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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앞 케이지에 넣어두고 파는 개들.
ⓒ 동물자유연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214번지. 지난 7월 14일 우리나라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으로 유명한 모란시장을 찾았다. 모란시장은 상설시장이 있고 5일마다 크게 장이 서는 재래시장이다. 당일은 장날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시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오른쪽으로는 개고기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에는 꽃가게, 각종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옷과 생활용품을 파는 곳, 애완견을 파는 상인들도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한쪽 구석에 개와 흑염소를 파는 농장들이 보인다.

개 도살 현장을 목격하다

▲ 목에 밧줄을 걸고 도살장으로 끌어가는 모습.
ⓒ KARA
우선 개고기 상점이 늘어서 있는 곳을 따라 걸었다. 특유의 누린내와 털을 태우는 냄새가 역했다. 상점마다 앞에는 철창 안에 개들이 20여 마리 정도 들어있었고 상점 안에는 큰 솥들이 보였다. 상점 앞에는 고기를 썰어 진열해 놓은 채 팔고 있었다.

상점을 따라 걷고 있는데 한 남자가 가게 앞에서 개를 직접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상점의 종업원이 그 남자가 고른 개의 목에 줄을 감고는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바로 바닥에 개를 내려놓고 질질 끌며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갔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개의 뒤를 쫓았다. 그 개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지막이라는 것을.

불과 5m 옆에 도살장이 보였다. 어둡고 축축한 도살장 안에 남자 두세 명이 보였다.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는 남자가 있었고 종업원이 데리고 들어간 개를 받아든 한 남자는 순식간에 둔기로 개의 뒷머리를 내리쳤다. 개는 쓰러지고… 불과 몇 초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도살장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 트럭 안에서 발견한 병든 애완견들.
ⓒ 제보자 제공
거의 시장의 끝까지 걸어가니 작은 골목이 있었고 트럭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각종 수입견들이 보였다. 옷을 입고 있는 하얀색 푸들과 피부병으로 반쯤 털이 떨어져 나간 코카 스파니엘과 말라뮤트. 녀석들은 어디에서 흘러들어온 걸까. 그리고 개고기를 파는 가게 옆에 왜? 보기에도 병이 심각해 보이는 개들을 애완견으로 팔리는 없을 것이다. 날은 무척 더웠지만 트럭 안 물그릇은 비어 있었다.

"이 개 미니예요 미니!"

다시 반대쪽으로 걸어나갔다. 곳곳에 애완견을 내 놓고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 보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작은 강아지들이 철망 안에 가득했다. 발이 너무나 작아 밑이 뚫린 철장 안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듯했다. 옆에는 성견으로 보이는 말라뮤트, 코카 스파니엘, 셰퍼드 등이 작은 철망 안에 가득했다.

▲ 애완견을 파는 광경.
ⓒ KARA
다가가 가격을 물어보려 하는데 상인이 대뜸 이렇게 말한다. "이 개 많이 안 커요. 미니예요 미니." 많이 클까 봐 걱정이다, 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 보기에도 코카 스파니엘 종이 분명하고 코카가 중형견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미니종이라니.

상인은 자신이 팔고 있는 종의 부모가 천만 원짜리이며 견종이 너무 좋아 충무로 상인들도 자기에게 와서 사 간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글쎄… 그 부모가 되는 개들은 평생 새끼만 낳아야 할 것이요 젖도 안 뗀 작은 강아지들을 내다 팔고 있으니 면역력이 약해 쉽게 병에 걸릴 것은 뻔한 일이 아닌가. 작고 예쁜 강아지만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만을 추구하는 상인들과 번식업과 판매업에 대한 규제조차 없는 대한민국의 법이 답답하기만 하다.

개, 흑염소, 구렁이...그리고 보신탕 가게

옆쪽으로 난 길을 따라 농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축산, △△가축이라고 간판이 늘어서 있고 안쪽으로 개들과 흑염소들이 보였다. 그 옆으로 도살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각종 칼과 도마, 털을 뽑는 기계들이 보였다.

▲ 개들을 이동시킬 때는 이런 형태의 이동장을 사용한다.
ⓒ KARA
그때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뒤에는 개들을 옮길 때 쓰는 이동장이 실려 있었고 그 작은 이동장 안에 개들이 구겨져 있었다. 팔과 다리와 얼굴이 일그러져 누구의 다리인지 팔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잠시 후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이는 개 한 마리를 상자에 넣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또 다른 오토바이가 보였다. 그런데 한 10여분 후 불에 그슬려 나온 개가 그 오토바이에 실려 다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오토바이가 사라진 그곳에 개들을 도살하는 곳이 있음이 분명했다.

▲ 보신용으로 팔리는 흑염소들.
ⓒ KARA
그때 트럭 두 대가 ○○축산이라고 되어 있는 상점 앞에 멈춰 섰다. 트럭 뒤에는 흑염소가 잔뜩 실려 있었다. 농장 주인은 트럭 위에 있는 흑염소들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그 중 이미 죽었는지 입과 코에서 누런 액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흑염소가 있었다. 그리고 주인은 아직 살아있는 다른 흑염소의 뒷다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흑염소가 메에~하며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1시가 넘은 시간. 점심을 먹기 위해 포장마차에 손님들이 몰려 들어왔다. 보신탕 간판. 입구에 있는 솥 안에 주인이 각종 야채와 살코기를 썰어 넣는 광경이 보였다.

주변에 큰 구렁이를 데리고 와 약을 팔고 있는 사람들, 정력에 좋다며 지네를 내다 팔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선가 털 태우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 무심하게 흘러갔다. 복날을 앞둔 모란시장의 풍경이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과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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