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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는 했지만 입당 권유는 안했다?... 이병완 비서실장(위 오른쪽)은 박주선 전 의원(위 왼쪽)을 만나기는 했지만 열린우리당 입당 및 전남도지사 출마 권유는 안했다고 해명했다.
ⓒ 안현주/오마이뉴스 이종호

"원래 박주선 전 의원과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로 (이병완 비서실장이 지난 11월 박 전 의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열린우리당) 입당이나 출마를 권유한 것은 없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

"박주선 전 의원을 만나서 열린우리당 입당 및 전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권유한 적은 없다."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지난 16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이병완 비서실장, 박주선에게 입당 및 출마 권유 : 이강철 전 수석도 입당 권유' 기사에 대해 관련자들이 보인 반응은 이처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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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보도] 이병완 비서실장, 박주선에게 입당 및 출마 권유

이병완 "만났지만 입당 권유 안했다" - 이강철 "입당 권유했지만 면담 권유 안했다"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오마이뉴스> 보도 뒤에 문의전화가 빗발치자 한 측근인사에게 "박 전 의원을 만나 입당 및 출마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면담을 권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10·26 재선거에서 떨어진 뒤여서) 대통령 면담을 권유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이병완 비서실장은 박 전 의원을 만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입당이나 출마를 권유하지는 않았다"고 김만수 대변인을 통해 해명했다.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기자가 박 전 의원 접촉 여부를 문의했을 때만해도 비서실장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 가장 선임인 시민사회수석이었다. 이 실장은 비서실을 총괄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현직 비서실장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박 전 의원을 '만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각각 '입당 권유'나 '면담 권유' 사실을 부인한 것은 노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강철 전 수석측은 그의 스타일답게 솔직하고 담대했다.

▲ 여당 입당 및 출마를 권유한 이병완 비서실장은 공직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내용을 잘 알고있는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이 박 전 의원을 만나 입당 및 출마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박 전 의원을 만난 것은 열린우리당 전남지역 시장·군수들이 이 수석더러 박 전 의원을 만나 전남지사 후보로 추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해 만난 것이지 노 대통령 면담을 주선하기 위해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두 사람의 골프 회동을 추진했으나 서로 시간이 안맞아 '티 타임'으로 했다"면서 "다만,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10월말이 아니라 11월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주선 전 의원은 "전남지역 열린우리당 시장·군수 7명이 단체로 상경해 나를 열린우리당 전남지사로 옹립하겠다며 입당을 권유했으나 내가 고사하자 이 전 수석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안다"며 "이 전 수석은 입당을 권유하며 대통령 면담도 주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면담' 부분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의 말이 일치한다. 이 전 수석이 박 전 의원을 만나 입당 및 출마를 권유한 것은 청와대를 떠난 뒤의 일이다. 따라서 "대통령 면담을 권유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 또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그가 영입작업을 한 것은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비서실장이라면 다르다. 대통령비서실장은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공직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고 있다. 따라서 당적을 가질 수 없는 그가 나서서 여당 입당 및 공직(전남도지사) 후보 출마를 권유한 것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있다.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더 크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2월 2일 정식으로 민주당에 입당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따라서 입당 권유가 민주당 입당 전의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10월 이른바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의원이 맡을 당직(부대표 겸 인재영입위원장)까지 거론되며 민주당 입당이 기정사실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야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여당에 영입하려 한 것은 '고구마 줄기'를 넝쿨채 거두어 가겠다는 것으로,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온 참여정부의 정치 도의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노 대통령의 역발상 ①... "지방선거하고 대선하고 무슨 관계가 있죠?"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청와대 만찬에서도 "당은 지방선거 승리나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지만, 나는 국가·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두 사람의 열린우리당 입당 및 출마 권유는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과 '독자적인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병완 실장과 박 전 의원은 광주고 동문인 데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비서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어 각별한 사이다. 박 전 의원과 이 실장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과 국내언론2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이어 두 사람은 민주당에서도 각각 국회의원과 당 산하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함께 일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열린우리당 영입 및 대통령 면담 권유가 독자적인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일지라도 사후에 접촉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 또한 크다. 세 사람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주변에 밝힌 뒷얘기"라고 말했다.

이 정치권 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병완 실장은 노 대통령에게 박 전 의원을 만나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남도지사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사후보고'를 했다. 이 실장은 박 전 의원을 영입하면 지방선거와 호남표 결집에 도움이 될텐데 아쉽다는 취지의 얘기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뜸 이 실장에게 "지방선거하고 대선하고 무슨 관계가 있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에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6월에 시행된 지방선거(광역단체장)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대패했으나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냐는 반문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랬다. 또 일부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상관계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2002년 선거의 법칙이 올해와 내년에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노 대통령의 역발상 ②...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

이병완 실장은 또 5월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경우, 급격한 '레임덕' 현상이 닥치고 종래에는 정권을 한나라당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해 깜짝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보다는 나라의 '미래 위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설령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막상 '정색'으로 하는 말을 들은 참모들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얘기였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의 격차가 이 정도라면, 당과 노 대통령의 인식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참모들도 이해할 수 없는 '역발상'이라면 청와대와 '분리'된 당(의원들)으로서는 더 불가사의하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당은 지방선거 승리나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지만, 나는 국가·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당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역발상'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나는 '역설적 전략', '역발상'을 통해 성공했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게 당에 부담을 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고 말해 '현실정치'와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26 재선거 참패 직후에 가진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도 노 대통령은 "난 내 방식대로 해서 성공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하겠으니) 서로 간섭하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 말대로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국정 우선순위는 상충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 위기 해결'을 최대의 개혁으로 여기는 대통령과, '정권 재창출'을 최고의 개혁으로 삼는 당(의원들)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미래의 위기'를 걱정하는 만큼, 당과 의원들도 '당대의 민생'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서로 붙잡고 버티기에는 그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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