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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에 위치한 울산과학대학
ⓒ 박석철

"지난 6년간 노예같은 취급을 받으며 일해왔습니다."

울산과학대학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수년 동안 비인간적인 대우와 부당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왔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40~50대 여성들인 이들 노동자 9명은 최근 울산지역연대노조에 가입, 그동안 억눌려 왔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그 실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

특히 이 대학은 학교 소재지인 울산 동구 출신 정몽준 국회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공업학원 계열이라 여성노동자들의 하소연에 노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과학대학은 교내 청소를 한영기업이라는 회사에 용역을 주고 있고 노조원들은 이 회사 소속이다.

▲ 울산지역연대 울산과학대학 지부 노동자들이 그동안 실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 박석철

10일 낮 12시 이 학교 본관 휴게실에 모인 이들은 그동안의 억울한 심정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주업무인 학교 청소외 한달에 대여섯 차례 있는 행사 때면 5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큰 책상을 나르는가 하면, 학교 관리자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받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노조 지부장인 김순자씨는 "여름철 탈의실에 민소매 차림으로 있는데 학교측 관리자가 노크도 없이 들어오더니 '복장이 불량하다'며 많은 사람앞에서 창피를 주더군요. 정말 죽고싶었습니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들은 올해부터 그나마 임금이 올라 70여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3개월 전 노조가 생긴 후 출근시간이 9시로 바뀌고 연월차도 사용하게 됐다.

▲ 김순자 지부장
ⓒ 박석철
그동안은 아침 8시 출근에 오후 6시 퇴근, 연월차 수당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휴일이면 월3회 정도 무보수로 당직이란 명목하에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심을 주지 않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해고될까봐 불만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는 이들이 꺼낸 장부에는 명절 때 한 사람당 몇 만원씩 부담해 관리자에게 선물을 사준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한 여성은 "50여만원의 임금을 받던 몇 해 전 한 사람당 5만원씩 걷어 관리자에게 선물을 사줬다. 선물하지 않으면 그만큼 괴로웠으니까"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김순자 지부장은 "지난 7월 노조에 가입한 후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점심은 주지 않는다"며 "2만원씩 부담해 밥을 해 먹거나 외상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 장부에는 관리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돈을 거둔 내용이 적혀 있다
ⓒ 박석철
한 여성은 "2003년 일을 시작했는데, 관리자가 얼마나 구박을 주는지 여기가 공산국가인줄 알았다"며 "점심시간에 한 관리자가 여성 탈의실에 드러누워 담배를 피워대면 재털이를 갖다줘야 했다" 며 울분을 토했다.

울산과학대학이 최근 준공한 생태공원을 만들 때도 이들은 억울하게 막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당직이라며 휴일날 나와 하루종일 나무를 나르고도 임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학교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노조가 없어지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영기업 관계자는 "임금이나 식사비는 대학에서 받는 금액이 적어 (더 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과학대학 관계자는 "내년 재계약 때 복지부분을 향상하라고 한영기업에 전달했다"며 "선물은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시사울산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sisaulsan.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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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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