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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총체적인 방향성 상실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근 교수(인천대), 정승일 박사(베를린자유대), 장하준 교수(캠브리지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시작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가 개혁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벌개혁부터 부동산 폭등, 금융위기 논란과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이르기까지 현 경제팀의 위기 대처방식에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오마이뉴스>가 최근 개최한 경제위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팀의 모습을 보면, 노 정권 스스로가 재벌, 금융개혁 등 각종 경제개혁 방향에 대해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라며 “DJ 정부가 만들어놓은 여러 경제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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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도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재벌의 문제는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가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극단적인 기업집단 해체방식보다는 유럽과 일본식 네트워크 지배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흥은행 매각과 카드채 문제 등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은행 대형화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금융시장 위기 관리를 위해 일정부분 정부의 개입이 있을수 있지만 카드사의 경영 부실에 대한 엄정한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좌담회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며, 이찬근 교수(인천대)를 비롯해 정승일 박사(베를린자유대), 장하준 교수(캠브리지대)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사회 : 김종철 기자 /정리 : 공희정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사회자 우선 현 노무현정부 출범 100일에 맞춰 경제팀의 평가를 간단하고 총괄적으로 해 줬으면 한다.

정승일 "모르겠다. 이 정부가 뭘 원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회자 '불확실성'이란 말인가.

정승일 "글쎄 그것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책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DJ정부의 정책을 관성적으로 가져가고는 있지만 DJ정부가 만들어 놓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전혀 큰 그림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초반에 호언장담하던 재벌개혁도 흐지부지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청와대에서도 개혁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총체적인 방향성 상실의 위기다."

이찬근 “나도 잘 모르겠다. 정책이 전반적으로 진공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충 이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DJ 개혁을 계승해 과감한 시장주도의 개혁을 이어나가겠다고 외쳤다. 일테면 시카고 학파식의 개혁과 월스트리트가 한국에 원하는 개혁을 하겠다고 외친 것인데, 이것은 기득권 해체라는 차원에서 일견 일반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개혁을 따르다간 대중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갈 수 없으므로 결국 자충수로 귀결될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가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글로벌 보수의 논리를 진보적 개혁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하준 "DJ정부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세제개혁을 통해 분배 문제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노 정부가 끌고 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혁 지향 체제가 오히려 분배를 악화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성장을 돕는 체제가 아니다. 사실 신자유주의 체제는 투자를 낮추고 경기 변동을 증폭시킨다. 절대로 성장을 올리는 체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를 채택 해 성장이 올라간 나라가 없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 영국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의 기본적인 정책 구도는 분배를 악화시키는 구도이며 게다가 성장도 안 된다. 일부에서는 노 정부가 분배를 강조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 성장이 안 된다고 하는데 지난 5년 과정을 보면 투자율이 37-38%에서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스템 자체가 저 성장 분배악화체제인 것이다. 그런 체제 속에서 바꿔보려고 하니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신자유주의 채택해 성장이 올라간 나라가 없다”

▲ 이찬근 인천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찬근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은 쥐약 혹은 독약인데 이를 보약인줄 알고 먹고 있는 거다. 이것이 노 정권의 문제다. 아직도 신자유주의를 따르면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약이다."

정승일 “조선일보는 최근 경제 성장도 안되고 투자가 안 되는 것이 노동조합이 강해서 그런 것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비난성 기사가 한 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경제체제가 월스트리트 지배형 상태에서 구조적으로 투자를 할 수 없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몇몇 우량 기업들은 사상 최대로 이윤을 냈는데 투자는 안된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원하는 대로 됐는데 뭐가 노동자들 때문에 투자가 안 된다고 기사화 하는지 알 수 없다."

사회자 노무현 정부의 경제쪽 100일 평가가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최근까지도 사회적 논쟁이 일었던 재벌개혁과 관련해 말씀을 들었으면 한다. 최근 SK글로벌 채권단이 글로벌의 실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회생쪽으로 무게를 둔 것 같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정승일 "원론적으로 생각해보자. 기업 그룹을 보면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과 좋지 않은 기업이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금흐름이 안 좋은 기업이 있으면 우량기업이 도와줄 수 있다. 물론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겠지만… SK텔레콤이 초창기인 95년도만 해도 우량기업이 아니었다. SK텔레콤을 누가 키운 건가. SK그룹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으로 지금의 우량기업이 된 것이 아닌가. 과거 혜택을 잊고 자기만 살겠다는 것 이기적인 것 아닌가.

가령 유럽 공동체 차원에서 실시한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연구한 결과 최근 내린 결론이, 우리와는 형식이 다르지만 기업 그룹이 존재할 가치 있다는 것이다. 유럽도 기업 그룹내 자회사 간 서로 도와주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역설적으로 주주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다."

