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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천에 사는 성아무개씨는 개 한 마리가 버려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성씨의 증언.

"좀 외딴 곳이었는데 차가 길 옆에 서더니 여자 한 분이 개 한 마리를 안고 내리더라구요. 그런데 개를 옆에 내려놓고는 혼자 차에 타고 문을 닫더니 가버리는 거예요. 개는 그 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고… 그래서 개가 안 탔다는 걸 모르나 싶어 차 뒤를 쫓아가며 불렀는데 차는 가 버리고… 다시 개가 있는 자리로 왔더니 주인을 기다리는지 그 자리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그때 알았죠. 버림받았구나…."

성씨는 급한 마음에 구청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그러나 성씨의 눈에 비친 유기견 보호소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게다가 30일이 지나면 안락사시킨다는 말에 동물자유연대에 개를 맡기게 된 것.

▲ 제보자가 동물자유연대에 데리고 온 직후. 2월 당시.
ⓒ 동물자유연대
▲ 활동가의 품에 안겨있는 개. 4월 4일 현재.
ⓒ 전경옥
성씨는 다른 정황도 전하고 있다. 구청에서 개를 데리고 나오는 중에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있는 어떤 여자분을 만났다고 한다. '개가 예쁘네요'라는 성씨의 말에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예쁘긴 뭐가 예뻐요. 귀찮지… 아주머니가 데리고 가서 키우실래요?"

주변에 떠도는 유기견들을 많이 본다는 성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날 때마다 책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

4월 4일. 인천에서 보내진 그 개를 만나기 위해 동물자유연대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다른 시츄 한 마리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작년 5월에 있었던 사건.

▲ 주인이 다른 농장으로 옮긴 개들. 2005년 5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의 방문 당시.
ⓒ 동물자유연대
2005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종견으로 키워지던 시츄 80여 마리가 다른 농장으로 보내졌다는 제보를 받고 농장을 찾았다. 원래 시츄를 키우던 주인은 시츄 2-3마리를 키우다가 종견 번식업을 시작해 몇 년 사이 80여 마리로 숫자를 늘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 사정으로 많은 개들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농장으로 넘겼다는 것.

제보자는 시츄들 중 대다수가 병에 걸려 있는데다가 나이가 많은 개들이 있어 종견 번식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물단체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원주인을 설득했으나 이미 일부는 다른 농장으로 넘겨진 상태였고 58마리만을 매입해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한 활동가는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 눈질병이 심해 치료를 받고 있다. 2005년 5월 당시.
ⓒ 동물자유연대
▲ 좁은 견사에 오래 갇혀있어 대부분 발가락이 갈라져 있었다고 한다. 2005년 5월 당시.
ⓒ 동물자유연대
"우리가 유기견을 보호할만한 시설이 없고 주변이 전부 주택가이지만 일단은 데려오자 생각했어요. 데리고 온 아이들의 건강상태는 최악이었어요. 눈에 궤양이 심각한 개들이 많았고 좁은 우리에 끼워 넣어 길러서 발가락은 다 갈라져 있었고….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개들이 태반이어서 그 중 절반은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죠."

현재 동물자유연대가 보호하고 있는 시츄는 한 마리. 나머지는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의 집에 분산, 임시 보호되어 있다.

▲ 농장에서 온 개들 중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중인 시츄. 4월 4일 현재.
ⓒ 전경옥
애견협회는 현재 전국에 애완견 3500만 마리, 애견가게 300여 곳, 시장규모만 1조 원에 달한다고 집계하고 있다(<서울신문> 2005년 11월 19일자 기사참조). 화려하게 번창하는 애견산업.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함부로 키워지고 팔리고 버려지는 문화가 도사리고 있다. 2004년 한해만 전국에 버려진 유기견은 5만. 서울지역만도 1만 5000마리이다. 월 평균 1000마리 이상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2005년 11월 6일 방송 참조).

공주대 동물자원학과 김계웅 교수와 특수동물학과 박영석 교수가 조사한 '사회경제적 지역별 애완동물 사육실태와 전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애완동물의 80.5%가 개이고 애완동물의 사육 목적으로는 '귀엽고 영리해서'라는 답이 65.2%로 '반려동물이라서'라는 답(30.7%)보다 월등히 많았다(<페티앙> 2005년 12월호 기사 참조).

귀엽고 예쁘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함께 살고 있는 존재라는 인식보다 앞서는 것. 더는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은 나이가 되거나 병에 걸리면 어찌 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일반인들의 시각만이 문제일까? 원하면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기인할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들이 소비자의 손에 거치기까지는 크게 4단계를 거친다. 번식장/대량수입→경매장→애견숍→소비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2003년 4개월 동안 번식장과 경매장, 애견숍들을 취재한 보고서는 열악한 번식장의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번식장에서 개를 키우는데 어떠한 규제도 없고 경매장에서 한 쌍에 7-8만 원에 거래되는 개들을 팔아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비위생적으로 기르고 마구잡이로 길러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미디어다음> 2003년 10월 2일자 기사 참조).

▲ 일반적인 종견번식장의 모습. 썰매끄는 개로 유명한 시베리안 허스키 . 몸을 움츠린 채 갇혀 있다. 2005년 8월 동물자유연대 촬영.
ⓒ 동물자유연대
▲ 종견번식장의 모습. 비위생적 환경에서 평생을 갇혀 번식용으로 쓰인다. 2005년 8월 동물자유연대 촬영.
ⓒ 동물자유연대
동물단체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에 이러한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을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개들은 더럽고 좁은 견사에 갇혀 평생을 번식하는 데에만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동물번식판매업에 대한 등록허가제를 실시, 일정 시설기준을 명확히 하고 번식,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엄격한 의무조항을 부가하지 않으면 무분별하게 길러지고 죽고 버려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의 친구로 불리는 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게 된 배경은 개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존재라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구란 우정과 신뢰에 기초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관계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나고 길러지고 버려지는 수많은 개들. 과연 개는 인간의 친구인가 이윤과 즐거움의 원천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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