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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1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남한에 대한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남측의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군에 대북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하달했다. 지난 1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던 남북관계가 급기야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까지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총참모부가 이명박 정부의 6·15 선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남한군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태세 강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비증강 등을 비난하면서 밝힌 '원칙적 입장'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가 '대결의 길'을 선택한 만큼, 북한군도 '전면 대결태세'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남한 정부의 반공화국 적대감 고취와 임전태세 강화에 따른 북침전쟁열이 높아질수록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 더욱더 강력하고 무자비한 섬멸적인 징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남한에서 해상분계선으로 간주해온 북한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선포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단히 거칠고 위협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곧바로 군사적 조치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경고한 군사적 대응조치는 "북침전쟁열이 높아질수록"이라든지,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에 대한 침범해위가 계속되는 한"과 같은 조건들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남한 정부의 태도와 대응 수위에 따라 자신들의 행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예방외교'에 나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석] '전면 대결태세' 북한의 세 가지 노림수

 

올해 들어 남북관계의 특별한 악재가 없었음에도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그것도 군복 차림으로 성명을 발표한 '대외적' 의도로는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남북관계의 위기 지수를 높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해 보겠다는 것이다. 취임 1년간 남북관계를 홀대해온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4대 국정목표에 남북관계를 포함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남북관계 홀대'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북한의 신년사설에 대해 "북한은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에 나서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은 자신의 잇따른 요구와 경고에도 이명박 정부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더욱더 위기지수를 높이는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이러한 의도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실제로 무력충돌까지 불사하는 군사적 긴장을 높여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극심한 경제위기와 잇따른 실정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과 국정장악력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위기까지 조성되면, 북한은 MB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MB 정부를 더욱 흔들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 작년 4월 1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에서 "남조선이 우리와 등지고 대결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나, 이번 총참모부 성명에서 "남조선사회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히틀러 못지않게 민족의 재앙을 불러오는 위험인물이라고 지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셋째, 1월 20일 출범할 오마마 행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최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미관계 정상화로는 부족하고 미국의 핵위협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나, 총참모부 성명에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력증강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미국과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기선잡기를 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에게 시급성을 인식시켜 한반도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게 하는 한편, MB 정부의 정책전환을 요구해달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위협적인 언행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태도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언행은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는 남한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한편, 남북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개혁진보세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남남갈등은 더욱 커지고 남북관계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언] MB 정부, '예방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미 남북한은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거치면서 교전수칙을 바꿔놓은 상태에 있다. 서해상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또한 또 다시 교전사태가 발생하면 확전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대단히 높다. 남한은 이미 육․해․공 합동작전 및 한미연합태세로 대응키로 한 상황이고, 이에 맞서 북한도 해안포와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전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선은 예방이다. MB 정부가 자존심에 집착하지 말고 '예방외교'에 나서야 할 절박한 까닭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기조는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의 기조는 군사적 준비태세와 대북경계태세를 강화해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겠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억제 전략이 '무력충돌도 불사해 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북한의 행동을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군사적 상응조치는 긴장을 고조시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은 차분하면서도 위기 예방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특히 북한 해군이 NLL을 월선 하더라도 남한군이 격파사격에 나서는 행동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억제 전략은 외교를 수반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방의 최고 목표가 전쟁 방지에 있다면, 총을 쏘지 않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볼 때, 예방외교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조의 변화가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결과를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실용주의'의 진수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MB 정부는 위기 상황을 관리·예방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화위복'의 지혜이지 않겠는가? 


태그:#총참모부, #서해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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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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