장하준 "한 나라가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새 산업을 키울 때 국민들이 비용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철을 일본에서 싸게 살수 있었는데 포항제철에서 비싼 가격에 산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유치산업이었던 포항제철이 나중에 잘돼 성장하면 그 나라의 주축산업이 되는 것이다. 기업그룹도 마찬가지다.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그룹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 SK글로벌이 4조 3000억원의 자본잠식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직장인이 19일 SK로고가 붙어있는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 뉴시스
과거에도 단위기업 별로 독립 채산을 강조했으면 지금의 삼성전자나 현대조선, 현대자동차, SK텔레콤이 있을 수 있었겠나. SK는 아직까지 학생복을 만들고 삼성은 설탕, 양복지를 만들고, 현대건설은 아직도 건설 하청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그룹 경영이라는 것이 물론 한번에 같이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문제만 얘기해선 안 된다. 그룹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어떤 식의 감시와 규제가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조건 원칙적인 독립 채산 경영만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 상황에 맞지 않는다."

이찬근 "문제는 다각화 경영과 독립경영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 거냐는 거다. 해외 학계의 연구로는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결론내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산업의 발전단계에 비추어 다각화경영이 여전히 의미가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의 경우 외부 자본시장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벌 내부에서 작동하는 내부 자본 시장의 기능을 살릴 필요가 있다. 자금력 좋은 기업과 어려운 기업간에 상호 부조할 수 있는 상생을 메커니즘을 대안 없이 파괴해서는 안된다."

“SKT, 과거 혜택 잊고 자기만 살겠다고? 너무 이기적 아닌가”

사회자 이번 SK사태로 자본의 국적성이 주요 논제로 떠올랐는데 이찬근 교수께서는 그동안 여러 글을 통해 “재벌 총수는 응징하되 기업지배권은 지켜야 한다. 한국의 재벌은 엄청난 국민적 희생과 국가 지원의 결과물로 사유재산인 동시에 국민적 사회적 자산이기도 하다.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길 경우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술력 강화와 같은 최소한의 국민 경제적 책임을 요구할 명분이나 수단이 없어진다”고 주장해 오셨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아시다시피 시장 우선적, 개방경제 체제다. 기업으로 한정할 경우 외국 자본은 유치하면서, 기업경영권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

이찬근 "방법이 있냐고 묻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해야 한다. 먼저 갑갑한 사정부터 생각해 보자. 한국의 재벌개혁이 박차를 가해 유력한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고 치자. 도대체 한국 내에서 이를 인수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결국 일방적으로 외국자본에 내다 팔아야 할 형편이 아닌가. 지배권 유지의 당위성은 차치 하더라도 최소한 국내기업을 처분하는데 해외 인수자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의 인수자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하다못해 제값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장하준 "국내적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지난 64년 OECD가입할 때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했다. 그때만 해도 일본에 있는 자동차 회사 다 합쳐도 GM의 반도 안됐다. 개방하면 다 먹힌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이 선택한 것은 관련기업들과 은행들이 2~3%씩 서로 안정지분을 확보 해 준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거의 모든 대기업이 60-70%의 우호지분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개방 이후 미국 기업사냥꾼들이 달려들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정승일 "이는 일본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주주 공작을 한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눈으로 보면 일본은 소유가 광범위하게 완전 분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 기업처럼 지배권이 안정되어 있는 곳도 없다. 스위스, 독일의 기업형태를 보면 계열사는 없는데 독일 500대 기업들이 상호간에 우호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도이체 방크의 대주주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되는 형태다. 한마디로 국민경제 전체가 그룹으로 짜여있는 것이다."

“벽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깰수 있나. 대체할 벽을 세워야지”

사회자 그렇다면 경영권을 방어하면서도 외국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모범적인 기업 경영권 방어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나.

장하준 "삼성 같은 그룹의 문제는 하나가 잘못돼 무너지면 전체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기업 네트워크 구조가 튼튼히 엮여야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에게 문제 생기니까 그렇게 된 것이고 삼성그룹도 삼성생명에 문제가 생기면 다 무너진다.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벽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냥 깰 수 있나. 대체할 벽을 세우고 벽을 깨야한다."

사회자 일부 평가에 따르면 삼성그룹도 지배구조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찬근 "금융계열사 계열분리, 금융계열사 보유 의결권 제한 등으로 묶으면 삼성그룹은 바겐세일로 나오는 거다."

▲ 정승일 베를린자유대 박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승일 "금융사계열분리도 국민적 대안을 만들고 하자는 것. 금융계열사분리를 당장 실시하면 삼성생명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 그 중간 과정으로 은행이 대주주 역할하며, 삼성생명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 대신 은행이 삼성을 철저히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회자 장 교수께선 모 일간지의 기고문에서 “재벌들이 철저한 반성과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경영지배권을 안정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서 어떤 사회적 통제를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줬으면 한다.

장하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생긴 정부가 취하는 통제가 바로 사회적 통제일 수 있다. 민주적인 정부가 국민경제를 위해 취하는 규제는 받아들여져야 한다. 재벌들은 사실 이런 정부의 정당한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들여왔다. 기업은 주주 것이니 우리를 건들이지 말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주의 논리가 최근 자신의 지배권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름으로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따라서 재벌은 이제 주주만의 논리를 버려야 한다.

