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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벌써 3주차가 되었건만 이곳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매일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여기에 설 수 있게 된다. 오늘의 1인 시위자가 가는 길을 또 경찰이 막았나 보다. 통행을 막은 경찰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달려오는 1인 시위 참가자의 모습이 보인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이다. 삼엄한 관리만큼, 오늘의 1인 시위가 청와대에 보고되길 바란다.

안진걸국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반값 등록금 1인 시위 안진걸국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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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에 관심 가지면서 시작하게 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참여연대는 등록금넷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해결 법안 마련, 각종 캠페인 등을 통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인 시위까지 힘들게 온 안진걸 국장을 통해서 어떻게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서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해 보았는데, 많은 분들이 가계비, 주거비, 의료비 문제라고 하더군요. 특히 교육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 문제란 '경쟁과 서열 위주 교육 정책의 문제'와 '학생,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 등록금 문제'라고 할 수 있죠.

바로 뛰어들기보다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먼저 등록금, 사교육비에 관한 가계 부담 실태 조사, 대학 회계 실태 조사 등 실태 조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도에는 관련 보고서 2개를 내고, <경향신문>과 공동 기획을 시작했죠. 그렇게.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한대련, 전교조, 참학, 진보연대, 민변, 다함께 등 다양한 단체분들을 만나서 등록금넷을 구성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대학생 부담 2000만원, 등록금만 1000만원"

민생희망본부라는 이름답게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 고액 등록금 해결 운동. 민생희망본부의 팀장답게 안 국장은 등록금이 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등록금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요즘 흔히 쓰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1000만원만으로는 대학을 다닐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거비, 생활비, 각종 실습비까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는 대학 다니는 데 드는 비용과 그 부담을 축소시키는 표현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작년 통계를 보면 교육비만 40조가 쓰였다고 합니다. 그중 절반이 사교육비, 절반이 공교육비였지요. 그중 10조는 등록금으로 가계에서 실질적으로 부담한 것입니다. 현재 등록금 총액은 12조이고, 그중 장학금이 2조니까, 그 돈을 빼면 등록금 10조가 되지요. 그 10조 마련을 위해서는 300만 대학생, 1000만 학부모들이 참 많은 노력, 고생을 해야 합니다.

사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등록금만 1000만원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주거비, 각종 실습비, 책값 등까지 포함하면 등록금 1000만원이 훨씬 넘기 때문이죠. 보통 서민 가계의 연 평균 소득이 3000만원-4000만원입니다. 수입의 1/3~1/4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을 대학생 자녀 등록금에 쓰는 것이지요.

현재 고등학생 85%가 대학에 진학하는 '보통 교육' 시대입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월급에서도,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따라서 유럽처럼 무상교육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에서는 사회가 발전하려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곧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죠. 이렇게 교육에 투자하고,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 미래를 밝히는 것입니다."

공포의 2학기... 예비비, 불용비, 2차 추경 등 특단 대책 마련해야

며칠 전 '대학 알리미'를 통해서 2009년 1학기 대학 등록금이 발표되었다. 영남대 제2캠퍼스는 평균 등록금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고액 등록금은 대학생, 학부모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등록금 고지서'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안진걸 국장은 벌써부터 많은 대학생, 학부모들은 2학기 등록금 걱정에 잠 못 이룬다고 이야기한다.

"중간고사 끝나고 이제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걱정하는 것은 기말고사가 아니라, 등록금입니다. 등록금을 내야 하는 2학기가 다가온다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 학부모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특히 고액 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만큼, 안 국장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정부가 예비비, 불용비, 2차 추경 등 사용 가능한 재원을 총동원해서 등록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금은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서민들은 교육비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습니다. 교육비 문제만 해결해도 서민들은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살 수 있게 되면 소비력이 증가하고 내수가 진작되어서 경제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도 이렇게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를 진행하고, 의료비, 교육비, 빈민들의 소비품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합니까? 부자 감세만 100조 단행합니다. 3조만 있으면 반값 등록금을 할 수 있는데도 반값 등록금은 없습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3조 편성해서 반값 등록금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건만, 2천 5백억 원밖에 증액 안 했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야기했듯이, 민생 관련 2차 추경을 해야 합니다. 사용하지 않고 있는 불용비, 예비비 등을 활용하면 2차 추경 하지 않고도 등록금 문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추경을 통해서 소득 분위 3분위까지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면 5분위까지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차상위 계층까지 하기로 한 무상 장학금을 차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도 나서면 서민들의 등록금 부담을 더욱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지자체도 나서야 합니다. 전북도처럼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서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도 나서야지요. 적립금을 더 이상 쌓지 말고, 일부를 등록금 인하하는 데 써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2010년까지는 본예산을 3조 가까이 편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반값 등록금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으니, 최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고액 등록금 문제 해결은 미래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돼

