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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만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원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올초 1달러에 940원 하던 환율이 8월말 현재 1090원에 육박하고 있다. 9월 위기설의 기본 환경은 바로 환율 상승이다.

올초에 100달러(9만4천원)를 한국시장에 투자했다면 8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달러로 바꾸면 약 86달러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로만 15%의 손해를 봤다. 6월말 현재 주식과 채권에 모두 4천억불을 투자한 외국인들은 대략 520억불의 환차손을 입었다.

따라서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투자자 채권과 주식시장의 자금회수 등 이유를 들어 9월위기설을 말하는 전망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매우 현실적이기는 하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는 드러난 결과에 대한 전망이다. 시장변동에 따라서 위기가 다가오는 시점은 미뤄질 수도 있다.

위험1, 자산 거품에 따른 금융부실 가능성

우리 국내시장이 지닌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자산거품에 따른 금융부실 가능성이다. 8월 한달새 전국미분양 가구가 2만가구 늘어나 15만가구에 이른다.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줄여서 신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된 가구는 이보다 많은 20만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대주주였던 대우건설은 재작년 주당 3만4천원에 금호그룹에 매각되었지만 현재 주가는 1만2천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분양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금호그룹은 무모한 대출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바람에 최근 부도설이 나도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미분양 사태가 대우건설 부도로 이어진다면 금호그룹의 연쇄부도는 물론이고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에 4조원을 대출해준 국내 금융회사들은 연쇄적으로 부실을 떠안고 도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역시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건설은 10만원대의 주가가 현재 절반 가까이로 떨어져 있으며 마찬가지로 미분양사태로 인해 부도위기설이 나도는 중이다.

건설회사와 주주들은 직접투자라는 직접위험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권은 동반위험을 안고 있다. 일명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금융권이 건설사에 빌려준 돈은 80조에 달한다.

그중 은행권이 45조, 제2금융권이 35조이며 이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인 150조원의 절반수준에 이른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개인에게 은행이 빌려준 대출 총액의 절반 가량을 현재 아파트건설 또는 기타 건설사업에 융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채무자들이 갚아야 할 이자는 몇 년 새에 6퍼센트대에서 8퍼센트대로 폭등했다. 몇년전 한달에 100만원이었던 이자라면 지금은 130-14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아파트분양은 안되고 주택소유자 입장에서는 매월 갚아야 할 이자는 늘어난다.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만 그나마 팔고 싶어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외부 요소가 조금만 더해지면 부동산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폭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위험2, 노동력 착취에 이은 소비의 부진

경제에서 중요한 요소가 소비다. 위기의 두번째 원인은 노동력 착취에 이은 소비의 부진이다. 우리 정부는 김대중정부 시절 미국이 주도하는 IMF의 권유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포기했다. 이는 똑같은 일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비정규직의 등장은 정규직에게는 호황기에 높은 임금을 받는 계기가 되었지만 불황기에는 비정규직으로의 추락을 걱정하면서 소비의 위축을 가져온다. 게다가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는 주택구입과 사교육 노후준비 등에 수입의 대부분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므로 소비에 나설 여력조차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비판 이전에 극심한 소비 위축이 경기를 더욱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위험3, 외국자본에게 호의적인 정부

위기의 세번째 요소는 대한민국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가 친미사대정권으로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촛불에 휘두르는 몽둥이는 비정규직 이랜드 아줌마 노동자에게 향하는 몽둥이요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하청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의 1/3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아야 하는 20대 88만원세대에게 휘두르는 몽둥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4천억불 우리 돈으로 4백조원을 우리 증시에 쏟아부은 미국을 위시한 외국자본에게 언제든지 엎드릴 수 있는 정부의 등장이야말로 외국자본가에게는 호재지만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는 또다시 희생만을 강요하는 김영삼식 해법을 떠올리게 하는 악몽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년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본계급은 더욱 성장하고 오히려 혼란을 틈타 재벌사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왕회장으로 불리는 창업자의 자식수만큼 그 숫자가 늘더니 이제는 그 손자 손녀수만큼 재벌사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정의 주부들은 월60-80만원의 수입을 위해 노동시장에 내몰리고 있고 사회초년생들은 88만원세대라는 1년을 벌어도 대학 1년 등록금을 낼 수 없는 말도 안되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가장 큰 위기는 여전히 서민대중들이 대기업과 이명박 정부가 "우리를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태그:#88만원세대, #이명박정부, #대기업, #건설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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