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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이 서울 중평 초등학교를 방문, 방과후 교실 영어 프로그램장에 들러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란 제스처로 인사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이 서울 중평 초등학교를 방문, 방과후 교실 영어 프로그램장에 들러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란 제스처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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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9월, 처음 진행 예정인 대통령 영어봉사장학생 사업이 너무 비싼 '봉사비' 탓에 눈총을 받고 있다.

대부분 영어권 지역 1~4학년 대학생인 이들 400명을 불러오기 위해 들어가는 사업비가 한 해 18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학생 '아르바이트'에 정규 영어교사와 학사 학위가 있는 원어민 교사보다도 휠씬 많은 비용인 4500만원(1인당)이나 쓰게 되는 셈이다.

400명 대상 순수 사업비만 180억원

이 사업은 올 1월 "영어봉사를 하겠다는 교포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영향을 받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가운데 하나로 계획한 것이었다.

23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재외동포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400명을 뽑아 오는 9월 1일부터 농산어촌 지역 초등학교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00명 모집에 836명이 응모했고, 이들 가운데 607명이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지에 있는 동포 대학생(1·2학년 289명)이다.

이들에게는 한달 60시간 수업 기준으로 월 190만원(주거지원 40만원 포함)의 사례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액수는 한 달 88시간 수업 기준으로 220만원(주거지원 30만원 포함)을 받는 원어민 교사(급료가 제일 싼 서울을 뺀 15개 시도교육청 공동 책정 학사학위 소지자 기준)보다 시수 당 1.2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시간당 급료는 주로 대학생 자격인 영어봉사 장학생이 3만1666원인 반면, 원어민 교사는 이보다 적은 2만5000원이다.

영어봉사 장학생이 받는 특별대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기준 200만원 정도인 왕복항공권을 무료 제공받을 뿐 아니라, 돌아갈 때는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 인증서'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영어 수업과 생활에서 맨투맨 식으로 국내 대학 장학생들의 도움을 받는 특전도 제공받게 된다.

하지만 같은 봉사 장학생인 국내 대학생들은 비행기를 타고 온 이들에 견줘 턱없이 적은 월 50만원(한달 36시간 수업기준)의 돈만 받게 되어 또다른 차별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내년 7월까지 진행되는 영어봉사 장학생 사업을 위해 지출할 특별교부금으로 모두 260억원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이 가운데 농어촌학생 영어캠프 비용 80억원을 빼면 이 사업을 위해 들어가는 한 해 순수 사업비는 180억원이다.

이는 영어봉사 장학생 한 명을 운용하기 위해 4500만원의 나랏돈이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한해 2600만원을 받는 신규 영어교사와 2640만원(월 220만원 기준)을 받는 원어민 교사보다도 휠씬 큰 액수다.

같은 봉사인데도 한국 대학생은 50만원?

대통령 영어봉사장학생은 원어민 교사보다 더 많은 '봉사비'를 받는다. 사진은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의 영어수업(자료사진).
 대통령 영어봉사장학생은 원어민 교사보다 더 많은 '봉사비'를 받는다. 사진은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의 영어수업(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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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바라보는 일부 시도교육청 담당자의 시각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영어봉사 장학생 30명이 배정될 예정인 강원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봉사 장학생들이야 원어민 교사처럼 영어만 잘한다 뿐 어린 대학생들이 아니냐"면서 "학습활동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준비도 안 된 '오렌지족' 같은 일부 대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킬까봐 솔직히 걱정스럽다"면서도 "위쪽에서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비토를 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희 전교조 초등위원회 영어연구팀장(서울 영일초 교사)도 "특별한 검증도 안 된 무자격 학생들을 그 많은 나랏돈을 들여가며 아이들 앞에 세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상연 교과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 사무관은 "이번 대통령 영어봉사 장학생은 원어민이 안 가는 농산어촌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사업비 180억원 안에는 학생 봉사비는 물론 항공료·사업홍보비·심사비 등의 돈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교육희망>(edu.mygood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어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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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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