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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촌, 국내-해외 할 것 없이 친환경 급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먹을거리는 국가 차원에서는 식량주권의 문제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다. 친환경 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최근 농촌정보문화센터에서 엮어낸 <밥상 위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에 소개된 친환경 학교급식 사례 5편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칠보중학교 친환경급식의 가장 큰 특징은 식자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칠보중학교 친환경급식의 가장 큰 특징은 식자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 CRIC 농촌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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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학교

칠보 중학교
연혁: 2003. 03 칠보중학교 개교 /2003. 10 위탁급식 시작 /2006 친환경직영급식 전환

급식 학생 수: 1142명(2007년 현재)

급식비(한 끼당): 2800원 (학부모 전액 부담)
"선생님, 이게 무슨 소리예요?"

전화기 대기음이 여느 것과 사뭇 달랐다.

"수업 시작 종소리예요. 저희 학교 종소리가 국악이거든요. 특이하죠?"

생활 한복을 교복으로 입는 학교, 쉬는 시간마다 국악이 울려 퍼지는 학교. 박종순 가정과 교사와의 통화는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킨 채 끝났다.

다음 날 경기도 서수원 칠보산 자락에 위치한 칠보중학교를 찾아 나섰다. 버스에서 내리니 오른편으로 갈대로 둘러싸인 작은 저수지가 눈에 띈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가 멀리 보인다. 아파트 단지와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학교 주위에 으레 있기 마련인 슈퍼나 분식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나뭇가지에 청사초롱이 걸려 있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옆으로는 항아리 서너 개를 엎어 놓아 장식을 하고 있다. 정원수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플라스틱이 아닌 나뭇가지를 비스듬히 깎아 먹으로 글씨를 썼다.

전통적인 것이 오히려 신선한 것이 될 만큼 학교 교육은 서구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에 비해 칠보중학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전통을 지키고 배우려는 노력이 학교 곳곳에 배어 있다. 넋이 나간 채 전통의 향기에 취해 있자니 박종순 교사가 웃으며 손을 건넨다.

"재밌죠? 교장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우리 학교에서 교장실이 제일 추워요."

박평제 교장은 환경을 위해 보일러를 끄고 생활한다.

칠보산의 아름다운 숲에서 꽃핀 친환경급식

 칠보중학교는 학년별로 친환경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회를 하거나 독서 감상문을 쓴다.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급식을 통해 확인한다.
 칠보중학교는 학년별로 친환경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회를 하거나 독서 감상문을 쓴다.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급식을 통해 확인한다.
ⓒ CRIC 농촌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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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한 지 5년 된 박평제 교장은 개교할 때부터 지금까지 칠보중학교의 친환경급식을 이루어낸 장본인이다. 박 교장은 원래부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신념은 칠보산에 자리 잡은 칠보중학교에서 꽃을 피웠다.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통적인 것도 추구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친환경급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더군요."

자연과 전통교육을 하였더니 친환경급식은 실과 바늘처럼 당연한 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칠보중학교 친환경급식에는 학부모들의 좀 특별한 성향도 한몫 했다.

칠보중학교가 있는 지역은 주변 환경이 좋아 수원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 환경과 자연,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은 학교급식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환경이 친환경급식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한 요인이다.

칠보중학교 친환경급식은 박 교장의 의지와 학부모들의 의지로 2006년 10월 30일부터 시작됐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급식소위원회가 구성되어 친환경급식 기준 설정과 단가 산정을 위한 시장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결과 71%의 학부모들이 친환경급식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물론 급식비 인상 문제로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대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박 교장의 의지를 꺾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건강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 먹을거리 아닙니까.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친환경급식에 대한 박평제 교장의 이런 열정은 친환경급식을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친환경급식을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영양교사가 먼저 그 효과를 느낀단다.

