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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노조 탄압분쇄 이명박시장 퇴진하라'고 쓰인 천을 두른 뒤 삭발하는 하재호 지부장
ⓒ 권박효원
공무원노조와 서울시청 직장협의회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직접적 계기는 최근 인사위원회가 서울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이자 공무원노조 서울지부 서울시청지부장인 하재호씨에게 내린 해임 결정이지만, 이들은 이명박 시장의 행정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하재호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4일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 등 공무원노조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최근 서울시 인사위는 해임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5월 7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가진 공무원노조는 하재호 지부장 해임결정 철회와 함께 이명박 시장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하 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부당해임 철회와 함께 공무원 정리해고 중단, 서울시청 공무원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삭발로 결의를 다졌다. 서울시 직협은 이번 달 중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공무원노조 조합원 20여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장실에 올라가 면담을 요청했다.



조합원들은 시장실 문 옆에 붙여진 액자 유리 위에 흰 종이를 붙이고 풀 스프레이와 하재호 위원장의 잘린 머리카락을 이용해 "쟁취 필사투쟁"이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시장면담! 시장면담!"을 외쳤지만 시장실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 시장실 문앞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과 경비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박효원
조합원들은 두 차례 시장실 진입을 시도했지만 10여명의 경비원들이 이를 가로막았고 나중에는 경찰 20여명이 나서서 문을 봉쇄했다. 조합원들은 1시간 가까이 연좌농성을 벌인 뒤 오전 11시 40분경 해산했다.

한편, 서울시청 보도과는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미리 연락받지 못해 기자회견을 열 수 없다"며 기자들에게 "그 쪽으로 가지 마세요"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과의 지시에 따르는 기자는 없었다.

"하 지부장 해임은 노조탄압"
"공무원이 불법행위 해서야"


하재호 지부장의 해임결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 파문의 핵심이 지난해 말 노조 출범 이후 계속된 '공무원 집단행위'의 정당성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간의 팽팽한 갈등이기 때문이다.

하재호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4일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 등 공무원노조 관련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한 지방공무원법 58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15년 공직생활, 해임 생각도 못했다"
하재호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장

15년동안 서울시청에서 근무해온 하재호 지부장은 "해임 결정은 생각하지 못했다. 해임은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집단행동'에 대한 징계요구 자체가 잘못이지만 해임은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이번 징계가 감정에 치우친 결과"라는 생각이다.

하재호 지부장은 "공무원노조는 어쨌든 불법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 "민주화 운동은 법이 따라주지 않을 때부터 법을 성숙시켜왔다"고 답했다. 특히 "공무원 노조는 OECD 가입국이 모두 합법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이며, 공직사회를 깨끗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하 지부장의 주장이다.

하 지부장은 "DJ 정부에서도 공무원 징계는 보류했는데 오히려 노무현 정부 들어서 탄압이 심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 지부장은 "선거 당시 '노동자 출신'을 강조한 이명박 시장이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부인한다"며 '서글픈 심정'을 호소했다.

하 지부장은 "다른 시장과 비교해볼 때 이명박 시장은 행정경험이 미숙하고 즉흥적인 정책을 펼쳐 자신의 경영 마인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직원과 시민의 말에 귀기울이고 기억에 남는 시정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 권박효원 기자
4월 21일 열린 서울시청 제1인사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은 대해 아직 감사과, 조사과, 인사과의 검토를 거쳐 17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공무원노조는 "하 지부장 해임결정은 공무원노조 건설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려는 속셈"이라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시장이야말로 진짜 범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이번 해임결정에 대해 지난 3월 말 서울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된 하재호 지부장을 견제하기 위한 징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 지부장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다른 공무원은 해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청 인사과 관계자는 공무원노조의 주장에 대해 "일반인을 선도해야할 공무원이 법을 어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행정부장관 면담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 지부장은 다른 공무원과 달리 5차례 집회를 주도하거나 참가 독려했으며, (직장협의회 선거 전인) 3월부터 징계심사가 예정되어있었다"며 공직협쪽에서 제기하는 '표적해임' 의혹을 반박했다.

"불도저 이명박, 오락가락 이명박 시민사회단체와 퇴진운동 벌이겠다"

▲ 조합원들이 시장실옆 유리액자 위에 풀 스프레이와 머리카락을 이용해 '쟁취 필사투쟁'이라는 글씨를 붙이고 있다.
ⓒ 권박효원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는 부당해임과 함께 이명박 시장의 행정에 대해 '안티'를 걸었다.

