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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 365일 중 하루,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를 표하는 날이다. 이런 날 안타깝게도 한 어머니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바로, 오늘의 1인 시위의 주인공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영미 공동대표이다. 그녀는 여성단체연합의 대표라기보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한 명의 학부모로 오늘의 자리에 섰다고 한다. 학부모 한 명으로 평소 생각하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오늘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첫째아이가 사립대를 현재 다니고 있습니다. 2학년이죠. 등록금을 3번째 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등록금 인하! 너무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현재 고등학생 1명, 중학생 1명이 더 있는데... 막내가 대학갈 때까지 등록금을 다 댈 수 있을까 싶어요. 그나마 국공립대는 등록금 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국공립대는 매우 적지 않습니까? 제 애도 지금 다니는 학과는 국공립대에는 없습니다. 등록금 비싸다고 대학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제가 여성단체 일을 하다 보니, 그 속에서도 등록금 문제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풀뿌리 여성 운동 지원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회원들과 자주 대화를 합니다. 회원들이 제일 많이하는 이야기는 교육비입니다. 가정 경제 측면에서 등록금, 사교육비가 제일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등록금 낮추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어머니들이 풀뿌리 여성 활동을 하다보면 활동 능력도 높아지게 되는데, 그 때쯤되면 교육비를 벌기 위해서 다시 떠나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저의 개인적 고민이기도 하고, 만나는 여성분들의 고민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번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어버이 날에 이렇게 나오게 되셨는데…. 카네이션은 받으셨는지요?

"예, 꽃보다는 오래 가는 화분을 받았어요. 요즘은 그러는 추세라고 하더라구요. 지금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 어버이날에 이렇게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오시게 되었는데, 이런 날 1인 시위에 나오시는 심정이 어떠신가요?

"어버이날 이렇게 나오니 저도 맘이 이상하다더군요. 아이들한테서 '고맙다', '감사하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카네이션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벌써부터 학비 때문에 부모에게 미안해 해요. 정말 안타까워요. 둘째는 벌써부터 국립대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요.

 

또 한편으로는 정부가 뭐하나 싶었어요. 어버이 날 정부가 할 일은 부모들의 근심 걱정 덜어주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일이 아닌가요? 부모들의 제일 큰 걱정이 바로 자녀들을 잘 키우는 일 아닙니까? 당연히 정부는 이런 날 자녀교육 때문에 갖는 근심 없애주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할텐데 왜 안될까요?

 

어느 정도 비슷하면 몰라도 지금은 천지 차이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외국 연수 가는가 하면, 대졸까지 한번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비마련 때문에 '알바'하느라 대학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도 많죠. 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교육은 기본권 아닙니까?  옛날이야 10% 대학에 갔으니 등록금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83%나 대학을 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학교육도 의무교육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해야지요. 정부가 등록금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어버이 날이네요.^^"

 

-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납부하시고 계십니까? 현재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신지요?

"현재 한 학기 등록금이 460만원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 달에 80만원을 모아야 하는데, 현재 가계 수입의 1/3에 해당합니다. 책값, 식비 등 다 빼고 말입니다. 정말 큰 돈이죠? 지금까지 3번 등록금 냈는데, 입학할 때에는 입학금까지 냈으니 더 비쌌죠. 대신 2/3 장학금 받았습니다. 2번째에는 전액을 냈고, 이번에는 1/3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장학금을 받아서 조금 낫지만 그래도 이 액수도 많습니다.

 

입학할 때에는 동생이 초등학교 졸업할 때 100만원 정도 받았는데, 그 돈이랑 합쳐서 등록금 냈습니다. 2번째는 언니들에게 빌려서 내고 11월에 갚았고, 3번째에도 또 주변에서 돈을 빌려서 냈습니다. 얼마 전에 갚았어요. 되도록이면 학자금 대출은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자녀분들도 미안해 하겠네요?

"그래서 우리 애가 알바합니다. PC방에서 토요일, 일요일 7시간씩 알바합니다. 알바하고 있는 것 보면 속상합니다. 사실 대학 다니면서 일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 18세가 지나면 성인이니 공부도 하고, 노동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적지요. 알바하다 보니 피곤한지 가끔씩 수업에 지각을 하곤 합니다. 지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알바와 수업비를 비교해봤습니다.

 

계산해보니 수업비가 1시간에 3만원 2천원정도 하더군요. 알바비는 최저임금 4000원 받습니다. 8시간 일을 해야 1시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정도로 힘들게 듣는 수업인 거 교수님이 아시고 강의해주셨으면... 그렇게 신경써서 강의해주신다고 해도, 너무 비싼 것이 사실 아닌가요? 최소한 1-3시간 정도 일해서 강의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어요?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학비를 지원해야하겠지만 지금은 최소한 이 정도가 되어야 형평성이 있지요. 최저임금이 그만큼 올라가든지, 아니면 그 정도로 학비가 내려가든지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도 집값, 밥값, 옷값 다 뺀 금액인데. 정말 등록금 비싸죠?"

