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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5월 촛불 정국을 촉발시킨 '촛불소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또 미국발 금융한파가 몰아닥친 가운데 인터넷 아고라 광장에서 맹위를 떨친 '미네르바'를 '올해의 누리꾼'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까지 누리꾼들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편집국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했습니다.   

'촛불소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와중에 등장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평화적 저항을 상징합니다. 또 '얼굴 없는 온라인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는 정확한 분석력과 날카로운 독설로 현 정부의 무능력한 경제 정책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올해 촛불 소녀와 미네르바의 출현은 인터넷이라는 소통의 광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 공간의 소통엔 해방적 잠재력이 있습니다. 2009년, 인터넷은 한국사회에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됩니다. <편집자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24일경 참여연대의 한 간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사주간지로부터 여론조사 의뢰를 받은 리서치업체 조사요원이었다.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 간부는 망설임 없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미네르바"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사요원 왈!

 

"한국 사람으로 (대답)해주세요!" (^^;)

 

얼마 후 이 시사주간지는 "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국민 요정'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진정한 영웅' 1위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올해의 누리꾼에 '그'를 선정하다!

 

<오마이뉴스>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여론조사까지는 아니지만, 독자들로부터 2008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인물과 누리꾼을 추천 받았다. '올해의 누리꾼'으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을 펼친 미친소닷컴 운영자 백성균씨 등이 추천됐지만, 역시나 많은 독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 사람을 지목했다.

 

아이디 '비사인(greenyds)'은 그를 추천하면서 "그의 지적과 경고가 여러 모로 사실로 증명됐다"며 "지나친 신격화는 피해야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그의 존재에 대해 누구도 무시하긴 힘드리라 본다"고 사유를 밝혔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독자들의 추천과 내부 논의를 거쳐 그를 '올해의 누리꾼'으로 최종 선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올해의 누리꾼으로 선정했으니, 시상도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 그가 정확하게 누구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그는 누리꾼들로부터 '예언자', '선지자', '아고라의 현인', '인터넷 경제대통령' 등으로 불린다. 그를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인류의 구원자로 나오는 '네오'로 칭하는 누리꾼도 많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를 두고 어떤 이는 '금융회사의 임원'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정부에 타격을 가하려는 공무원'일지 모른다고 얘기한다. 그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밝힌 사실은 '50대 남성'이라는 게 전부다.

 

의도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한술 더 떠서 그의 소재 파악을 위해 검사들까지 동원할 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국가정보원까지 발벗고 나서더니, 그가 '50대 증권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난데없이 한 경제신문 논설위원이 '그'를 자임하고 나섰다. <파이낸셜뉴스> 곽인찬 논설위원은 "자수한다, 더 이상 정부와 언론은 날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는 '자술서'를 신문에 게재했다. <조선일보> 등이 "맞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곽인찬 논설위원이 그를 모방한 패러디 칼럼을 쓴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일은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보당국이 그의 정체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쥬아나'는 "그가 50대 증권맨이라고 밝혀진 이상 기획재정부에 등용하자"며 그를 옹호했다. '강만수 퇴진론'도 모자라 "강만수 장관 대신 그를 경제 관료로 앉히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보 당국이 그를 찾은 것은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다"는 지난달 20일자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패러디' 칼럼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오마이뉴스>도 이 칼럼을 인용해 보도했다가 2시간만에 '오보'에 대한 사과문을 실어야 했다. ㅠㅠ)

 

또 다른 누리꾼들은 정보당국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의 필명 함께 쓰기 운동을 벌였다. 인터넷 상에서 그는 순식간에 한 명이 아닌 수십·수백명으로 늘어났다. 기자가 그를 찾아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이유랄까?(^^)

 

사실 그가 정확하게 누구냐는 문제는 본질과 한참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가 현재 1000p를 웃도는 코스피 지수가 500p까지 추락할 것이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을 예언한 지금, 그의 신원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명박 정권이다"

 

그는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며 경제 관련 토론글로 인기를 끈 '사이버 논객'이다. 그가 왜 '올해의 누리꾼'에 선정됐는지, 알 만한 분은 다 알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 비록 '패러디' 칼럼이기는 하지만, 그를 모방한 곽인찬 논설위원의 '미네르바 자술서'를 보자.