민간산업체의 영양사로 근무하다가 2007년 10월 칠보중학교로 부임한 박선옥 영양사. 산업체에서 일할 때는 친환경에 대한 생각이 없었지만 학교에 오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급식의 재발견'이란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식사만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가 깨달은 것이다.

박선옥 영양사는 친환경식자재는 검수할 때 냄새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온도 체크나 배달원의 복장 상태까지 꼼꼼히 체크하는데 한 번도 규정에 벗어난 적이 없다고.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분들 스스로가 자부심이 있더라고요. 그런 업체가 많이 늘어나서 공산품이나 육류도 친환경제품으로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환경과 친해지는 수업 시간

 칠보중학교는 엄격한 친환경 식자재 기준을 가지고 있다.
 칠보중학교는 엄격한 친환경 식자재 기준을 가지고 있다.
ⓒ CRIC 농촌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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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중학교 친환경급식의 가장 큰 특징은 식자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교육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를 위해 소위원회와 영양사는 친환경급식을 해야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 교사들도 수업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급식에 대한 인식을 끊임없이 심어준다.

가정과 박종순 교사는 "수업 시간을 통해 꾸준히 아이들에게 친환경이 곧 생활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아직 친환경이 좋다는 걸 알 나이가 아니에요. 수업이나 급식 시간에 꾸준히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왜 친환경급식이 좋은 건지 알 수 있게 되죠."

박 교사는 "교사가 주도적으로 아이들을 끌고가는 수업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교사 혼자 외치는 것은 일방적인 구호나 선동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친환경에 대해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 스스로가 친환경적인 생각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칠보중학교는 학년별로 친환경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회를 하거나 독서 감상문을 쓴다.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급식을 통해 확인한다. 얼마 전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책을 읽은 아이가 급식에 나온 '미트볼'을 먹어도 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책  표지에 미트볼이 그려져 있었던 탓이다. 박종순 교사는 학교에서 친환경식재료로 만든 것이라 괜찮다고 했다. 친환경 교육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이성자 교사는 가장 효과적인 수업의 하나로 인스턴트식품 포장지 뒷면의 식품첨가제를 아이들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일을 꼽는다.

"아이들이 잘 먹는 식품의 뒷면에 붙은 종이를 노트에 붙이게 했어요. 하나하나 확인해 보면서 아이들 스스로 놀라더라고요. 그 후로는 자기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이처럼 학교급식과 교과목을 연계한 '살아있는 수업'을 통해 칠보중학교의 친환경급식은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급식이 '교과서' 노릇을 하는 까닭에 더 깐깐한 식단이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교과 수업 외에도 영양사와 함께 식단을 짜고 검토하며 학교급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친환경급식,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배운다

칠보중학교의 친환경 식자재 기준
: 무농약농산물 이상의 친환경쌀
양념류: 전통 양념류(고추장, 된장, 멸치)를 사용하여 고유의 맛을 살림
김치류: 100% 국산 재료를 사용한 제품
육류: 수의계약을 통해 친환경축산물 구입
친환경농·공산품: 친환경 납품업체로부터 수의 계약을 통해 구입
일반농·공산품: 친환경식자재 수급이 어려운 품목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구입
수산물: 국내산을 원칙으로 하되 수급이 어려운 품목에 한하여 수입산 구입
가공식품: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어 돈가스, 스파게티 제한적 구입

(자료 제공 : 칠보중학교)
칠보중학교는 2007년 특색 사업의 목표로 세 가지를 설정했다. 첫째는 전통 문화 관련 동아리 활동을 통한 '전통문화 사랑하기', 둘째는 일기 쓰기를 통한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칠보사랑 나눔터 쓰기', 마지막으로 '환경 친화 교육'이다. '환경 친화교육'을 위해 '학교 숲'을 가꾼다. 친환경급식도 환경 친화 교육의 일환이다. 친환경급식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처럼 2003년 개교 이래 칠보중학교의 오늘을 만들고 있는 박 교장은 개인 교육 철학을 학교의 정책 구석구석에 반영, 실천하고 있다. '전통'을 학교의 기본으로 삼았다는 박평제

교장은 "21세기의 인재는 자연친화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동양적인 사상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햇빛·물·바람의 소중함을 알고 살았습니다. 친환경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몸 가까이에 있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칠보중학교의 친환경급식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바꾸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식탁과 함께 아이들의 인성과 습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교육이 함께 병행된다.

