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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들어맞은 5월 11일. 비싼 등록금 때문에 신음하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달음에 달려온 교수노조 김한성 위원장(연세대 법학과 교수)은 우의를 입고, 우산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 우선 교수노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교수노조는 2001년 설립되어 올해로 8주년을 맞이하는 노동조합입니다. 아직 교수들은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해 현재까지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수노조는 당시 교육부의 시장논리 강제,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 등 대학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조직적 교수단체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출발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을 봉쇄한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교원노조특별법 개정을 통한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해 국회 청원, 집회, 시위 등 여러 방법으로 교수 노동기본권 회복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해 왔습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대학개혁과 교권수호를 열망하는 많은 교수들이 직접 참여하게 되었고 교육·노동·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이 교수노조 합법화를 지지하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 아래 고통 받는 대학생, 학부모들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교육 특히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등록금 대폭 인상이 당연한 국공립대 법인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사립대학들은 재단전입금은 내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수백억에 달하는 적립금만 쌓아 놓고 있습니다. 등록금 인하요인이 충분한 데도 책임회피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1인시위를 통해 대학, 학생, 학부모 모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등록금 후불제를 알리고 입법을 요구하기 위해 1인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등록금이 대학생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등록금이 대학생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건 몇몇 보도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학업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랄 학생들이 오로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 재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학업 기회를 가지게 되어 사회에 나와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비싼 대학 등록금이 학생과 가족들의 미래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꿈보다는 절망감을 가지고 대학 생활을 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비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등록금 후불제 제안 배경은 무엇입니까?

"지난 10년간 대학등록금은 매년 물가인상률의 3~4배로 치솟았습니다. 사립대 평균 1년치 등록금이 800만 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1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높은 이자의 학자금 대출을 받고, 그나마도 여의치 않으면 휴학을 하거나 학기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학비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건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건지 분간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움직임조차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반값등록금' 정책은 당선 직후 종적을 감춰버렸고, 최근 교육기술과학부가 발표한 등록금정책도 그저 학자금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정책에 불과합니다. 고등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고서는 대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며 더 이상의 경제 발전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소득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등록금 인상률도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습니다. 반면 대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비는 2002년 기준인 OECD 평균인 13,343달러의 절반 이하인 6,047달러이며 이 수치는 미국의 1/3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비중도 전체 고등교육비의 19%에 지나지 않아 OECD 평균 78.1%의 1/4 수준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지원은 늘리고 민간 부담은 낮추면서 고등교육비를 증액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안이 바로 등록금 후불제입니다."

 

- 등록금 후불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등록금 후불제는 대학은 무상으로 다니고 졸업한 이후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소득에 비례해서 후배와 후손들의 대학교육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록금 융자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후불제를 실시하면 등록금을 정부와 대학과 학부모가 함께 결정하고 감독하게 되므로 등록금 상한제가 실시되고, 표준적인 교육의 질이 보장되며, 대학의 회계가 투명해져 등록금을 빼돌리는 고질적인 사학비리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많은 선진 OECD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일 먼저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했고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즈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캐나다 등 여러 교육선진국들도 등록금후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자금융자제도는 이자율이 7.65%에 달하는 고리대 금융상품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학생들을 졸업도 하기 전에 채무자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특히 취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융자를 받은 졸업생들이 사회진출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 후불제는 먼저 대학 졸업 후 세금 형태 즉 대학교육세로 상환합니다. 희망하는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국가가 부담하고, 혜택을 받은 학생은 졸업한 후 연봉 24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해에 소득에 연계하여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며, 납부 연수는 최대 20년으로 합니다. 수입이 연 2400만 원 이하인 졸업생은 세금이 유보되어 납부하지 않습니다.

 

매년 등록금 액수는 정부, 대학,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합니다. 또한 등록금상한제를 연계 도입하여,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서 결정한 등록금을 기준으로 +5%의 차이를 둘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대학별 등록금책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후불제 참가 대학은 대학별로 예산과 결산을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 제출하고 승인과 감사를 받게 되니까 자연스레 대학재정이 투명해집니다."

 

- 등록금 후불제를 채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요?

"우선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여 국립대와 사립대, 대학들 사이의 등록금 차이를 점차 해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등교육 예산을 현재 GDP의 0.4%에서 매년 0.05%포인트씩, OECD 평균인 1.1%가 될 때까지 증가시킨 뒤 늘어나는 예산 부분은 고등교육후불제기금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사용합니다. 후불제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국채를 발행하면 쉽게 해결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총액은 연간 약 11조원인데 이 액수는 모든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및 대학원 학생들의 등록금을 합한 액수입니다. 이 액수만큼 국채를 발행하여 등록금을 지원해 주면 가계 처지에선 그만큼 소득증대 효과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소비도 늘어나 국민경제가 활성화 되고 세수가 증대됩니다.

 

저희가 분석해본 결과 정부가 11조 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세수증가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갚아도 실제 부담은 매년 3조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등록금 후불제 실시 후 4년이면 졸업생들이 기여금을 납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OECD 회원국들은 평균 대학진학률 50% 수준에서 GDP 대비 1.2%의 금액을 고등교육에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84%의 대학진학률 수준에서 GDP 대비 0.4%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비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OECD 평균수준을 국가가 부담하려면, 현재보다 최소 6조 원 이상을 고등교육부문에 지출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용확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등록금 후불제 시행을 위해서는 비용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입니다.

 

참고로 유상교육에서 무상교육을 거쳐 후불제로 정착한 호주와 무상교육에서 유상교육을 거쳐 후불제를 채택한 영국의 경제학자들도 이 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무상교육을 실시 중인 프랑스 ・ 독일 ・ 스웨덴 ・ 핀란드 ・ 노르웨이 등의 경제학자들도 이 제도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2005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총학생회연합대회에서도 이 제도를 사실상 차선의 제도로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역시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합니다."

 

-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전개하실 계획인지요?

"이미 작년에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요구하는 국토대장정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더해 입법청원 운동으로 대국민 서명운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와 대학을 설득하기 위해 교수노조 내외 전문가들을 통해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 나갈 생각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에 해왔던 국공립대학 법인화 저지, 사학비리 척결 등 교육 공공성과 대학 재정 건전성 강화 운동을 등록금 후불제와 연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태그:#등록금, #후불제, #교수노조, #김한성,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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