"비싼 보육비, 사교육비를 들여서 대학에 갑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면 대학에는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록금만 드는 것이 아니죠. 교재비 등 각종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렇게 졸업해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비정규직이 되거나 청년실업에 시달려야 합니다. 졸업 후 힘들게 입사해도 대졸 초임 삭감이라는 부도덕적인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하는 대학생들의 삶이 이럴진데,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미래 사회 경쟁력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에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적극 투자해서 이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식, 연구 개발에 힘을 쏟도록 해야 합니다. 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고액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미래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유럽 국가들의 무상 교육은 동등한 사회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배려

북유럽의 무상교육, 서유럽의 적은 등록금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안 국장은 그것이 소득 격차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공정한 출발선에 서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럽 사회의 교육 철학, 사회 철학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등록금 낮춰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외국도 비싸다고 하죠? 맞습니다. 미국 등록금 매우 비쌉니다. 하지만 소득 낮은 계층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원합니다. 고소득층은 등록금을 많이 내지만 말입니다. 관광지인지, 여기 있으니 중국인들이 많이 지나가네요. 등록금 때문에 이렇게 나왔다고 하면 정말 많이 놀랄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 뿐만 아니라, 유럽과 같은 나라들도 그렇지요. 독일과 프랑스 등록금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 대학생들은 대단히 부러워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되었냐구요? 사회와 국가의 철학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태어나면 소득과 관련해서 불평등적인 요소가 전혀 없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의 출발선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성장해서 사회에 나갈 때 출발선은 소득격차와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단의 배려를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부자들 자녀들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타고, 가난한 집 자녀들은 학비 마련하느라 공부하지 못하고 장학금도 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대학교육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보장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사회 양극화, 불평등이 해결하고 대학생들의 미래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서유럽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어린이집 입학부터 대학까지는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지금이 적기입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때일수록, 더욱더 정부는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 충분히 가능합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은 이미 전 국민적 요구이다. 하지만 해결의 가능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은 많다. 등록금 문제 해결이 가능하겠느냐는 이러한 사람들의 제기에 안 국장은 일침을 놓는다.

"대학생, 학부모들의 경우, 일각에서는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하십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등록금이 거의 동결되었습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내년 대폭 인상의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저는 계속해서 이렇게 힌다면 인상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활동으로 달라진 것도 많습니다. 차상위 계층 무상장학금, 소득 분위 3분위까지 학자금 대출 무이자 확대되었죠. 알게 모르게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문제와 달라서 등록금 문제 해결은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안입니다. 사회적 해결의 공감대가 높지요. 그만큼 해결 안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값 등록금은 이미 대통령이 수차례 이야기해왔던 약속입니다. 언론에 나와서 부정하긴 했지만, 대통령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운동본부에도 등록금 절반 위원회가 있었었죠. 현재 한나라당 교과위 간사인 임해규 의원이 그 절반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임해규 의원도 책임감을 느끼면서, 공청회에서 등록금 후불제 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노력한 성과입니다. 변화가 확실히 있습니다. 충분히 문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삭발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할 터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신을 가진 안진걸 국장과의 만남이었다. 등록금 해결의 바람이 큰 만큼 그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지난달에 대학생들이 삭발을 했죠. 이제는 대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나서야 합니다. 3차 삭발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도 해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려고 합니다. 2007년부터 참여연대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등록금넷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학부모, 누리꾼과 소통도 강화하겠습니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특단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1인 시위에 동참해준 안진걸 국장. 현 정부에 대한 마지막 당부를 남기며 말을 맺는다.

"5월 14일부터 민생민주국민회의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일자리 확대의 요구를 걸고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그중 등록금 문제는 교육 영역에서 핵심적 요구이지요. 이렇게 모두 한목소리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만큼,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서 불거진 촛불 문제가 국민들의 1차 심판이었다면, 등록금 문제, 교육 문제를 외면하면 국민들의 제2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면, 등록금 문제 해결에 꼭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의 더 자세한 활동을 알고 싶은 분들은 등록금넷 카페(cafe.daum.net/downstop)으로 오시면 됩니다. 서울시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 운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halfedufee.com)



태그:#등록금, #등록금넷, #1인시위,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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