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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이 경찰버스로 봉쇄된 서울시청 부근에서 민주노총, 전농, 학생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서울시청 광장 원천봉쇄 11일 오후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이 경찰버스로 봉쇄된 서울시청 부근에서 민주노총, 전농, 학생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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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 헬기 띄워 집회 감사 경찰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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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나는 '쪽' 팔렸다.

이마의 상처를 꿰매면서 나는 그 때 거리에 서 함성을 지르던 이들을 만났다. 이미 10여명이 경찰의 곤봉에 맞거나 방패에 맞아 병원에 누워 있었다. 뒤통수가 깨진 대학생 1명은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로 "언제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가족은 병원에서 울고 있었다.

의사가 "시위대도 아니면서 어쩌다 맞았냐"고 물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난 경찰의 폭력에 맞선 것도 아니었고 그들의 폭력을 세상에 고발하지도 못했다. 경찰의 폭력을 촬영했던 캠코더는 박살이 났다.

'범국민 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이 붙은 11일은 '거대한 분노'와 '권력'이 맞붙은 날이었다.

노동자, 농민 등을 고립시킨 정부와 보수언론

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옷이 찢겨 진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옷이 찢겨 진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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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화문우체국 부근에서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을 경찰이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11일 오후 광화문우체국 부근에서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을 경찰이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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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정부는 행정자치부, 법무부, 건설교통부, 노동부 장관 공동 명의로 된 합동담화문을 통해 2007 범국민대회 원천봉쇄를 선언했다.

정부는 전국노동자대회와 2007 범국민대회 등 '범국민 행동의 날'의 모든 집회를 "17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회적 안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는 유감스런 행동"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이들을 막기 위해 이날(11일) 전국의 전경 406개 중대, 비상설 312개 중대 등 무려 10만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언론들도 펜을 휘둘렀다. "불법집회 엄단 철저히 집행해야"(<한국경제>), "불법적인 파업 · 집회 취소가 마땅하다"(<연합뉴스>), "진보단체 · 노조, 무법천지 꿈꾸는가"(<중앙일보>), "빼빼로데이에 진압출동이라니"(<문화일보>) 등등….

정부와 보수언론은 철저히 노동자, 농민, 빈민들을 고립시켰다.

원천봉쇄가 낳은 혼란과 충돌 

정부의 원천봉쇄는 더 큰 혼란만 가져왔다.

지역 농민회의 상경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막아선 병력 탓에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았고, 시청부터 광화문 일대까지, 신문로에서 경복궁까지 길목 곳곳마다 막아선 경찰차 앞에서 시민들은 걸음을 돌려야 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이들은 서울 광장을 사수하고 있는 2만3000여명의 전경들을 향해 소리질렀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시청 앞 서울 광장은 국민의 것이지 경찰의 것도, 정부의 것도 아니다"며 "헌법 2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경찰이 무슨 권리로 국민이 시청으로 가겠다는 것을 막느냐"며 일갈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예상된 결과였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의 면면을 찍어댔고 물대포와 소화기가 시위 군중에게 난사됐다. 분노한 시위대가 사다리를 타고 경찰차로 올라갈 때는 사정 없이 방패와 곤봉으로 찍어댔다.

시위대는 사다리와 동아줄을 이용해 차벽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전경들이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다. 경찰의 폭력 앞에 뒤돌아 도망치던 시위대 일부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나 역시 그 와중에 난데없이 휘둘러진 곤봉에 맞고 말았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참여정부

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서 경찰버스에 올라가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서 경찰버스에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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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가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제지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한 2007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노동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가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제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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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내가 본 풍경들은 정부의 원천봉쇄가 낳은 비극이었다.

작년 한 해에만 1만2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했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 비정규직 노동자 700명이 구속됐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지 37년이 지나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로 접어든 이 때에 20년간 전봇대에 매달려 일하던 전기노동자는 "8시간 근무제"를 요구하며 또 몸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이날 사람들은 '비정규직 철폐', '한미FTA반대', '노점탄압중단', '청년실업해소', '국가보안법 폐지', '파병연장반대'를 외쳤다.

이들의 생존권 요구는 정당했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야만 했던 이의 목소리가 어느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였는가. 오히려 정부가 말했던 '불편한 국민'은 이 거리에 서 있었다. 계엄령을 방불케 한 오늘의 집회 봉쇄 작전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그 배반을 나는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꾸짖지 못했다. '쪽' 팔리는 일이다.

아이디 'kalkari'를 쓰는 독자 한 분은 오늘 현장 기사에 이런 댓글을 달아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가 기자라면 저 사람들이 데모를 하는 이유와, 경찰이 원천봉쇄하는 게 옳은지를 따지는 기사. 최소한 두 꼭지는 올리겠다. 왜 안 하나?"


태그:#범국민행동의 날, #집회 ,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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