 

- 자녀분이 3명이나 된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학비는 어떻게 조달하실 생각이십니까?

"고 1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려면 앞으로 3년 정도 남았으니, 그 전에 등록금을 꼭 내려야하지 않겠어요? 2012년에 대학 들어갈 때까지 결판을 내야지요. 특히 총선, 대선이 있으니, 부모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죠. 옛날이야 경제 성장 강요하면서 국민들 복지, 기본권은 신경 썼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않습니까?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교육, 복지, 문화 혜택이 너무 부족합니다. 다 부모들이 책임지고 있지요. 세계화, 세계화하지만, 우리 부모들 보통 이런 거는 잘 모릅니다. 교육을 위해서 자기 주머니 터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지요. 그런 걸 정부가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 '맹모삼천지교'. 언제 적 이야기입니까? 다 봉건시대 이야기 아닙니까? 민주주의 시대에 정부가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인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뭡니까? 첫번째는 누울 자리입니다. 두번째는 밥 먹는 것이죠. 그리고 세번째는 교육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자리가 최상으로 마련되고, 밥먹는 것을 최상으로 한 다음에 교육을 잘 받길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다. 앞의 것은 최소한으로 하고 교육을 잘 받은 다음, 그 다음에 더욱 호화로운 잠자리, 식사를 바라죠.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주인인 국민들의 뜻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정부가 그런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비를 마련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가 도대체 살림살이를 어떻게 사는 건지. 전직, 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자녀들 교육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전국민이 교육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자기 자녀들 알바시키면서 대학 공부 시키고 있다고 하면 아직 깨우치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이해도 해줄 수 있겠건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 유학 보내서 대학 공부시키면서. 어디 알바시키면서 자녀 교육 시킨 대통령이 있습니까? 자기 자녀 교육은 안 그러면서 다른 자녀들은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디 말이 됩니까? 그렇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겁니다. 교육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의 일을 하겠다는 공무원들 아닙니까? 교육은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더 화가나네요. 3년 뒤에는 등록금 조달 걱정 안 하는 세상이 되어야 겠지요."

 

- 지금의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치인들, 공무원들이 나서야 하겠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일단은 국민들, 학부모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민들 스스로 '돈 못 벌어서 자녀 교육 잘못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민주주의 국가기에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이들이 살림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이들에게 월급 주는 이유도 다 그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럴 능력이 없으면 그만 내려와야지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한테 죄스러워하지 말고, 과마다 돌아가면서 이런데 나오면 좋지 않을까요? 전국민의 거의 100%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 같이 고민해서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교수님들도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등록금 싼 곳으로 유학 다녀오신 교수님들은 그런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비싼 나라에서 돈 많이 내고 다닌 교수님도 자기 돈 많이 냈다고 모른 척 해서는 안되죠. 배우신 분들일수록 나서줘야 합니다.

 

현재 국민 개인 부담 교육비와 정부 부담 교육비를 합치면 전체 교육비는 대단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개인에게 교육비 책임을 돌리지 말고 그 돈을 다 합쳐서 정부가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등록금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등록금 문제 해결되지 않을까요?"

 

- 평소에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나봐요? 끝으로 어버이날인 만큼, 학부모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자식들 키우랴, 공부시키랴 어머니, 아버지들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부모가 되었으니 아이들 공부할 수 있도록 애쓰는 건, 부모의 당연한 도리이지요. 하지만 옛날처럼 스스로가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혜택은 개인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로 다 돌아가니까요.

 

우리 아이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재능을 계발하고 이들이 바르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같이 노력해야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평균적 수준으로는 교육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장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함께 노력해요!"

 

너무나도 진솔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고액 등록금으로 인한 부모님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어버이날이라서 그런지 고액 등록금이 가계에 끼치는 부담에 대해서 다시 더 고민해보게 된다. 며칠 전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www.albamon.com)이 대학생 926명을 대상으로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가 무엇인가"라는 설문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응답자 37.4%가 '빨리 취업하는 것'을, 23.4%가 '장학금,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학비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을 뽑았다.

 

부모들이 가정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것만큼, 자녀들도 가정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고액 등록금은 부모가 자녀에게 미안하고, 자녀도 부모에게 미안한 안타까운 현실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하지 않을까?

 

어버이날, 우리 부모님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 카페(cafe.daum.net/downstop)에 가시면 등록금넷의 더 많은 활동을 아실 수 있습니다. 'halfedufee.com'으로 가시면 서울시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운동에도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등록금, #등록금넷, #반값등록금,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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