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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친한 친구이니 예의 갖출 거 있겠나 싶어 자장면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커피 끓이랴 과일 깎으랴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부엌으로 가면 부엌으로, 화장실로 가면 화장실로. 보이지 않는 실에 연결된 듯 나를 졸졸 따라 다니는 개가 신기했나 보다. 친구가 툭 던지는 한 마디.

“나도 심심한데 개나 키울까?”

심심한데 개나 키울까?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왠지 불편함을 느낀다. 지방에서 상경한지 십여 년. 혼자 살아온 날들이 외로울 법도 하다. 하지만 외로운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개를 키운다는 말에 조금은 화가 난다.

야구를 좋아하면 야구장에 가면 되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화구들을 사가지고 와 그리면 될 것이다. 그러다 싫증나면? 어느 날부터 야구장에 안 간다고 큰일 날 건 없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물감과 붓들이 나를 원망할 일도 없다. 하지만 개는 10년에서 15년 살아가는 생명이 아닌가?

직장에 다니는 주인을 기다리며 혼자 지내야 하는 개는 우울증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개를 두고 나가야 하는 친구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조만간 다른 사람에게 개를 양도하겠지.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그 개가 버려지지 않고 온전히 살아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거대 포털사이트. D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카페로 들어가 보면 각종 카테고리가 있다. 그 중 ‘취미’라는 글자를 클릭한다. ‘취미’란 안의 ‘기르기’라는 카테고리에는 총 82681개의 카페가 있다.

카페명을 검색해 보았다. 식물 기르기부터 시작해 각종 애완동물까지 다양한 기르기 카페들이 즐비하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각종 애완견 카페들.

애완견 분양을 한다는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어미개가 새끼를 낳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게시판에 올린 일부 회원들의 글은 심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강아지 갖고 싶어요. 공짜로 주실 분 없나요...’
‘누가 강아지 주실 분... 예쁘고 작은 강아지 찾아요.’


원하는 견종도 다양하다. 듣도 보도 못한 개의 종류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믹스견(잡종을 의미)을 성의껏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이다.

나의 불편한 마음은 ‘티컵 강아지 기르기 카페’에서 극에 달한다. 티컵? 작은 컵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개들만 사랑한다는 건가? 그 중 하나를 골라 회원가입을 했다. 가입을 하자마다 날아오는 쪽지.

‘티컵 강아지 분양 1. 아기 강아지 무료 분양 2. 항상 이루어지는 만원 경매 3. 매달 우수회원에게 아가 분양 4. 원하시는 금액 대 아가분양.’

무슨 도매 시장도 아니고 이게 뭔가. 가입한 카페의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사진과 함께 분양공고에 올라와 있는 강아지들. 그런데 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얼마나 작은 강아지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옆에 이쑤시개 통을 같이 올려놓았다. 이쑤시개 통 크기만 한 강아지. 분양 글 밑에 달린 댓글도 가관이다.

‘저 놈 주머니에 넣어서 데리고 다녔음 좋겠다.’
‘어미 되면 몇 센티 되나요?’


나의 인내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지만 조금 더 참고 다른 글을 봤다.

‘견종: ******(티컵 사이즈) 분양가 120만원. 체중: 870그램(!). 밖에 목줄 하지 않고 데리고 다녀도 졸졸졸 주인만 따라다니는 아이라서 그냥 데리고 다니셔도 되어.’

누가 목줄 안하고 다니며 유기견 만드나 했더니 바로 찾았다. 최대한 작게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이라도 했다면 황우석 뺨치고 돌아설 세계 최대의 과학자일 것이다. 어떻게 작게 만들었는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사료로 키웠을 것이니 건강상태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동물단체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 게시판. 입양을 바란다는 글 중 가끔 이런 것들이 있다. ‘예쁘고 작은 순종 강아지 원해요’, 할 말이 없다. 순종 개들이 잡종견보다 더 충성스럽다는 과학적 발견이라도 있었는지? 작은 개가 덩치 큰 개보다 주인을 더 사랑한다는 근거라도 있는지.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기견. 쉽게 키우면 쉽게 버려질 수밖에 없다. 잠깐의 호기심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키운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는 너무도 크다. 또한 예쁘고 작은 순종 견만 좋아한다면 몸집 크고 잡종인 개들은 주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 개들을 버리는 사이 또 다른 사람들은 어렵게 보호소를 설립하고 버려진 개들을 구조할 것이다. 이쯤 되면 거리로 나가 외치고 싶다.

“개, 아무나 키우지 맙시다. 그럴 자격 인간에게는 없는 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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