교직원들은 친환경에 대한 지식과 습관을 기르는 일로, 영양사는 조금 더 친환경에 가까운 식단을 구성하는 일로, 학부모는 학교의 정책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일로 자신의 역할을 맡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한 식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칠보중학교는 수도권 학교급식의 또 다른 모델이 된 셈이다.

교육과 농업을 접목한 현장학습 아쉬워
[인터뷰] 박평제 칠보중학교 교장

 박평제 칠보중학교 교장
 박평제 칠보중학교 교장
ⓒ CRIC 농촌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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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급식을 하게 된 동기는?
"칠보중학교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환경에 어울리는 교육을 하려고 하니까 급식도 친환경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입맛에 안 맞아 아이들이 싫어했다. 그런데 신기한 게 1학년 때 안 먹던 애들이 3학년쯤 되면 받아들인다.

친환경급식은 지역농업과 건강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길이다. 학생들에게 자주 말한다. 이 지역에 사는 것을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아이들 입맛이 친환경에 익숙해지면 성장하면서도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 친환경농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교육과 농업을 접목시킨 현장학습을 많이 하고 싶은데, 작년에도 한 번 정도밖에 못했다. 그런 기회가 더 있다면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친환경농업을 알릴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이 직접 가서 땀 흘려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수도권에서 친환경급식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일단 물량 수급이 힘들다. 수도권에서 우리가 선발주자로 나섰는데 주변에서 많은 학교가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물량 확보나 유통도 좀 더 발전하지 않겠는가. 학교가 의지를 가지고 학부모에게 친환경급식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 외부 도움의 필요성을 느낀 적은 없는가.
"경남 거창의 경우는 시도 아닌 '군' 단위인데 군청에서 친환경급식에 대한 지원을 100%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급식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 건강이 곧 국민 건강 아닌가. 어디에 투자한 것보다 더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살아있는 수업'이 좋다
이성자(가정)·박종순(기술) 칠보중학교 교사


- 아이들이 친환경급식을 좋아하는가?
(이성자) "보다시피 학교 근처에 매점이나 분식점이 없어서 군것질거리가 없으니까 급식을 남기는 양이 줄더라. 나물도 계속 배식하니까 먹는다. 가르치는 과목이 가정인데 학교 식단을 보면서 식품 영양지도를 직접 할 수 있어 좋다. 수업시간에 햄에 있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얘기하면서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햄은 괜찮으니까 많이 먹으라고 말한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좋다."

-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박종순) "학교 주변 환경이 좋다. 아파트 단지에 친환경농산물 매장이나 생협이 들어와 있다. 심지어 친환경식자재를 쓰는 자장면집도 있다. 환경에 관심 있는 학부모가 많이 살다 보니 친환경급식에 대한 요구가 높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도 친환경식재료를 쓰고 있다."

- 칠보중학교는 친환경교육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는데.
(이성자) "학교 주변에 논이 많고 야생화도 많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자라니까 아이들의 인성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인 것 같다."
(박종순) "책을 통해서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학년별로 친환경과 관련된 권장도서를 정해서 읽고, 토론도 하고 감상문도 쓴다. 어느 날 갑자기 친환경이 좋으니까 우리가 실천하자는 식의 교육은 구호나 선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친환경적인 생활이 되어야 한다."

- 앞으로의 교육 계획은?
(이성자) "수업 시간과 연계해서 아이들이 친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
(박종순)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게 있다. 열 번 느끼는 것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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