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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재래식 화장실과 폭발의 흔적' 최근 기온 급상승으로 인해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회사 재래식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다. 오른쪽은 불을 당겼던 신문지의 재로 한 직원이 겁을 먹고 종이를 집어던져 생긴 흔적이다.
ⓒ 김동이
"화장실에 불질러버려."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나오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무슨 공작원이나 시위대가 데모하는 줄 알겠지만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완전 박멸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도농 복합도시인 계룡시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의 화장실은 재래식(일명 퍼세식이라고 한다)과 양변기, 두 종류다. 하지만, 직원들은 한참을 걸어가야 나오는 양변기 화장실보다 열 걸음 정도만 가면 나오는 재래식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 비록 냄새가 많이 나긴 하지만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예정보다 여름이 일찍 찾아와 여름의 불청객 모기들도 급증했다. 이런 모기가 재래식 화장실에 없을 리 만무했다. 벌써 벽에 붙어 눈에 보이는 모기만 해도 수십 마리에 이른다. 아니, 화장실 벽에 새까맣게 붙어 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소변을 볼라 치면 마치 벌떼와 같이 밑에서 새까맣게 올라오는 모기들을 봐야 했다. 그 모습은 가히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번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대여섯 방 정도 물리는 것은 다반사다.

하여 직원들은 소변을 보러 갈 때도 항상 홈키파를 들고 다닌다. 일단 한 번 뿌려놓고 소변을 본다. 하지만 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 출근과 동시에 화장실 안에 모기향을 피워놓는 것이었다. 이것도 조금 효과가 있나 했더니 이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이유는 모기가 셀 수 없이 너무 많아서였다.

▲ '모기 완전박멸에는 신나가 최고여~' 사무실 한켠에 항상 비치되어 있는 신나통. 사무실 직원들은 이제 화장실에 모기만 보이면 자연스럽게 신나통을 들고 화장실로 간다.
ⓒ 김동이
결국 직원들이 모여 모기퇴치를 위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퇴치가 아니라 완전박멸을 위한 작전회의였다. 이런저런 의견을 냈으나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 할 때쯤 갑자기 한 사람이 "에이~ 차라리 화장실 안에 불 질러서 모기를 다 태워버렸으면 좋겠네~"하는 것이었다.

순간 다같이 "그래! 그거야. 불을 놓으면 완전히 없어질 거야!"하며 모두가 신문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신문지에 불을 당겨 화장실 변기구에 넣었다. 하지만, 곧 불은 꺼져버렸고 별 효과를 얻기 못했다.

그 때 한 직원이 사무실 안에서 신나를 갖고 밖으로 나왔다.

"뭐 하려고?"
"이거 화장실에 뿌리고 불 당기려고…."

"그러다 진짜 화장실 불나면 어쩌려고?"
"걱정하지마. 그냥 펑 소리 나고 말거야"

"그래? 진짜 마파도에 나오는 것처럼 폭발하면 어쩌냐?"
"그건 영화니까 그렇지. 그리고 조금만 부을 건데 뭘."

직원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약간의 신나를 붓고 나와서 불이 붙은 신문지를 변기구에 넣고 부리나케 뛰어나왔다.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밑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됐나? 들어 가봐."
"어? 진짜 모기 한 마리도 없다."
"야! 고거 좋은 방법이네."
"시골집에 가서 한 번 써먹어야 겠네."

이렇게 해서 재래식 화장실 안에 있던 모기는 완전 박멸됐다. 하지만 며칠 후 화장실 안에는 다시 모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나 또 다시 벽이 새까맣게 변했다.

"화장실 또 폭파시켜야 되겠는데?"

이제는 직원 누구나 떼로 앉아 있는 모기를 보면 자연스레 신나통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모기박멸을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은 신나통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직원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회사 직원들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이번 여름 동안 우리 회사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태그:#모기완전박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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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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