이찬근 “장 교수가 주장하는 사회적 통제란 워싱턴 컨센서스와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건전성은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이 감독하고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의 건전성은 정부가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 워싱턴 컨센서스의 모니터링 분담체계다. 그러니 금융기관이 재벌의 건전성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금융기관, 특히 은행에게 주주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내부자적 감시기능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은행이 단지 자금의 파이프라인으로서만 기능했을 뿐, 기업에 대한 적극적 감시기능이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다. 마침 월스트리트도 유럽식의 유니버설 뱅킹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런 추세를 잘 살려 우리나라 은행에게 다면적인 기업관계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은행에게 주주 지위 부여해 기업을 감시하도록 하자는 것”

사회자 국민적 소유의 기업이 가능한가.

이찬근 “소유가 국내적으로 비교적 잘 분산되어 있는 동시에 국내적으로 지배권이 안정되어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본, 독일 다 그런 것 아닌가. 비즈니스로 관련 있는 기업들끼리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주주가 되고,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주주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로선 재벌구조 때문에 이것이 힘들기 때문에, 일단 은행들의 소유 지배구조 참여를 통해 지배권을 안정시킨 후, 여러 가지 국내적 지분분산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장하준 “방법이 하나는 아니다. 프랑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핀란드처럼 국영기업 체제를 상당 수준 유지할 수도 있고, 독일, 일본처럼 관련사 주식소유 분산을 통해 지배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나라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 나라 국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게 하고 있다. 남들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싸우는데 순진하게 우리는 갑옷도 필요없고 투구고 없이 맨몸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프랑스 국영기업인 르노에 삼성차를 팔아놓고 그저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승일 “한미은행도 삼성이 15%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의결권 행사는 못한다. 그나마 그러니까 칼라일 그룹에 한미은행이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우리은행 조흥은행도 완전 매각하지 말고 독자 생존시키고 거래관계가 깊은 고객기업들이 지분을 광범위하게 나누어 갖게 하는 것이 민영화의 한 방법이다.”

▲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 김종철
장하준 “우리은행, 조흥은행에 대해 국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것도 괜찮다. 상징적 주요주주 남는 것이 좋다.”

이찬근 “일단 지배권 안정이 필요하다는 컨센선스가 모아지면 기업이나 은행 등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수백가지 대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정승일 “현재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는 일종의 위계적 질서이다. 맨 위에 총수 패밀리가 있고, 그 밑으로 줄줄이 계열사가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패밀리 지분이 약해지면 왕창 깨지고 마는 취약한 조직이다. 이를 네트워크식 소유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이찬근 “다시 말해 총수를 정점으로 한 타이트한 위계적 소유구조로부터 관련기업들이 공동으로 소유지배의 안정성을 높이는 느슨한 네트워크제로 가자는 것이다.”

"총수지배구조에서 네트워크적 소유구조로 바꾸어야“

사회자 “일본은 네트워크 조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이찬근 “일본은 91년 걸프전이 터지면서 버블이 파열함에 따라 금융권에 거대한 부실이 쌓였고, 이를 청산하지 못해 10년이 넘게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이처럼 금융부실이 심각했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는 동일한데, 해법에 있어서는 크게 상이했다. 일본은 스모경기가 그러하듯이 국적은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은행의 해외매각,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부실처리를 미룬 반면, 우리나라는 은행의 해외매각과 과감한 공적자금 투입이란 방식을 취했다. 이를 두로 월스트리트는 윔블던식의 우리나라 금융개혁을 치켜세우고, 일본을 폄하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일본은 1000조엔에 달하는 예금자산을 외국에게 넘기면 투자 의사 결정의 자율성과 궁극적으로는 산업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소극적인 금융개혁을 취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절반의 은행을 넘기고 나머지 은행도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에 넘길 각오를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외국인 투자자의 단기적 이익추구와 중장기적 실물투자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정승일 “일본이 미국식으로 개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해가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일본 경제는 금융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계열사 네트웍 조직 체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본 제조업이 문제라는 얘기를 들어봤나.”
사회자 미쓰비시 자동차는 다임러에 넘어가지 않았나.

이찬근 “일본이 국적자본을 중시하고 있다고 해서 외자를 전면 차단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은행에 대해서는 철저히 국적자본 체제를 지키고 있지만, 증권, 투신과 같은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외자에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즉 꼭 지킬 것과 풀어야 할 것을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장하준 “일본처럼 잘살게 되면 성장률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일본 경제 나빴다고 하지만 90년대 성장률은 1%로, 같은 시기 미국의 2.23% 성장률에 비해 불과 1-2%밖에 차이가 없다. 엄청나게 경천동지할 차이가 아니다. 결국 요즘 같은 사정이면 미국에도 불황이 올 것이고, 양국간의 차이는 크게 좁혀질 것이다. 게다가 일본 역시도 우리나라처럼 시장주의가 크게 팽배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금융부실에 대처하지 모했다는 점도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은 말로만 시장주의를 할 뿐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정부가 개입하고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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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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