14년 만에 무섭게 성장했다. 이 모든 성과가 문화계 뉴라이트들의 눈에는 그저 "국내 예술교육정책의 실패"로 보일 뿐이다. 이게 성한 정신 갖고 할 수 있는 소리일까? 만약 한예종이 "국내 예술교육정책의 실패"라면 그것은 누구의 실패일까? 세계적인 예술학교 하나 갖기를 소망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실패일까? 아니면 한예종의 성과 앞에서 나날이 초라해지는 뉴라이트 교수들의 사적 실패일까? 어느 쪽인지는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들이 더 잘 안다. 바로 엊그제(6월 13일) 보수매체인 <중앙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최근 예술분야 대학과정 중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학교가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 평균 경쟁률 12.4대 1로 높은 인기도를 보인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황지우·이하 한예종)가 그곳. ('한국예술종합학교 지원하려는데' 중앙일보 2009/06/13)

이렇게 "개교 14년 만에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을 망라하는 모든 무대를 장악"한 죄,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연극ㆍ뮤지컬계에서도 약진이 두드러진" 죄, 그리하여 "최근 예술분야 대학과정 중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죄. 예술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이런 죽을 죄(?)를 지은 대가로 보수우익의 도마 위에 올라온 것이다.

한예종 정상화?

왜 한예종을 죽이려는 걸까? 크게 두 가지 동기가 뒤얽혀 있다. 하나는 문화판의 뉴라이트들의 정치적, 이념적 동기. 그들은 한예종에 대한 공격을 무엇보다 문화계에 침투한 좌파를 척결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한예종에는 수많은 교수들이 있고, 그들의 성향 역시 좌에서 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뉴라이트의 논리는 이렇게 흘러간다. '한예종은 좌파들의 손에 장악되어 있다. 그런데 좌파들은 주로 실기가 아닌 이론과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좌파를 척결하려면 먼저 이론과부터 폐지해야 한다.' 문화부에서 서사창작과 폐지에 집착하는 것 역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황지우씨가 돌아갈 곳을 아예 없애버리기 위한 기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물질적 이해관계. 다른 예술대학의 일부 보수적 교수들은 한예종의 축소 내지 해체를 원한다. 동국대와 한양대 영화과와 중앙대 연극학과의 교수들이 주축이라고 한다 (한겨레 2009/06/05). 이들은 "애초에 음악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예종이 갑작스럽게 무용원, 연극원, 영상원 등을 개설하며 7개 단과로 확장된" 것을 불편해 한다. 왜? 앞에 인용한 기사가 실마리가 될지 모르겠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젊은 힘이 무대를 바꾸고 있다. 개교 14년 만에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을 망라하는 모든 무대를 장악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연극ㆍ뮤지컬계에서도 한예종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문화계 좌파세력의 인적 청산'과 '종합학교로서 한예종의 해체'. '문화미래포럼'이나 '예술대학교수회'를 통해 이 두 가지는 MB 문화부의 정책적 목표가 되다시피 했다. 이번 일에 개입한 또 하나의 세력은 '인미협'이라는 단체. 문화예술과 별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이 괴단체의 개입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이들은 신경민, 김미화, 손석희 등 언론계 인사들을 주로 공격해 왔고, 미친개를 연상케 하는 그 사나운 물어뜯기로 '인터넷 서북청년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역할이 그저 특유의 막가파식 보도로 보수우익의 내밀한 욕망을 대리 발산해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이들이 한예종의 디자인에까지 간섭하고 있다.   

문화미래포럼(대표 정진수)과 연계하여, 한예종 개혁의 안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체 감사 결과는 매우 미흡하다. 고로 문화미래포럼과 별도로 인미협 차원에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여 대대적인 감사를 하도록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예종 설치령 개정안을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것이다. ('한예종, 부실운영의 몸통과 실체 드러나' 빅뉴스 2009/05/25)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추진하는 세력들의 뒤에는 물론 문화부가 있다. 이른바 '좌파척결'은 장관께서 취임하자마자 천명하신 MB 문화정책의 목표이고, '우파 정부에서는 우파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차관께서 최근에 실토하신 MB 문화정책의 이상이 아니던가.

