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곱게 빤 빨간 고춧가루
 곱게 빤 빨간 고춧가루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에이치 에이치' 콧물이 주루룩.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재치기를 어찌나 많이 했는지 골이  흔들리고 어지럽다. 고추꼭지 따기가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번 고추는 너무 매운 것 같다. 우리집은 너우 매운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러다가 언제 다 다듬을지. 생각하다 마스크를 꺼내어 쓰고 고추 꼭지를 따기 시작했다. 안 할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이틀 전 주문한 고추가 왔다. 그것도 무려 35근이나. 이번에는 딸아이도 김장을해 보겠다면서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주문을 했다. 딸아이가 15근, 내가 20근이다. 지난 주 친구의 친정집에서 주문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올 줄 몰랐다. 추석이나 지나면 올 줄 알았는데. 이왕 빨리 왔으니 다듬어서 햇고춧가루로 추석김치를 하려고 마음 먹은 것이다. 다듬기 힘들다고 해서 조금 하다가 중단할 일도 아니고 해서 계속했다.

 재치기에서 날 구해준 마스크
 재치기에서 날 구해준 마스크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딸네 고추와 우리집 고추 35근
 딸네 고추와 우리집 고추 35근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고추꼭지가 달린 빨간고추
 고추꼭지가 달린 빨간고추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3일 저녁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고추꼭지 따기쯤이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재치기를 하고 콧물 눈물 흘리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허리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그거 보기보다 힘든데 "한다.

난 "그러게 집에서 살림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랍니다"했다. 그러더니 슬며시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참 후에 들어와도 끝나지 않을 것을 보더니 할 수없이 다시 앉아 시작한다. 혼자 하다가 남편과 둘이 하니깐 일이 빨라졌다. 딸네 고추15근을 다 다듬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따놓은 고추꼭지
 따놓은 고추꼭지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조금 쉬었다가 우리 고추를 다듬기 시작했다. 다듬기 시작해서 3분도 되지 않아 재치기에 눈물 콧물은 인정사정 없이 흘러내려 다듬기를 계속하기 정말 힘들었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커피도 마셔보고 사탕도 먹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마스크 생각이 났다.  마스크를 하니 조금 더웁고 답답했지만 고추 다듬기는 한결 괜찮았다. 똑같은 분량을 다듬는데 걸리는 시간은 마스크를 안할 때보다 거의 절반 이상은 덜 걸리는듯 했다. 그나저나 고추를 다 다듬고 나니 목은 가라 앉았고 눈은 퉁퉁 부었다. 눈물, 콧물, 재치기를 많이 한 탓이다.

4일 오전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가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프니?"한다. "음 어제 고추 다듬으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 그래" 했다. 친구는 "고추 두 번만 다듬었다가는 병원에 입원하겠다"하면서 웃는다. 그랬다. 정말이지 여태까지 그렇게 힘든 고추 다듬기는 처음이었다. 친구와 통화가 끝나고 고추를 방아간에 가서 곱게 빻았다. 

곱게 빻아 온 빨간 고추가루는 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찌개 등을  먹을 때 더욱 맛을 내게 될 것이다. 또 겨울 김장에도 큰 몫을 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그동안 고생한 것이 다 날아가는 듯 했다. 그런가 하면 내년 햇고추가 나올 때까지 없어서는 안 될 우리집의 소중한 양념이다. 

예전에 시장 고추집에서 고추 다듬기 아르바이트 하던 여인들이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고추꼭지를 따면서 돈도 버네"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매운 고추를 다듬어 보니 이 세상에 쉬운 일은 단 한가지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태그:#고춧가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