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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투기자본 '칼 아이칸'이 KT&G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지 1년여만에 1500억여원의 차익을 남기고 철수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7일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KT&G와 아이칸 양측이 표대결을 벌였던 제19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 정재두
'꾼'은 '꾼'이었다. 그들에게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은 단지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한 구호일 뿐이었다. '상어'라는 별명의 미국계 투기자본 칼 아이칸 연합이 5일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떠났다. 작년 말 KT&G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후 1년여만이다. 그 사이 이들은 15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렸다.

아이칸 철수가 공식화된 5일 KT&G 주가는 곤두박칠쳤다. '상어'의 먹잇감 노릇이 됐던 주식시장과 증권가는 하루종일 술렁였다. 미국 기업사냥꾼에 '또 당했다'는 자조부터, 투기자본의 '먹튀'를 더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론스타를 비롯해 소버린과 칼 아이칸으로 이어지는 외국계 단기투기자본의 '먹튀' 논란은 외국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공과 논란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4일 오후 블룸버그통신에 뜬 의문의 대량 매도 주문

@BRI@지난 4일 주식시장은 약세장이었다. 하지만 KT&G 주식은 사상 최고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오전 10시35분께는 6만4400원까지 올랐다. 전날보다 2800원이나 오른 금액이었다. 증권가에선 연말이 되면서 높은 배당율, 자사주 소각 등으로 투자매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후들어 KT&G 주가는 매도주문 등이 나오면서 6만3100원으로 마감됐다.

이후 오후 5시가 넘어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의 기사가 증권가에 전해졌다. 내용은 한 외국인 투자자가 KT&G 주식 700만주(4.74%) 매도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이 투자자는 씨티그룹을 통해 주당 6만700~6만2500원에 주식을 팔겠다고 통신은 전했다. 4일 KT&G의 종가인 6만3100원에 보다 1~4% 싼 값이다. 주식시장에선 '한 외국인 투자자'가 누군지를 두고 급박하게 움직였다.

KT&G 주주 가운데 지분 5%를 넘는 투자자는 크게 3군데였다. 프랭클린 뮤추얼 펀드 1489만주(10.09%)와 기업은행 951만주(6.45%) 그리고 칼 아이칸 776만주(5.26%)다. 이밖에 워렌 G 리히텐슈타인이 KT&G 주식 448만주(3.03%)를 가지고 있었다.

증권가에선 칼 아이칸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업은행이나 프랭클린뮤추얼 펀드는 이미 장기투자로 알려져 있었고, 매도 주식 규모도 아이칸의 주식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또 지난 8월 KT&G 경영권을 함께 압박했던 리히텐슈타인과 계약을 전격 해지했었다.

결국 드러난 아이칸의 철수, 1년여만에 1500억 차익

익명의 투자자는 5일 아침에 곧 드러났다.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칼 아이칸 연합(Icahn Partners Master Fund LP, Icahn Partners LP, High River Limited Partnership)은 KT&G 주식 약 700만주(4.75%)를 이날 주식시장 열리기 전에 다수의 외국인과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아이칸쪽에서 제시한 금액 가운데 가장 싼 값인 6만700원이었다. 4일 6만3100원에 비하면 3.8%나 싼 값이었다. 총 매각금액은 4249억원이었으며, 대부분 외국 투자자들이 사들였으며, 국내 일부 기관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매각으로 아이칸은 얼마나 이득을 올렸을까. 아이칸은 작년 9월28일부터 올해 1월9일까지 KT&G 주식 776만주를 주당 4만1000~4만5000원대에 사들였다. 모두 3337억원 정도 들어간 셈이다. 이 가운데 700만주를 6만700원에 되팔았으니 1230여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됐다. 나머지 76만주도 주당 6만원으로 계산하면 130억원정도는 가질수 있다.

이럴경우 시세차익은 1360억원대로 늘어난다. 여기에 작년에 받은 주식배당금 124억원을 합하면 주식매각으로 1484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떨어진 원-달러 환율까지 계산하면, 이익은 15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미국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1년 한국 주식시장 공략은 '수익률 40%이상'이라는 큰 성공(?)을 안겨줬다.

메기는 없었다?... "상어만 양식장을 휘젓고..."

▲ 제19기 정기주총 당일 KT&G 노동조합원들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해외투기자본은 즉시 케이티엔지를 떠나라"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던 모습.
ⓒ 정재두
칼 아이칸 연합이 사실상 국내 주식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외국투기자본의 '먹튀'와 도덕성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례를 통해 일부 단기성 투기펀드의 기업투명성 제고와 개선 요구가 결국 주식 차익 실현을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물론 일부에선 아이칸의 경영권 위협으로 KT&G의 투명성이 좋아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리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사쪽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고액의 배당금 지불 등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정승일 국민대 겸임교수(경제학부)는 "아이칸의 별명이 상어라고 하지 않나"라며 "메기(외국자본)를 들여와 좋은 미꾸라지를 얻기는 커녕 상어가 들어와 양식장을 완전히 헤집고 나간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해 무분별하고 원칙없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만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성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차장도 "외국자본에 대한 보다 냉철한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면서 "외국자본 규제에 대해서도 국제 규범에 따라야 하지만, 투기성 자본의 부적절한 행태는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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