 

"정부에 묻는다. 왜 사람들은 나를 순교자로 추앙할까. 왜 사람들은 정부보다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일까. 왜 사람들은 현 경제팀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걸까. 한마디로 정부가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에 나는 반토막 펀드를 쥐고 밤잠을 설치는 투자자들의 막막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그들이 나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

 

그는 이어 "오늘날 위기가 10년 전 외환위기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나 같은 이들이 활개칠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됐다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 정권"이라고 일갈했다.

 

"항상 건강하세요. 성서에 예수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엔 미네르바가 있었음을 기억할게요."

"양의 탈을 쓴 봉사들이 저희 앞을 이끌고 있지만 선지자 같은 분이 방향을 제시해 주셔서 신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가 정보기관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절필을 선언한 지난달 14일, 아고라 게시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라는 그의 마지막 글은 12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앞서 잠적을 시사한 13일 '이제 마음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라는 글에는 22만여 건의 조회수에 댓글 3600여 개라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말 그대로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의 힘은 정확한 분석력과 날카로운 독설

 

그는 지난 7월부터 당시 경제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물가 상승, 환율 폭등 등의 사전 경고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9월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던 리먼브러더스 도산 이후, 이 회사의 도산을 예견했던 그는 마침내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미네르바 신드롬'의 가장 큰 배경은 그의 분석력이다. 그는 각종 통계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강조했다. 이러한 분석은 이후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정확했다.

 

"9월이나 10월 중에 중견 하도급 순위 50위권 내에서 한두 군데의 부도 처리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부도가 날 경우 전 금융권에서 동시에 여신 회수 조치에 들어갈 공산이 다분하다." (9월 3일)

 

"물가 대란에 대비해야할 시점이다. 11월 실제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서비스 요금의 추가 동반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 (9월 8일)

 

"미 대선이 끝나면 이 정부는 올인을 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FTA로 돌파구를 뚫으려 할 것" (9월 12일)

 

그에게 비판과 독설이 없었으면, '사이버 경제대통령'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독설은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이미 누리꾼들의 '교주'가 된 지 오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잔인하게 말해서 경제를 쥐뿔도 모른다. 특히 거시경제는 거의 깡통 수준이지. 언제까지 그 개뼉다귀 씹어 먹는 경제 대통령 소리만 쳐 할래. 이미 무능력이 모조리 다 들통난 지 오랜데…." (10월 22일)

 

"지금 돌아가는 판세는 한국 대통령이나 강만수 장관이 설친다고 수습이 되는 단계는 (아니다.) 이미 정책적 통제력 상실 수준으로 외국 애들은 보고 있다." (10월 24일)

 

그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바로 주가와 환율의 움직임이다. 그는 9월 18일 "주가가 1210~1235 수준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그 후 1000포인트가 붕괴되고 말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융 시장 상황이 미네르바의 예상보다 훨씬 나빠지자, 누리꾼들은 헛발질하는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며 미네르바의 목소리에 더욱 기대게 됐다. 특히, "현금을 확보하라"는 그의 말은 예상을 뛰어넘는 주가와 부동산값 폭락으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한낱' 인터넷 논객에 불과한 미네르바와 경제 정책 당국의 수장인 강만수 장관의 위치는 늘 하늘과 땅이었다. 미네르바가 리만 브러더스 도산을 비롯해 물가폭등·환율상승·주가폭락 등의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동안 강 장관은 "위기가 과장됐다"는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끊임없이 퇴진론에 시달려야 했다.

 

누리꾼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네르바 개인이 아니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의 불안과 공포 속에 싹을 틔웠다. 그러나 그 신드롬을 키운 것은 '수사설'을 내비치며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는 수사당국의 움직임과 금융위기 속에서 말바꾸기로 일관한 경제부처의 갈지자 행보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네르바 신드롬'은 유쾌한 아이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재 우리 경제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경제위기 불안과 공포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제2·제3의 또 다른 '미네르바 신드롬'이 수많은 누리꾼들을 흥분 내지 광분시킬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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