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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복 어린이가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1968년 12월 11일자 기사.
ⓒ 조선닷컴

38년전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에 의해 살해된 고 이승복 어린이의 죽음을 전한 <조선일보> 기사에서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부분은 데스크에 의해 가필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규(74) 전 한국기자협회장(7대)은 은퇴 언론인 회보인 <대한언론> 2007년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승복 사건이 기사화됐을 당시를 회상하면서 기사 작성에 관여한 <조선일보> 데스크의 언행을 언급했다.

김 전 협회장은 "당시 C일보에서 사회부 데스크를 보던 C기자는 전화로 일선기자의 기사를 받으면서 '가필'을 해 어린이가 공비의 칼에 찔려 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며 울부짖었다고 이른바 '초'를 쳤고, 이것이 C일보 사회면을 장식했다고 자랑삼아 떠벌렸다"고 1968년 12월 11일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C기자가 고인이 되어 확실히 알 길은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 반향 크자 가필한 데스크가 떠벌리고 다녀"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최종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기사 조작설'을 주장했던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기사는 강인원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지만 김 전 협회장에 따르면 강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한 뒤 전화로 기사내용을 송고하고 사회부 데스크 C기자가 이를 받아 원고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스크가 원래 기사에 내용을 덧붙이게 됐고, 이승복 어린이가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부분을 집어 넣었다는 것.

김 전 회장은 사건 당시 <중앙일보> 법조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조선일보> C기자는) 오후가 되면 기자실에 나왔는데 워낙 웃으면서 떠들어대서 나 말고도 같이 들은 사람이 여러 명 된다"며 "반향이 워낙 크니까 스스로도 놀래서 그렇게 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C기자는 이북출신으로 대단한 반공기자였다"고 덧붙였다.

"'사실 아니었다'하면 되지 재판까지 해서 우길 이유없다"

@BRI@김 전 회장이 뒤늦게나마 당시 상황을 대한언론인회보를 통해 밝히게 된 것은 '이승복 사건 진위 여부에 대해 조선일보가 굳이 사실이라고 우기면서 재판할 이유가 없다'라는 취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 전 회장은 "<조선일보>가 '당시 분위기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다,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하면 그걸로 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이오지마의 영웅' 조작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오지마의 영웅' 조작은 미국 정부가 2차 대전 당시 '이오지마의 영웅'이라는 가짜 영웅을 만들었다가 한 기자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폭로된 사건. 미국 정부는 사실이라고 우기기 위해 기자에게 소송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이번 기고문은 이전에도 대한언론인회보에 보내졌으나 실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전 협회장은 "당시 언론인회장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싣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 뒤 한동안 언론인회를 아예 상대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회장이 바뀌어서 기고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조선일보>의 이승복 기사가 허위임을 주장한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게 사실이 되기도 하고 그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비슷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58년 기자 일을 시작, 1970년 기자협회장으로 활동했고 <서울신문>과 <국민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간접적·뚜렷하지 않은 증언으로 재판 결과 뒤집을 수 없다"
<조선일보> 측 반박... "본질은 이미 입증됐다"

"이승복 어린이 '공산당이 싫어요'" 기사는 데스크가 가필한 것이라는 김진규 전 한국기자협회장의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 측은 "간접적이고 뚜렷하지 않은 증언일 뿐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준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사 법률대리인인 김태수 변호사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라며 "68년 당시 강인원 기자와 지금은 돌아가신 다른 분이 데스크를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C기자(김진규 전 협회장이 주장하는 해당기사 데스크)가 돌아가신 그 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다는 것일 뿐, 뚜렷하지 않은 증언으로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시 (강인원 기자가) 현장에 갔느냐 가지 않았느냐 하는 본질적인 부분들이 이미 법정에서 이유없이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전 협회장의 말이)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어서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며 "'데스크가 초를 쳤다'는 말을 들은 것이 사실이라면 젊은 애송이 기자가 특종을 했고 그 윗사람이 타사 기자들에게 미안하니까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승복 사건에 대해서는 68년 12월 11일자 다른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들을 모아놓고 보면 조선일보 기사가 왜 진실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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