사실 문화부라는 권력이 아니었다면, 위에 언급한 단체들이 늘어놓는 주장은 그저 문화판의 '듣보잡' 논리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업으면 '듣보잡'도 무서워지고, '듣보잡'을 앞세우면 권력은 살벌해지는 법. 한마디로 '실력'이 없으니 '권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 저열한 정치노름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졸지에 문화판 정치꾼들의 판돈 신세로 전락한 것이 바로 한예종이다.

"한예종을 해체하자"

문화판 뉴라이트들은 "한예종의 정상화"를 말한다. 이들의 눈에는 한예종의 학생들이 국내외의 콩쿠르를 휩쓰는 것이 비정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긴,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게 어디 정상인가? 이 비정상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이들은 한예종에 시퍼런 칼을 들이댄다. 황금알을 낳는 이 거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문화미래포럼'을 주도하는 한 인사가 작년 9월 어느 심포지움에서 내놓은 '레시피'를 보자. 기가 막히다. 이런 것에 저들은 "구조조정 대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학시스템을 폐기한다는 의미에서 종합예술학교를 해체하고 각각의 학교로 독립시킨다. 그것이 몇 개가 남고 어떤 성격이 될 것인지는 다음의 단계를 밟아 필요한 학교만 남기는 방안이다:

1단계, 각 원에 있는 이론과 및 협동과정을 폐지한다.
2단계, 예술대학과 중복되는 전공은 폐지한다.
단일하고 축소된 형태의 영재 조기교육학교로 남고, 대학에서 하지 못하는 전공만을 특별히 하는 학교로 전환한다.

1단계로 먼저 불필요한 깃털을 뽑고, 2단계로 오리랑 중복되는 기관은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오리가 갖지 못한 부위만 남기겠다는 얘기. 이 대원칙 아래 그들은 아주 구체적인 해체의 레시피를 마련해 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레시피가 무슨 전문적인 논의나 학술적 연구의 결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제자는 한예종의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며 "사계의 의견을 사적으로 들어보면…"이라 말한다. 한마디로, 자기들끼리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얘기를 졸지에 국가의 예술정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니 그 수준이 오죽하겠는가?

먼저 영상원의 경우,  연출, 기획, 이론 등의 전공은 폐지하고 사립대학이 할 수 없는 기술교육만을 하고 영화인 재교육기관으로 내용을 전환할 수 있다. 이름도 영상원에서 '국립영화학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아시아 영화교육만을 전담하는 아시아영화학교로 운영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술원은 어떤가?
미술원도 영재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음. 폐지 내지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

연극원은 어떻게 될까?  
연극원은 이론, 극작과를 폐지하고 연기원으로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 원도 현장 재교육기관으로 운영하자는 것. 동문극단의 폐지. CEO과정도 폐지.

전통예술원의 운명은?
연희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음악원(국악), 무용원(한국무용)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음악원과 무용원은?
음악원과 무용원은 조기영재교육원으로만 운영한다는 의견.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예술가를 배출하던 학교를 기술만 가르치는 기능공 양성소로 전락시키고,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하던 기관을 조기영재교육이나 고등학교 과정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 대체 이게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소리인가? "사적으로" 들어 본 이 넋 나간 소리는 이제 형식적 공청회를 거쳐 졸지에 문광부의 공식적인 구조조정안이 될 것이다.   

이처럼 각 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사계의 의견으로 정리되는 공청회 등이 개최되어 문광부가 예종을 구조조정하길 바란다.

누가 한예종의 미래를 말하는가

국립예술학교의 비전을 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현대적 수준에 부합하는 예술의 철학, 예술의 미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황지우 총장은 2006년 취임을 하면서 한예종의 발전 방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것이 위에서 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지는 독자가 판단하기 바란다.

