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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란 모스.
 알란 모스.
ⓒ 맥쿼리 은행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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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 <디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스 리뷰>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는 '돈 버는 기계(money manufacturing machine)'라는 별명을 얻은 은행가가 있다.

거기에다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은행 임원들까지 백만장자 대열에 올려줘 '백만장자 제조공장(millionaires' factory)의 CEO'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다.

호주에 본사를 둔 맥쿼리 은행 CEO 알란 모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CEO로 일하면서 눈부신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 시드니에 있는 작은 로컬 은행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투자 은행으로 탈바꿈시켰고, 계속해서 기록적인 이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최근 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호주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어찌된 사연일까?

세계화에 주목한 투자 은행 CEO... 냉혹한 구조조정 통해 엄청난 수익

알란 모스는 시드니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하며 투자 감각 및 그에 따른 법률적 대비책을 터득했다. 1970년대에 하버드대학 MBA 과정을 밟으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과 세계 자본 시장의 흐름을 익힌 알란 모스는 30년 전 맥쿼리 은행에 입사, 1993년 드디어 CEO가 됐다.

알란 모스의 CEO 재임 기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물려 있다. 세계화의 기운이 놀라운 속도로 확대돼 가던 1993년 CEO에 취임했을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내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알란 모스는 '세계화의 과실'을 배가 터지도록 먹은 은행가였다. 준비된 '세계화 마켓 사냥꾼' 알란 모스는 더 이상 호주라는 좁은 시장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국적 없는 돈(Stateless money)'으로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를 상대로 공격적 금융 투자를 감행해, 지구 곳곳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린 것.

알란 모스는 은행의 전통적 투자 행태를 지양하고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SOC펀드에 주력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후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도로, 터널, 항만, 공항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알란 모스는 사회간접자본을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회사를 인수,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방식의 경영 쇄신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경영 쇄신 방편은 냉혹한 구조조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알란 모스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며 신화를 이뤄냈다. 당연히 투자 이득 중 상당 부분은 회사 경영진에게 돌아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맥쿼리 은행 CEO와 임원들의 고액 연봉도 그 과정에서 파생됐다.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호주의 전통적 가치인 평등주의(egalitarianism) 정신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50밀리언달러 맨' 알란 모스의 은퇴를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50밀리언달러 맨' 알란 모스의 은퇴를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 <시드니모닝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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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펀드에 주력... 투자 대상 국가 시민들과 마찰도

맥쿼리 은행과 관련된 SOC펀드의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호주의 경우, 시드니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하는 시드니 공항이 맥쿼리 은행 소유다. 맥쿼리 은행은 시드니 공항에서 매년 10%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맥쿼리 은행은 공항 건설에 참여해 민영화를 성공시켰고, 각종 이용료를 인상해 짭짤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맥쿼리 은행이 시드니 공항을 인수한 후 공항 사용료 대폭 인상 등 독점적인 경영으로 항공사와 소비자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아 정부가 운영 실태를 조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한 맥쿼리 은행의 당기순이익 그래프.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한 맥쿼리 은행의 당기순이익 그래프.
ⓒ 맥쿼리 그룹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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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은행은 호주에서 SOC펀드 실험에 성공하자,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마켓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고, 곧바로 북아메리카와 유럽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한 것.

수많은 나라의 도로와 항만, 공항 등의 건설 및 관리권이 맥쿼리 은행으로 넘어갔다. 특히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며 기존 금융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2000년대에 SOC펀드는 개인투자가는 물론 기관투자가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던 맥쿼리 은행은 1999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유료고속도로를 31억 캐나다 달러에 매입했다. 인프라 건설(infra structure) 사업 진출이었다. 그러나 도로 인수 이후 9억 달러를 들여 현대식으로 정비한 맥쿼리 은행이 4차례나 통행료를 인상하자, 도로 이용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온타리오 주 정부와 법정 소송이 불거졌지만, '도로 인수 후 99년간 온타리오 주 정부의 승인 없이 통행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계약 조항에 따라 맥쿼리 은행이 승소했다.

계약과 소송 과정에서 법을 전공한 알란 모스의 능력이 발휘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승소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 사건은 맥쿼리 은행이 '외국의 기간산업을 인수한 후 과도한 이윤 추구로 고객과 분쟁을 한다'는 부정적인 평판을 얻는 빌미가 되었고, 그 후 맥쿼리는 런던증권거래소 인수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호주 총리, CEO 고액 연봉 비판... "자진해서 제한해야"

이러한 알란 모스가 최근 호주에서 비판받고 있다. 계기는 고액 연봉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수입. 5월 21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는 '8000만 달러는 지구보다 크다'는 기사를 통해 "5월 24일 은퇴하는 알란 모스가 8000만 호주달러(약 760억원)를 거머쥐게 되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CEO의 보수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8000만 달러는 연봉 및 보너스로 받은 약 5000만 달러와, 알란 모스가 보유한 맥퀄리 은행 주식의 배당금 3000만 달러를 합한 금액이다.