임기 1년을 앞둔 이명박 시장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결론은 "공직사회 구성원들에게조차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수장"이며 "잘하는 것 없는 부정선거 사범"이었다.

이 시장의 행정정책은 공무원으로부터 '보여주기식 부풀리기 행정' '시민 복지에는 쓸모없는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공무원노조는 뚝섬지역 생태형 테마공원, 청계천 복원사업, 성미산 기습벌목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이 시장의 행정을 '불도저, 오락가락'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청 구조조정도 문제로 제기됐다. "하위직 동료의 20%가 잘려나갔지만 고위직 공무원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자치구보다 적은 각종 수당과 시 운영시설의 민간위탁 추진도 '공무원 신분 불안, 서비스 질 저하'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시장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앙부처 장관의 2배에 달하는 4억3000만원의 판공비(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후 '이명박 시장 퇴진운동'과 장모 인사과장 경질 등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고,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청계천 복원사업 졸속시행의 문제점 및 시정실책을 알리는 등 투쟁사업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5월 중순 안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의 결과에 따라 빠르면 이달 말 서울시청 공무원 파업이 전개될 예정이다.

노조 "공무원노동자대회 단순참가, 직협 탄압 의도"
시청 "5차례 집회 주도, 직협선거 전 예정된 징계"
하재호 지부장 해임결정 공방

▲ 서울시청 직원들의 만류 속에 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지난 4월21일 호 지부장에 대해 해임 결정을 한 제1인사위원회는 서울시청 측 인사 3인(행정1부시장, 도시계획국장, 복지여성국장)과 외부인사 3명(성낙인 서울대 교수, 박상기 변호사, 장용국 변호사)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김우석 행정부시장은 병가로, 박상기 변호사는 조합원들의 저지와 만류에 의해 각각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때만 해도 조합원 사이에서는 "인사위 결정은 경징계로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지금 공무원노조와 서울시청은 하재호 지부장의 해임 결정을 놓고 그 근거와 당시 상황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논란은 하재호 지부장의 해임 근거. 공무원노조는 "하 지부장은 11월 4일 한양대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자대회에 단순참가했다가 징계를 받았다"며 "이 대회에 참가하고 해임징계를 받은 것은 하 지부장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시청은 "하재호 지부장은 그 전부터 여러 번 노동자집회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며 5번의 '집회 참가전력'을 근거로 들었다. 11월 4일 집회 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17일 명동성당 앞 전간부 상경투쟁, 19일 안국동 느티나무까페 공무원노조 관련 기자회견, 10월 26일 서울역 앞 총력투쟁결의대회, 28일부터 30일까지 파업투표가 모두 '집단행위'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인사과 관계자는 "하 지부장은 집회에 적극 가담하거나 기획주도했으며 동료 공무원의 참여를 독려했다"며 "다른 사례와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한 뒤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하 지부장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죄질이 나빠'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11월 4일 집회에 대해서는 무단이탈 여부가 쟁점으로 불거졌다.

공무원노조는 "당시 하재호 지부장은 업무를 마친 뒤 집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지부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대문경찰서 등 정보기관에서 집회 장소를 알아내려고 하도 전화를 해와, 잠시 1층 발간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걸 무단이석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은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무단이탈이 맞다. 이미 다 조사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하 지부장의 해임 배경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하재호 지부장이 지난 3월 27일 시청 직협 대표로 당선된 뒤 시청의 비민주적 행정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명박 시장은 공무원 노조를 표방하는 하재호 지부장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청은 "이미 지난해 12월 20일 조사감사관실에서 징계요구가 들어왔고 이미 2월 14일에 '3월 3일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 지부장이 "3월달에 행사가 있으니까 4월로 미뤄달라"고 하는 바람에 인사위원회가 미뤄졌을 뿐, 하 지부장의 직협 회장 선거와 상관없이 이뤄진 징계라는 주장이다. 인사과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보니 3월달에 한다는 행사가 선거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사위원회 결정이 감사과, 조사과, 인사과 통과만을 남겨둔 지금도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달 1일 서울시청은 인사위원회 개회를 막기 위해 4월 21일 '징계저지 집회'에 참가했던 9명의 조합원에게 '공무원 집단행위'를 근거로 출두요구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받은 요구서는 출두기한을 "5월 6일 17시"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들 조합원은 출두를 거부했다. 구청 공무원이 서울시 출두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청은 이에 대해 "시청이 감사 대행을 할 수 있다"는 행정감사규정 19조와 서울시행정감사규칙 23조를 내세워 출두요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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