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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 2주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7일 사망한 고 노충국씨의 영정. 그의 대한민국 국군 창군 이래 한번도 도전받지 않았던, "병사들은 아파도 무조건 견뎌야 한다"는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산을 헤매며 약초와 땔나무를 구하던 아버지는 여전히 아침마다 산에 오른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더이상 살려야 할 아들은 없다. 아들은 "아버지 미안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떠났다. 가을이 절정에 이른 지난 10월 27일의 일이다. 지금 아버지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눈물을 참기 위해서다.

"아침에 눈을 뜰 때, 그리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들 충국이가 생생하게 떠올라 자꾸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산에 가고 저녁에도 운동을 한다. 많이 힘들지만 술에 의지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다행 아닌가."

고 노충국씨의 아버지 노춘석(62)씨는 아들 잃은 고통을 그렇게 넘기고 있었다. 노씨는 아들이 사망한 후 아들의 유품과 사진을 모두 불태우려고 했다. 두 눈을 뜨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들의 흔적과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 속 아들이 너무도 생생해 차마 유품을 태울 수 없어" 여전히 아들의 흔적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005년 '올해의 인물'로 노충국씨와 그의 아버지 노춘석씨를 선정했다. 이들은 특별할 것 없는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한민국 국군 창군 이래 한번도 도전받지 않았던, "병사들은 아파도 무조건 견뎌야 한다"는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들의 도전에 많은 네티즌은 힘을 보탰고 함께 분노했다.

노충국씨는 끝내 세상을 떠났지만, 군대의 '상식'에 균열이 발생하는데 기여했다. 노춘석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금전적 보상 대신 허술한 군대 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은 이 요구는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군 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노춘석씨의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군에서 약속은 했지만, 지금 의료체계가 어떻게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지속적으로 개혁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구호로만 그쳐 내 아들과 같은 병사들이 또 나올까봐 걱정이다."

노씨의 고민은 또 있다. 제대 6주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던 '제2의 노충국' 김웅민씨가 지난 11월 21일 사망하더니, 그의 부친 김종근씨가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현재 노씨는 "나와 처지가 비슷한 김종근씨를 돕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노춘석씨는 아들 고 노충국씨가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서 매달 나오는 연금 70여 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노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매일 돌아다니고 있다"며 "그러나 나이가 많기 때문인지 일자리를 쉽게 구하기 어렵다, 꼭 내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겠다"고 밝혔다.

노씨에게 "<오마이뉴스> 올해의 인물에 뽑힌 소감이 어떤가?"라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상은 나와 내 아들이 받을 상이 아닌 것 같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네티즌들이 받아야 한다. 내가 한 일이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한테 계속 빚만 지는 것 같다. 그 빚 꼭 갚겠다. 내 나이가 육십이 넘었지만 세상에 보답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살겠다. 정말 고맙다.(눈물)"

▲ 지난 11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 주차장에서 치러진 고 노충국씨의 장례식에서 아버지 노춘석씨가(맨 오른쪽) 분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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