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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학생과 부모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서 1인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더 이상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불행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등록금으로 인해 자살한 학생, 학부모를 추모하며 안민석 의원이 검은 넥타이를 매고 1인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온 안민석 의원 등록금으로 인해 자살한 학생, 학부모를 추모하며 안민석 의원이 검은 넥타이를 매고 1인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 조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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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등록금 릴레이 1인 시위 마지막 주자로 나선 민주당 안민석 의원.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온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난 4월 28일에 시작한 릴레이 1인 시위.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 뜻 깊게도 국회의원이 나왔다.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등록금 문제. 정부와 국회의 결단만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참석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주간 확인했던, 등록금 문제 해결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더 이상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고, 1인 시위에 임하는 안민석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현역 국회의원이 1인 시위에 동참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동참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회의원들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아파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시위를,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에는 처음 하게 되었네요.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국회의원의 격에 맞지 않는다며 만류한 보좌관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등록금 고통을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의 격, 체면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해서 모래알 같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나왔습니다."

- 대학교수로도 재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록금 문제가 이렇게 발생하는 핵심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명하게 대학이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적립금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대학의 경우 적립금이 5000억원에 달하죠. 수천억원을 적립금으로 쌓아만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필요한 적립금이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죠. 사립대학이 마음대로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제어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합니다. 사회적 책무를 망각하는 사립대의 탐욕으로 인해 등록금이 인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사학 재단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방치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것이죠. 이러한 것들이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민석 의원은 등록금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현재 국회에 발의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법안을 제출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등록금 문제는 단기적 처방, 일시적 대책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대학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므로, 법과 제도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서민 경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은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사회적 의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가난한 학생들,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는 등록금 문제를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한제, 후불제, 차등제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을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인 등록금 1인 시위 마지막 주자로 참가했다.
▲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안민석 의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인 등록금 1인 시위 마지막 주자로 참가했다.
ⓒ 조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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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번에 제출된 법안이나 등록금 문제 해결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나요?
"야당에서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습니다. 여당 일부도 찬성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정부와 여당은 해결하려는 의지가 빈약합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나라당은 2천여억원 증액을 이야기했습니다. 이걸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 상임위에서 8천억원으로 올렸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방안에서 4배로 증액해서 상임위를 통과시킨 것입니다.

이번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한나라당의 비겁함과 무책임함에 분노가 생기더군요. 제가 예산심의소위 위원장입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 남아 있는 예산심의를 모두 거부하겠다고 했더니, 위원장이 보이콧까지 해야 하냐고 하더군요. 집권 정당이 반값 등록금 약속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억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집단이든가, 아니면 일부러 딴청을 피우는 것이겠죠. 무책임함의 극치입니다. 이것이 지금 정부와 여당이 등록금 문제에 접근하는 한 단면입니다. 예산심의소의를 보이콧하면서까지 증액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런데도 발뺌만 하고, 오히려 야당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데 분통이 터지더군요. 국회의원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학생, 학부모가 나서서 한나라당이 집권 전에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러한 1인 시위도 그러한 목소리를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서 지난 4월 추경예산 편성에서 등록금 지원액을 확대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혹시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예산심의소위 위원장의 권위를 활용했습니다. 극도의 긴장과 무거운 분위기에서 예산 심의 회의가 진행되도록 했죠. 그러한 분위기에서 예산 심의를 다시 속개했는데, 속개한다는 방망이를 얼마나 세게 쳤던지, '탕', '탕', '탕' 이렇게 3번 쳤는데 3번째 때 방망이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회의 분위기가 살벌해졌죠.

진행 과정을 조금 더 이야기하면, 예산심의소위 위원장으로 등록금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위원장이 하도 강경하게 말하고 절대로 양보할 의지가 안 보이니까 1000억원 정도의 증액을 제안하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어림없다며 다시 정회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2000억원 정도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그건 쓸데없는 소리이고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행방을 감춰버렸습니다.

예산 심의 데드라인은 다 되어가는데, 위원장이 자취를 감춘 것이죠. 난리가 났습니다. 1조 증액하겠다는 주장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배지를 걸고 역풍을 맞더라도 추경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고 난리를 친 끝에 겨우 8000억원을 증액했습니다. 물론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어서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산 심의를 안 하면 통과가 안 되니까, 상임위에서 예산 심의 자체가 물 건너갈까봐 그게 무서워서 마지못해 증액한 거죠."

- 결국 예결위에서 다시 삭감되었지요?
"예결위에서도 사수해야 하는 예산이었는데, 깎였습니다. 예결위가 조금 더 목숨 걸고 등록금 증액을 지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다음에는 제가 예결위에 들어갈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 교과위 간사로서 정부와 여당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은데, 정부와 여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반값 등록금은 정부와 여당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약속이 없다고 합니다.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집권 전 약속이었는데 집권하고 보니 예산 사정에 떠밀려 쉽지 않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이행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하면 좋지 않습니까? 정직하게 이렇게라도 이야기면 될 것을, 약속한 적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는 대통령이 결단하면 반값 등록금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단하십시오."

- 벌써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등록금넷은 다가오는 6월 국회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6월 국회 제일 첫 번째 법안으로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야당의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6월 임시 국회에서 7대 민생 법안을 발의하는데, 등록금 법안은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야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주셔야 합니다."

-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의 마지막 주자로 참여하시게 되었는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주간 참여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여겨도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결심과 포부,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반값 등록금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이 약속은 국민 그리고 학생들에게 했던 약속 아닙니까? 지금 와서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다니요. 후안무치한 정부입니다. 반값 등록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학생, 학부모들의 원성으로 인해 악몽에 시달릴 것입니다. 반값 등록금 불이행으로 인해 큰 불신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는 실패를 좌초하는 일입니다. 정부는 결단을 내려서 반값 등록금 약속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등록금 투쟁을 하는 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냅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이 투쟁이 외롭고 험난할지라도 여러분의 절절한 주장이 언젠가는 소중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자녀 등록금 때문에 걱정하는 서민 가정의 부모님들도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18대 국회에서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후불제, 상한제, 차등제의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그리고 정치인들과 소통하면서 해내겠습니다. 서로 역할을 잘 분담해서 좋은 결실을 이루어냅시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실천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준 안민석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동참해 '등록금 문제 해결하라!'라는 절박한 외침이 더 이상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길 기대해보며 4주간의 1인 시위 취재를 마친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시면 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태그:#등록금, #등록금넷, #1인시위,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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