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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옥수수 그리고 콩.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 화두다. 국제유가 배럴당 86달러 시대,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에탄올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 내년 8월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를 마감한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곡물에탄올은 빈곤심화, 노예노동 등 또 다른 차원의 환경·인권문제를 낳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적 논쟁이 된 바이오에탄올의 명암을 살펴보기 위해 브라질·미국·멕시코 3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아홉번째 멕시코편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ETC그룹의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바이오에탄올의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고발했다. [편집자말]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바이오에탄올이 깨끗한 지구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를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며 "식량에서 나오는 곡물로 수송용 연료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가 식량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 실비아 리베이로 ETC그룹 활동가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바이오에탄올이 깨끗한 지구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를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며 "식량에서 나오는 곡물로 수송용 연료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가 식량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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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식량을 생산할 땅이 부족하니까 결국 제3세계로 눈을 돌릴 것이다. 바이오에탄올용 곡물이 돈이 되면 결국 농부들은 더 많은 땅과 비료, 물을 써서 '에탄올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곡물이 큰돈이 되면 지구온난화는 더 빠른 속도로 가속화 할 것이다."

실비아 리베이로 ETC그룹 활동가는 지난 9월 17일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속화 하는 지구온난화의 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바이오에탄올이 깨끗한 지구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를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며 "식량에서 나오는 곡물로 수송용 연료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가 식량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는 먹는 옥수수의 30%를 수입하고 있다"며 "식용이든 사료용이든 옥수수 소비에 위기가 온다면 가격상승이 오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실비아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많다"며 "미국과 유럽부터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썼던 화석연료 에너지의 양을 전혀 줄이지 않고 같은 양의 대체에너지를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에탄올은 진정한 대체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태양력과 풍력 등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ETC그룹(action group on Erosion, Technology and concentration)은 캐나다와 미국·멕시코에서 활동하는 국제 환경단체다. '대안 노벨상'을 받은 바 있는 ETC그룹은 2001년부터 유전자조작(GMO)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벌여왔다. ETC그룹은 세계적으로 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고작 9명의 활동가를 두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멕시코는 먹는 옥수수의 30%를 수입하고 있다"며 "식용이든 사료용이든 옥수수 소비에 위기가 온다면 가격상승이 오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 실비아 리베이로 ETC그룹 활동가 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멕시코는 먹는 옥수수의 30%를 수입하고 있다"며 "식용이든 사료용이든 옥수수 소비에 위기가 온다면 가격상승이 오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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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에탄올산업이 세계적 선풍을 타고 추진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바이오에탄올 기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에탄올 자체도 한 세기 전에 존재했던 연료다. 세계적으로 강력한 산업인 자동차·석유·유전자변형(GMO)·곡물회사 ADM이나 카길이 말하기를 바이오에탄올은 깨끗한 지구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비즈니스를 위한 하나의 궤변에 불과하다. 옥수수나 사탕수수는 식량이다. 식량에서 나오는 곡물로 수송용 연료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가 식량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같다.

각국에서 식량을 생산할 땅이 부족하니까 결국 제3세계로 눈을 돌려 생산할 것이다. 또 바이오에탄올용 곡물은 돈이 되니까 정부가 보조금도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부들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땅과 비료, 물을 써서 '에탄올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도 가속화 할 것이다."

- 미국 관료들이 말하기를, 수송용 연료는 사료용 옥수수(노란 옥수수)로 만들기 때문에 식량인 곡물 옥수수(흰 옥수수)시장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멕시코에서는 지난 1월 가난한 농민들이 급등한 옥수수 가격 때문에 또르띠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 관료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또르띠야 위기가 온 것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정책과 관련이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멕시코는 많은 양의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다. 먹는 옥수수의 30%를 수입한다. 식용이든 사료용이든 옥수수 소비에 위기가 온다면 가격상승이 같이 오게 마련이다. 멕시코 농부들은 옥수수를 먹기 위해 생산하려다가 에탄올 영향을 받아 판매하려고 할 것이다. 종목변경이 심심찮게 일어날 거다. 농부들이 돈이 되는 연료작물로 전환하면 식량위기는 불을 보듯 뻔한 문제가 될 것이다."

- 멕시코 로스모치스에 바이오에탄올공장이 건립 중이다. 이 공장에 대해 조사한 적 있나. 어떤 취지로 누가 왜 추진하는 사업인가.
"로스모치스에 건설중인 바이오에탄올공장에 대해 직접 조사한 바 없지만 브라질 경우를 보면 추측이 가능하다. 처음에 국내자본으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100개의 새 공장이 모두 외국자본이다. 멕시코 에탄올공장도 곧 외국자본이 유입될 거다. 카길 같은 다국적 곡물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해 투자에 나설 것이다.

