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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은 꼭 있어야 하는 데 없고 허울만 좋은 것을 말할 때나, 생색만 내고 정말 실익없이 아무것도 아닌 부실함을 가리켜서 '앙꼬 없는 찐빵'이라던가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오랫만에 출장을 가면서 오랫동안 격조했던 어느 지체장애1급 여성장애인과 동행했다.

양 목발을 짚고 장거리 출장을 어떻게 가나 걱정을 했을 때 열차여행을 제의했다. 역무원에게 미리 부탁하면 친절하게 비상휠체어를 가지고 승차할 때나 하차한 뒤 주차장까지 이동할 때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열차서비스가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느낌으로 기차를 탔다.

휠체어 탄 장애인과 열차로 출장을 가다

 요즘 열차 안에는 남자들이 간단히 볼 일을 볼 수 있는 간이 용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아기기저기교환대도 만들어져있는데, 장애인전용화장실은 없다.
 요즘 열차 안에는 남자들이 간단히 볼 일을 볼 수 있는 간이 용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아기기저기교환대도 만들어져있는데, 장애인전용화장실은 없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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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연락을 한 탓인지 역무원이 공익요원을 데리고 시간 맞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승차시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장애인 경사로를 꺼낼 때 대체 점검을 언제 했는지 열차출발시간이 약간 지체될 만큼 역무원이 '낑낑' 거리며 간신히 꺼내었다.

손만 대면 전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열차에 그렇게 아날로그 구식장치가 있다는 게 어울리지 않았다. 장애인전용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장애인전용좌석이란 게 장애인 체형에 맞는 편의장치가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 단지 2개가 나란히 있는 좌석배치에서 좌석 하나를 철거하고 한 개만 댕그렁 놓여 있는 것이 장애인전용좌석이었다.

동행한 휠체어장애인은 그 좌석에 앉으면 척추가 지탱이 안 되어 오히려 척추가 더 아프다며 좌석 옆 빈 공간에서 휠체어에 그대로 앉은 채 있었다. 열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휄체어바퀴가 앞뒤로 흔들려 약간은 위험해보였고 그 자리를 유지하느라 한 팔로 계속 다른 좌석받침을 잡고 있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아무런 장애인편의장치가 없으면서도 장애인전용좌석이라 한 것은 약과이고 정작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목적지인 서울로 가는데 수원 근처에서 급하게 작은 볼 일을 보아야 하는 신호가 온 것이었다. 그런데 열차 화장실은 휠체어 바퀴가 1/3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볼 일을 보려면 문을 연 채 봐야 하는 셈이었다. 11칸이나 되는 기차 화장실 어디에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나 개인공간이 없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결국 내리다

전에도 가끔 난감함을 겪었기에 이럴 줄 알고 새벽부터 물이라든가 음식물을 안 먹었다는데, 계속 흔들리다 보니 급하게 신호가 온 모양이었다. 역무원에게 이야기해서 화장실 아니라도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공간을 찾았는데 없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2시까지 행사장에 가야 하는데 할 수 없이 영등포역에 일단 내렸다.

황망한 정신을 뒤로 하고 허겁지급 대합실 화장실을 찾아 볼 일을 보고 다시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니 주말이라서 그런지 다음차표는 입석 밖에 없어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다시 장애인좌석표를 사고 2시에 시작하는 행사장에는 3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도착하게 되었다.

요즘 열차 안에는 남자들이 간단히 볼 일을 볼 수 있는 간이 용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아기기저기교환대도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카페가 있는 열차와 인터넷좌석이 있는가 하면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전용좌석이라고 명기해놓고 아무런 장애인안전장치가 없는 좌석은 둘째치고, 정작 장애인이 볼 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없다는 것이 정말 황당했다.

황당한 이상으로 슬픈 것은 정작 아침 8시부터 서울출장을 분주하게 준비한 동행 여성장애인의 표정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참 많이 익숙해진 초연함일까 아니면 체념일까 알 수가 없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만드는 게 어려울까

있는 것을 이왕 뜯어고치면서 아날로그 문을 전자동으로 만들면 장애인경사로장치도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이고, 아기기저귀교환대나 남자용변기를 여러 대 설치할 거라면 기차칸 10칸 중 1칸만에라도 장애인전용화장실 만드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 것일까?

갈매기들이 날아갈 때 서로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하여 기운을 북돋아주면서 먼 장거리를 무사히 동행하여 가는 것처럼, 우리들도 서로를 배려하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해나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일까?

왜 꼭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크게 올려 줄기차게 요구를 해야만 관심을 가지고 마지못해 개선을 하는 것일까? 진정한 민주가 아닌 무슨 독주를 향해 우리는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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