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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참학 장은숙 회장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참학 장은숙 회장
ⓒ 조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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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건만, 유난히 햇살이 뜨겁다.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맞으며,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인 청와대 분수대 앞에 조용히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1인 시위에 동참한 참교육 학부모회(이하 참학) 장은숙 회장이다.

참학·전교조·교수노조·참여연대·한대련 등의 550개의 단체가 포함된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는 28일부터 5월 22일까지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1인 시위는 다가오는 5월 대학생들의 대규모 행동을 지지하며, 고액 등록금 인하는 전국민적 요구라는 것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등록금넷은 4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고액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삭발·단식·3보1배 등 끊이지 않는 실천을 보며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 1인 시위는 28일을 시작으로 학부모뿐만 아니라 여성계·문화계 등 다양한 각계각층이 함께하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다.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의 첫 포문을 학부모가 열었다. 대학생과 함께 고액 등록금 문제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1인 시위 첫 주자로 참가한 참교육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을 만나보았다.

- 이번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학부모들이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고,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생 80% 이상이 대학 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등록금은 너무 비싸지요. 내려야 한다는 학부모의 심정으로 1인 시위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는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나라입니다. 그만큼 부모가 많은 것을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죠. 대학까지는 부모가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결혼까지 책임져야 하다고 생각하죠.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뒷받침을 못하면 죄책감을 가지게 되지요.

그런데 그런 죄책감은 부모가 가지는 것일까요? 저도 대학 다닐 때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저한테 미안한 만큼 저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도 죄책감을 가지고 자녀도 죄책감을 가집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미안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미안한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요. 이것이 바로 등록금 문제가 만들어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등록금넷에서 진행된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공청회 자료집의 학부모 토론문에 '소 팔아서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학부모들은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비관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까지 되고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는 학부모님들께 한 말씀 이야기해주세요.
"등록금 1학기 500만 원, 연간 1000만 원!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서야 부담이지요. 빚을 내더라도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하고 결국 뒤늦게 생활 전선에도 뛰어들게 됩니다. 안타깝습니다. 고액 등록금에서 자유로운 날이 오면 얼마 좋을까요? 그래서 저는 등록금 문제에도 공교육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이제는 대학 가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사교육비입니다. 워낙 사회적 논란이 되니, 현재 정부는 사교육비 해결을 위해서 각종 대책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똑같은 것이 아닐까요? 등록금을 낮추는 것도 정부가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의지가 없으니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액 등록금으로 인한 고통, 부담은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체 부모의 문제이지요. 등록금 문제 해결에 모든 학부모가 관심을 보인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 지난 10일,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하던 대학생들이 대거 연행된 일이 있습니다. 그 이후 대학생들은 정부는 반값 등록금 이행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5월 1∼2일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나서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절박한 심정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정부가 의지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저항은 필요합니다.제가 얼마 전 책을 하나 봤습니다. 학교에서 매일 급우들을 괴롭히며 돈을 뺐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는 돈을 빼앗기면서도 그 친구에게 대드는 것이었습니다. 주위 친구들이 "왜 그렇게 저항하느냐? 어차피 맞고 돈도 빼앗길거면서"라고 묻자 그 친구가 대답합니다. "내가 조금이나마 저항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쉽게 돈을 얻을 것이고,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지 않겠냐"며 "작지만 저항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그 친구도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저항하지 않았던 다른 친구들은 반성하게 되었고 결국 저항은 확산되었습니다. 마침내 전체 반 아이들의 힘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던 그 아이가 학교에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깨지고 잡혀가도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조금씩 변화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당사자들이 나서도, 학부모가 나서고 시민단체들이 나서면 정부도 공약을 지키지 않을까요?"

- 끝으로 정부에 한 마디 해주세요.
"우리 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은 매우 비쌉니다. 가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에 맞게 정부의 지원과 함께 등록금이 책정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특히 이번 반값 등록금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입니다. 공약인 만큼, 당연히 지켜야지요.

당선되기 위해서 국민들의 구미에 맞는 약속을 내놓건 아닙니까? 그만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시 사회적 이슈였고, 국민들의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만큼, 이제 난관이 있어서도 정부가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빌 공의 공약(空約)을 바란 건 아니라는 것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등록금 문제 정말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느덧 개나리가 졌다. 그럼에도 등록금 투쟁은 계속되고,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등록금 투쟁을 개나리 투쟁이라고 부르기에 무색해졌다. 청와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는 1인 시위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꼭 청와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조민경 기자는 등록금넷에서 실무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등록금넷은 등록금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로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등록금넷 카페(cafe.daum.net/downstop)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태그:#등록금, #반값등록금, #등록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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