중남미 바이오에탄올산업은 거의 카길 자본이 다 들어가 있다. 로스모치스에 바이오에탄올 공장이 세워지면 곧 환경오염이 발생할 것이다. 물 문제, 토질오염이 시작될 거다. 법리적으로는 멕시코 공장이지만, 자본은 카길일 가능성이 높다. 데킬라의 생산지인 할리코스주 지방에 있는 설탕공장을 이미 카길이 산 것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 다국적기업인 몬산토는 8단계의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를 연구 중이다.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GMO옥수수가 마지막 단계다. 이 옥수수가 생산되면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이 될까.

"몬산토는 아주 행복하겠네! 엄청난 씨앗을 판매할 수 있어서. 몬산토가 여러 회사와 연합해서 연료용 종자를 생산하고 있다. 몬산토와 카길이 만나 '레네젠' 또 몬산토+다우(DOW)가 만나 '바스프'. 8개 타입의 종자를 시중에 내놓고 판매하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거다. 면역력이 강해지면 더 강력한 약을 원하듯이 토지와 종자가 그런 상황이 된다. 모든 게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갈수록 더 심각해질 거다.

더군다나 멕시코에서 옥수수는 문화이자 경제, 식량의 기초다. 유전자조작이 들어오면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더 많은 화학을 사용하게 되니까.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GMO농작물의 생산량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이래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를 썼지만 미국에서는 겨우 0.6%의 생산량만 확충됐을 뿐이다. 여기에는 23% 화학비료가 더 많이 사용됐다. 면역력만 강해졌다는 결론이다. 석유화학에서 나온 화학제품을 써서 바이오에탄올을 만든다는 게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 미국의 당국자와 옥수수 생산 로비그룹들은 GMO옥수수 곡물에탄올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미국 농업부(USDA)에서 그런 선전을 하는 것은 유전자조작 종자회사와 관계가 있다. 몬산토 등 6개 기업과 직간접 관계가 있다. 지난 11년간 많은 화학 사료를 썼지만 GMO 옥수수의 생산량은 고작 1% 이하만 올랐다. 이들은 1년간 5000만 달러를 들여서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이 좋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11년간 6개국만 3% 정도 유전자조작농산물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지구상에 200개 나라가 있는데 GMO가 좋다면 왜 모두 앞장서서 하지 않겠나. 세계은행에서 보조금을 주는데도 국가가 시행하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다."

- 캐나다나 미국, 중국처럼 큰 나라들은 GMO작물을 확대하고 있는데.
"미국은 60%, 아르헨티나는 20%가 GMO 경작이다. 캐나다, 중국, 남아공까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식량주권을 잃어버리는 중이다. 왜냐하면 GMO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까. 몬산토 홍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40%가 GMO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뇌물로비가 따랐다. 농부들은 유전자조작 종자들이 농사에 좋지 않은 걸 다 잘 알고 있다. 유전자조작 씨앗이 일반씨앗보다 더 비싼데도 생산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은 GMO콩을 중지했다. 이유는 중국이 콩 종자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생산량을 비교하면 유전자조작이 더 비싼데도 덕을 보지 못한다."

- 미국은 옥수수, 브라질은 사탕수수 에탄올을 선택했다. 멕시코는 어떤 선택이 좋겠나.
"미국이 옥수수를 선택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은 옥수수보조금이 막대하다. 그래서 옥수수를 선택했다. 바이오에탄올 0.6리터를 생산하는데 석유가 1리터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 수입세는 옥수수보조금과 비슷한 양이다.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은 노예노동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사탕수수 노동 자체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탕수수에는 엄청난 지력이 필요해서 금세 땅을 황폐화한다(사탕수수 농사로 인한 땅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7년에 한 번씩 콩 농사를 지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멕시코에게는 옥수수든 사탕수수든 모두 안 좋은 상황이다."

- 화석연료의 고갈시대에 대체에너지 개발도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 있겠나.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많다. 에너지 과소비가 심각하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줄여야 한다. 에너지 양은 줄이지 않으면서 같은 양의 대체에너지를 찾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바이오에탄올은 진정한 대체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태양력과 풍력 등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이 사무실은 겉으로만 보기에도 환경단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 ETC그룹 사무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이 사무실은 겉으로만 보기에도 환경단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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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바이오에탄올, #생태주의 환경그룹 ETC 실비아 리베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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