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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3일차인 30일. 재보궐 선거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진 날이지만, 그래도 등록금 1인 시위는 계속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이러한 지속적인 실천만이 등록금을 인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1인 시위 참가자는 홍세화씨다. 우리 사회 언론인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흔쾌히 동참해주시겠다고 이야기하신 홍세화씨. 그는 어떻게 이번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눠보았다.

 

 

 

젊은 세대에게 미안해 1인 시위 나와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 대한 미안함, 개별화되어 있는 대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 기성세대로서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 이 3가지가 그가 이번 1인 시위에 나올 수 있도록 한 이유라고 한다.

 

- 이번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젊은 세대, 대학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앞으로 88만원 세대로, 청년실업으로 살아가게 하고, 1000만원이나 등록금을 내야하는 상황을 낳게 한 기성세대로서 대단히 미안했습니다.

 

또 하나, 대학생이 나서야 하는데, 당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며, 집단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조금이나마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움직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부족해요. 등록금 문제는 자신의 문제인 것과 동시에, 후배의 문제, 자손 대대의 문제인데,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지…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개별화되어 있어서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기성세대로서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요. 부자 감세가 금년에만 13조가 넘게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집권당이 정책으로 내세운 반값 등록금은 실종되었지요. 5조여원 밖에 안되는데…그러한 집권 여당,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 이 3가지가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배경입니다."

 

학벌과 고액 등록금, 그 깊은 상관 관계

 

이번 1인 시위 피켓 문구에 언론인이 아니라, '학벌없는 사회' 공동 대표라고 써달라고 하신 홍세화씨. 학벌 없는 사회와 그 이유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 '학벌 없는 사회'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학벌 사회입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냐?' 혹은 '대학을 나왔느냐? 못 나왔느냐?'가 그 사람의 신분을 결정합니다. 과거의 신분제도처럼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올바른 경쟁도, 게임도, 진보도, 평등도 모두 가로 막는 주범이 바로 학벌입니다.

 

학벌은 고등학교까지는 사교육으로 왜곡됩니다. 그리고 학생은 학생대로 고생하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사교육비와 전쟁을 치릅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는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열패감을 가집니다. 이는 자기 능력을 키우는 걸림돌이 되지요. 사회 문화적 소양을 갖추는 교육이 아니라,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이 진행되고, 이런 문제 역시 다 학벌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학벌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교육의 정상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올바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학 평준화, 유럽과 같이 입시 제도 폐지 등을 연구하는 곳이 바로 '학벌없는 사회'입니다. 대학생들도 학벌없는 사회에 공감해주길 바랍니다."

 

그럼, 그러한 학벌과 고액 등록금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쉽게 말해서 대학 서열화가 고액 등록금을 더욱 추동한다는 것입니다.

 

- 고액 등록금과 학벌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고액 등록금을 추동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대학 서열화입니다. 상위권 대학, 특히 서울의 사립대가 등록금을 올리고, 다른 대학들은 그렇게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감 속에서 등록금을 더욱 올리죠. 결국 고액 등록금이 탄생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학벌 사회와 고액 등록금, 서열화는 결부되어 있는 것이지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무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대학 서열화가 철폐되는 것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 등록금 문제를 단순히 비싼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겠네요.

"맞습니다. 등록금 문제도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비싼 등록금 내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그것은 맞지 않습니다. 다수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결국 힘들게 알바, 인턴, 청년실업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대학 다닐 것을 요구하는 사회, 사회가 등록금 문제를 책임져야

 

구조적 문제에서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는 홍세화씨는 사회가 등록금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 사회 80%가 대학에 입학합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높죠! 그 말은 바로 한국 사회가 대학 다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 다녀야 사람 구실합니다. 예를 들어, '몇 학번인가요?'라는 것을 쉽게 묻지요. 그 자체가 대학을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학 가지 않으면 사람 대접 못 받는 것이죠. 그런데 심지어 고액 등록금을 강제적으로 내게 합니다."

 

- 다른 나라들은 어떠합니까?

"유럽사회에서는 대학 입학률이 20-40% 정도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대학에 안 가도 살 수 있습니다. 대학 가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소수가 가는데도 불구하고, 유럽 사회는 사회 전체가 비용을 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떠합니까? 80% 이상이 대학을 갑니다. 그런데도 무상 교육이 아닙니다. 수익자 부담 논리를 강요하죠. 수익자 부담을 적용하면 오히려 소수가 가는 유럽 사회가 적용을 해야겠지요. 교육은 공공재입니다. 사회에 환원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제 딸이 파리 1대학을 다닙니다. 올해 330유로를 냈습니다. 1년에 57만원 돈이지요. 그 절반 이상도 학생 의료 보험비입니다. 그것도 인상된 것이지요. 그래서 유럽 학생들은 아우성쳤습니다. 한국대학생들도 그렇게 해야하는데… 기업도, 정부도, 대학도 모두 책임지지 않는 이 상황에 화가 납니다."

 

- 프랑스가 이러한 것이 가능해진 요인은 무엇일까요?

"그 이념적 배경은 공화국입니다. 공화국이 영어로 무엇입니까? 바로 'republic'이죠. 're-'를 빼고 'public'이 뭡니까? 바로 '공공의'입니다. 보통 '공공'이라고 하면 통치 이념으로 생각하는데, 프랑스는 그것을 목적으로 두는 것입니다. 그 나라 민중, 국민들을 위한 것을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교육도 공공적인 것이고 나라가 부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요. 우리나라도 공화국이긴 하지만 이것이 다른 것이지요. 그러니 국민 소득 1만불이 안됐을 때, 지금처럼 '교육'을 하게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 국민 소득 2만불, 선진화 떠들지만 실상은 내용이 없죠."

 

등록금 인하는 경제 위기 극복과도 연관 돼

 

"현재 부자 감세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한국의 교육비는 일본보다도 높습니다. 세계 최악이죠. 경제 침체를 극복하려면 내수가 진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은 국민들에게 돈도 나눠주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졸업생 80%가 대학을 다니니, 이들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구매력이 늘겁니다. 사실 부자들은 감세해줘도 평소에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돈을 잘 쓰지 않지만, 서민들은 대단히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경제 위기 극복에도 대단히 좋습니다."

 

실천하는 대학생들 기대한다!

 

계속되는 인터뷰 과정에서 홍세화씨는 대학생들이 실천하지 않는 것을 대단히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 그러한 그가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끝으로 들었다.

 

-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신다면?

"민주사회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첫번째로는 광신자들입니다. 두번째는 노름하는 사람들입니다. 공통점은 둘 다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죠.

 

민주사회가 성숙하려면 그들보다 더 적극적인 시민이 탄생해야 합니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의사를 표현할 때, 민주주의의 토대는 마련됩니다. 점잖병, 고답적인 사람인 아니라, 적극적인 사람, 그러한 초석을 닦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대학생들의 실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면서, 홍세화씨는 프랑스에 있는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소개해주셨다. 그 말에 너무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한 걸음에 내달려오신 그의 열정이 더 많은 대학생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등록금넷은 5월 22일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합니다.


태그:#등록금, #1인시위, #학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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