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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안으로 흘러들어온 유기견.
ⓒ 동물사랑실천협회
지난 8월 16일 경남 창원의 M여고에 다니는 황희진씨는 보충수업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갔다가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심각한 상태로 뭉개진 한 쪽 눈과 임신한 듯 불룩한 배. 황씨는 급한 대로 매점에서 빵과 물을 사 먹였다고 합니다.

▲ 학교직원이 노끈으로 묶어 두고 깔개는 학생들이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유기견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나자 학교에서 일하는 직원이 개에게 노끈을 달아 놓고 동사무소에 연락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동사무소 직원. 개의 상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임신했네요?"

▲ 개의 목덜미를 잡고 가는 동사무소 직원.
ⓒ 둥물사랑실천협회
직원은 노끈을 잡고 개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허술하게 묶여진 노끈이 풀어지자 목덜미를 잡고 가더랍니다. 그리고 타고 온 차의 뒤 트렁크 안 상자에 개를 넣고 문을 닫고 갔다고 합니다. 개가 무슨 물건도 아닌데.

황씨의 사연이 동물사랑실천협회의 사이트에 올라오자 그 개를 구조하러 가겠다고 나선 것은 네이버 카페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유지은씨. 한 눈에도 심각해 보이는 눈 상태를 보고 마음이 안 놓였다는 유씨는 일단 데려와 치료부터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유씨가 사는 곳은 부천. 부천에서 창원까지 대략 400km입니다.

부천에서 창원까지, 유기견 구하기 대장정에 나서다

▲ 창원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 전경옥
8월 22일 오전 7시 30분. 왕복 800km의 먼 여정에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오락가락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그간 유기견 구조를 해온 유씨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1년 동안 유기견들을 구해 치료시켜 입양을 보내왔다는 유씨. 유씨는 이 일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말합니다. 어리고 귀여울 때는 예뻐하다가 늙고 병들면 귀찮아 버리는 세태. 그 뒤에는 과잉된 애견산업과 예쁜 강아지들을 보여주며 사행심을 조장하는 매스컴이 있다고 말합니다.

"무조건 새끼를 낳아봐야 한다며 무분별하게 번식하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여러 번 새끼를 낳게 해서 팔면 사료 값 뽑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봤어요."

유씨는 '많이 키우면 많이 버려질 수밖에 없다'며 '함부로 번식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후 2시 경 창원에 도착했습니다. 창원은 시에서 직접 유기견 보호소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창원시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은 총 60여 마리. 전문적인 구조요원이 없어 공무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개들을 구조해 오니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구조해 온 개 한 마리가 병이 있었는지 하루만에 죽자 주민들이 몰려와 항의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함부로 번식하고 판매하는 행위 막아야"

▲ 사진에서 본 유기견. 창원보호소에서 발견.
ⓒ 전경옥
▲ 창원 유기견보호소의 모습.
ⓒ 전경옥
담당 공무원의 안내로 보호소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한쪽 구석 케이지에서 사진에서 본 그 개를 발견했습니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눈의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옆방에 있는 보호소도 보여주었습니다. 60여 마리의 개들이 문을 열자 짖기 시작했습니다. 보기에도 아직 건강한 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은 그들 대부분이 입양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개들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 될 운명입니다.

▲ 내 무릎위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 전경옥
오후 2시 반경. 창원을 출발했습니다. 뒷좌석에 둔 녀석은 안아달라고 낑낑대며 금세 내 무릎 위로 올라왔습니다. 간식을 챙겨주자 허겁지접 먹어치웁니다. 녀석은 이내 꼬리도 흔들고 고개를 들어 빤히 나를 쳐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눈의 상태를 보기가 좀처럼 어렵습니다.

냄새나고 심하게 다친 유기견. 목덜미를 잡고 가던 동사무소 직원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기견은 버림받은 만큼 상처도 큽니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물건처럼 취급받고… 이게 대한민국 유기견의 현실입니다.

▲ 안성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눈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 유지은
무릎에 닿는 녀석의 불룩한 배가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임신했다면 만삭인데… 혹시 길거리를 떠돌다가 임신했다면 잡종인 것이 분명합니다. 순종강아지만 선호하는 대한민국에서 잡종 강아지들이 갈 곳이 있을까요. 부천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선 답답하고 심란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뚜비, 좋은 주인 만날 수 있을까?

▲ 동물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 임신이 아니라면?
ⓒ 전경옥
부천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경. 퇴근도 안하고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께서 기다려 주셨습니다. 녀석의 눈을 보고 한숨부터 쉬시는 수의사 선생님. 일단 임신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상 아무리 봐도 새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데 새끼는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고 하십니다. 결과는 자궁축농증. 상태가 너무 위험해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녀석의 배에서 두 번이나 수술을 한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장이나 위의 질병 때문에 수술한 자국과 제왕절개로 추정되는 또 다른 흔적. 이빨로 보아 그다지 나이가 많지 않은 녀석인데도 그 개가 걸어온 길이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워 버림받은 것은 아닐지.

눈은 이미 회생불가 상태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일단 치료를 하고 봉합시켜 놓은 뒤 최대한 경과를 보고 적체수술은 피해보겠다고 하십니다.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지속된 대수술. 8월 23일 오전, 좀 늦게 마취가 깼지만 기운을 차리고 저녁부터는 사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경과가 좋다고 합니다.

건강을 회복해서 좋은 주인을 만나 입양될 수 있을까요. 비록 한쪽 눈은 잃었지만 인간에 대한 충성심까지 잃은 것은 아닙니다. 녀석에게는 이제 이름도 생겼습니다. 뚜비. M여고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끝이 없이 발생하는 유기견. 이제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합니다. 개들은 돈벌이의 수단이나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입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없는 무분별한 애견문화. 이대로 괜찮습니까?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 SBS U 포터 뉴스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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