▶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 황지우 총장은 2006년 취임하면서부터 이 같은 기치를 내세웠다. 앞으로도 주류가 되지 않고 실험정신을 간직한 비주류 집단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 황지우 총장은 "이미 유럽과 미국의 예술학교는 단순히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 있다"며 "그들처럼 핵심 역량을 콘텐츠 생산과 예술 장르 간 융합에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예종은 두 가지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음악원이나 무용원은 현재의 컨서바토리(예술학교) 형태로 남고 연극원 영상원 미술원 등 나머지 4개원은 인스티튜트(institute)로 가되 장르 간 융합교육을 강화해 상호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시됐던 학생 수출을 줄이고 역으로 해외 학생들을 수입하기 위해 AMA(Art Major Scholarship)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한예종에는 22개국에서 온 60여명의 외국인 예술영재가 수학 중이다. (헤럴드경제 2007/08/09)

반면, 문화판 뉴라이트들을 보자. 그들이 내놓은 이른바 '개혁안'을 보라. 거기에 한예종의 비전이 있는가? 거기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그저 한예종의 암담한 미래와, 한예종을 없애겠다는 섬뜩한 살의뿐이다. 당연하다. 한예종의 미래를 논하는 저 자리에 정작 당사자, 즉 한예종의 교수와 학생들이 앉을 자리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럼 한예종 밖에 있는 사람들이 왜 주제넘게 남의 학교의 미래를 마구 농단하는 걸까? 문화미래포럼을 주도하는 정재형 교수의 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기존 예술대학은 이미 현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한예종은 기존 예술대학과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존립기반이 없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술대학을 무력화해야 했을 것... ('영상원은 왜 사라졌는가' 씨네21 2009/05/26)

이는 국립학교인 한예종의 존재가 기존 사립예술대학의 존립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는 한예종을 해체시켜 "한예종과의 경쟁관계를 소멸시키려는 의도"(위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참고로, <문화미래포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한다고 들었다. 어설픈 진화생물학까지 들여다가 경쟁이라는 시장원리를 최고의 덕목으로 칭찬해 온 이들이 고작 정치권력의 힘을 빌려 예술과 창작의 시장에서 경쟁관계를 소멸시키려 한다니, 얼마나 우스운 자가당착인가?

밖으로 나돌면서 남의 학교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제발 자기들 학생이나 잘 가르치는 일에나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사립대학 교수들은 한예종의 교수들보다 훨씬 많은 봉급을 받는 것으로 안다. 더 많은 봉급을 받는다면, 가르치기도 더 잘해야 할 일이다. 자기들이 더 잘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한예종으로 몰리는 일도 없지 않겠는가? 한예종이 괜히 성장한 게 아니다. 한예종의 성장은 교수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열성, 거기에 학교 측의 전략이 하나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과다. 기사를 보자.

낯설고 어려운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이름은 잘 기억되지 않았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아카데미 개념의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더욱 헷갈렸다.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초대 총장인 이강숙 총장은 기존 대학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타 대학의 유명 교수와 해외에서 활동 중이던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데려왔다. 교수들은 학교에 부임하면서 제자들을 설득해 입학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학력 위주의 국내 사회에서 '졸업해도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창조적 소수, 우리는 한예종이다' 헤럴드경제 2007/08/09)

다른 학교의 교수라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영입하고, 해외에 사는 연주자라도 최상급이면 모셔오는 것. 이것이 '이름이 잘 기억되지 않았고', '졸업해도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한예종이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중의 하나다. 한예종이 두려운가? 그럼 자신들도 똑같이 하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타 대학의 유명 교수와 해외에서 활동 중이던 최정상급의 연주자들"이 자기 학교에 들어오면, 그러잖아도 알량한 그들의 처지가 뭐가 되겠는가. 황금알 앞의 낙동강 오리알?

코믹 호러

이제 마지막으로 한예종 개혁의 기수로 뉴라이트 쪽에서 내세운 유망주의 수준을 보자.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로, 굳이 분류하자면 '코믹호러'라는 새로운 혼합 장르에 해당한다. 얼마 전 <빅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문화미래포럼은 (...) '21세기 문화를 위한 문화법 개정 방안 심포지엄'을 다시 한번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주제는 문화산업기본진흥법 개정방안, 문화예술진흥법의 개정 방안, 영화법 개정 방안, 국공립 예술단체 개혁방안, 한예종의 문제 및 개혁 방안 등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총망라하고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시점에서의 한예종 개혁이다. 발제문은 본지 변희재 대표가 맡고, 문화예술 전문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선다. ('부실집단 한예종 개혁의 깃발이 올랐다' 빅뉴스 2009/05/19)