 8000만 달러는 지구보다 크다고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8000만 달러는 지구보다 크다고 보도한 <시드니모닝헤럴드>.
ⓒ <시드니모닝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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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불씨를 댕긴 사람은 캐빈 러드 총리. 러드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호주 국민 대부분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점이다. 주요 회사의 CEO들도 이에 동참하고, 자진해서 천문학적 연봉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캐빈 러드 총리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 성향의 신문 <데일리텔레그래프>조차 "불쾌해지는 액수의 돈(It's an obscene amount of money)"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5월 22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알란 모스가 잠자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에 9000 호주달러(약 855만원)를 벌었다. 그의 2008년 수입은 호주 총리의 230배, 호주 노동자 평균 수입의 1000배에 달한다"면서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면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EO들의 고액 연봉 수령을 제한할 것을 촉구한 러드 총리를 보도한 <데일리텔레그래프>.
 CEO들의 고액 연봉 수령을 제한할 것을 촉구한 러드 총리를 보도한 <데일리텔레그래프>.
ⓒ <데일리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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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모스 "대부분 해외에서 번 것"... "노동자보다 1000배 더 일했나" 비판도

알란 모스의 지나치게 높은 보수에 대해 맥쿼리 은행 주주들도 불만스런 표정이다. 데이비드 클라크 맥쿼리 그룹 회장이 "알란 모스의 보수에 대해 언론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의 보수는 샐러리 개념이라기보다는 자본 투자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변론했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사정이 이쯤 되자 알란 모스도 반론을 폈다. 그는 러드 총리의 비판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 "아주 시의적절한 논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다음 "맥쿼리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 시장에서 얻은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니 맥쿼리 은행 임원들의 보수에 대해 호주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투의 반응이었다.

또한 5월 22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 기사에 따르면, 알란 모스는 호주의 실정법을 어겨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이 신문사의 경제 전문 기자 피오나 콜로니도 맥쿼리 은행이 호주에서 탈세 혐의로 처벌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알란 모스로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 대목이다.

그러나 CEO가 하는 일의 가치가 노동자 평균 임금의 1000배를 받아도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간주될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인가, 노동자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냉혹한 구조조정의 대가로 책정된 CEO의 엄청난 연봉이 정당한 것인가,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느낄 위화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채널9>의 로스 그린우드 경제부장은 "맥쿼리 은행이 글로벌 마켓에서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은행 임원들이 뉴욕이나 홍콩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주 국민들이 느끼는 위화감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다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 은행 로고.
 맥쿼리 은행 로고.
ⓒ abc 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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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노동조합(ACTU) 샤론 버로우 의장은 호주 국영 abc라디오에 출연하여 "그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면서 "CEO들의 끝 간 데 없는 탐욕에 구역질이 난다"고 힐난했다. 그녀는 이어서 "나쁜 경제상황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3% 삭감을 주장하는 CEO들과 임금 협상을 할 때 당신들의 연봉은 얼마냐고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존 로버트슨 NSW주 노동조합 사무국장도 "알란 모스의 연봉이 세계화의 자연스런 추세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런 천문학적 연봉은 성과급이라기보다는, 그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엄청난 돈을 주는 은행이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아무리 글로벌 추세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지나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리학자 사라 엘더만 UTS교수는 "우리(인간)는 정의와 공평성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며 "알란 보스의 높은 보수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스런 것도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똑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날 때, 서로 비교하면서 분노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예를 들어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보다 알란 모스가 1000배나 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 은행, 한국에서도 승승장구
맥쿼리 은행은 투자 은행 부문, 주식 시장 부문, 재무 및 상품 부문, 은행 및 부동산 부문, 펀드 관리 부문, 금융 서비스 부문 등 총 6개의 사업 분야를 운영하는 금융 그룹으로, 전 세계에 진출한 자회사와 제휴사로 구성됐다. 1969년 직원 3명으로 설립되어 1985년 맥쿼리 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호주에 8000명, 해외에 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00년 한국 진출 당시 직원이 4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신한맥쿼리금융자문, 맥쿼리 증권, 맥쿼리 IMM자산운용 등 10여개의 법인에서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맥쿼리 은행은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영업 수익(매출)의 20%, 아시아 시장의 영업 수익 중 48%를 한국에서 벌어들였다.

2007년 7월 3일, 알란 모스를 비롯한 맥쿼리 은행 이사 전원이 서울에 집결했다. 당시 맥쿼리 은행 측은 "모든 이사가 해외에서 모이는 것은 2006년 런던에 이어 두 번째"라면서 "잘 정비된 한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9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국내 주요 금융인 초청 간담회에서 "본격적으로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를 푼다는 관점에서 할 일을 해 나가겠다"며 "(금융 규제 관련) 법을 바꿀 것은 바꾸고 규제를 없앨 것은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맥쿼리 은행이 호주 정부의 대형 SOC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금융 기관들도 대운하 프로젝트 같은 국책 산업에 기간사로 참여해 대형 금융 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맥쿼리 은행의 대표적인 한국 내 제휴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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