한예종의 개혁에 관한 발제를 맡은 이가 무려 변희재. 정신병동의 사이코드라마가 아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대시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미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어 원전으로 수업을 하는 황지우 총장이 한예종 교수의 자격이 없다며, 뉴라이트 측에서 대항마로 내세운 것이 자그마치 변희재. 여기서 우리는 이 사람들이 과연 제정신인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하긴, 그 바닥에 얼마나 인재가 없으면 이런 개그를 연출하겠는가? 변희재의 최종학력은 미학과 학사다. 그가 예술에 대해서 읽었다고 바깥으로 알려진 유일한 책이 있다. 뭘까?

그의 저서 <미학 오디세이>는 내가 처음 미학을 공부할 때 길라잡이 역할도 해주어 개인적으로도 진중권에 대한 관심은 항상 갖고 있었다. (브레이크뉴스 2002/02/28)

문화에 대한 식견은 어떤가? <스타비평>인가 뭔가, 그는 내가 그에게 받아서 깜빡 잊고 화장실 소변기 위에 올려놓고 나온 책의 저자일 뿐이다. 영화와 TV의 스타들에 관한 잡담을 늘어놓은 이 책은, 거론된 스타들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참으로 안 팔렸다. 그중에서 그나마 인상에 남는 것은 젖소 부인 진도희에 관한 글 정도? 그런 그가 한 번 그 바닥에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긴 하다. 여기자들이 몸 팔아 취재를 한다는 왜곡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 아무튼 그의 빼어난(?) 문화적 식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디워> 사태 때 그가 쓴 글들이다.

영화 '디워'의 국내외 총매출이 2월 7일 현재 9천만 달러를 넘어 1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 만약 일본과 유럽의 개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디워'의 국내외 총매출은 2억불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총 3천만 불 투자에, 2억불의 매출, 해외배급사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영화 최대 매출, 해외 흥행 최대 수익은 확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디워'는 분명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 다시 한 번 묻는다. 3천만불 투자하여 2억불의 총매출을 올릴 '디워'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가, 더 보강해서 지속해야 하는가. ('디워 매출 1억불, 구지식의 파산선고' 빅뉴스 2008/02/08)

굳이 대답할 가치가 있을까? 그의 이 남다른 문화적 식견(?)은 곧 현실의 반박을 받는다.

검찰은 '디워'가 투자금 300억여 원 가운데 130억여 원만을 벌어들여 170억여 원의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안에서 벌어 밖에서 까먹은 영화 디워' 서울신문 2009/05/22)

'디워'의 흥행실패를 주장했다 해서 그는 애먼 사람에게 파산선고를 내렸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에게 '파산선고'를 내려야 마땅하다. 디워가 흥행에 참패했음을 검찰이 확인해준 마당에, 그가 아직도 자신을 퇴출시키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주제에 같잖은 조언까지 했다는 사실.

진중권은 향후 미디어 아트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글쎄, 최소한 미디어와 디지털에 대해서는 필자가 진중권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언을 해주고 싶다. 미디어 아트가 만약 시장 가치가 있다면, 산업 자본들이 개입할 텐데,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심형래 감독에 대한 증오심을 풀고, <디워>가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었는지 공부를 해보기 바란다. 앞으로 진중권이 하겠다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386이후 세대는 어렵다 고백한 진중권' 빅뉴스 2003/03/28)

"미디어와 디지털에 대해서는 필자가 (...) 훨씬 더 깊이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대목에서는 그만 '너, 약 먹었니?'라고 묻고 싶어진다. 이게 뉴라이트 인사들이 한예종 개혁의 기수로 내세운 젊은 유망주의 상태. 이런 척박한 머리에서 한예종의 미래를 짜내는 것이 유인촌 시대의 대한민국 문화다. 그 주제에 소리 높여 외친다.

"부실 집단 한예종 개혁의 깃발이 올랐다."(빅뉴스 2009/05/19)

이것이 현재 한예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태의 시각적 응축이다. 우습다고 할 수도 없고, 무섭다고 할 수도 없는 이 코믹호러를, 우리는 앞으로 3년 더 현실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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