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기륭전자, KTX-새마을호, 이랜드, 뉴코 등 해고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선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투쟁 2년을 맞은 기륭전자 앞(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매)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오늘 구로공단에 오면서 30년 전 생각이 떠올랐다. 보릿고개로 어려웠던 시절,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어린 나이에 취직하러 왔었다. 하루에 13시간∼14시간씩 일했고, 한달에 두 번 놀았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수 없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알몸으로 똥물세례를 받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 우리 아이만큼은 투쟁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오늘날도 딸과 함께 투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2005년 시작된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55일간 점거 파업 농성을 벌이다 쫓겨났고 단식, 삭발도 해봤다. 그런데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륭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문제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


노동자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다. 미싱을 돌리던 '공순이'들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여성 비정규직이 자리잡은 것.

노동권을 주장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분뇨를 뿌렸던 기업(1976년 동일방직 분뇨사건)은 사라졌지만, 2007년 기업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 문자를 보낸다. 구사대를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던 때(1980년 대우어패럴)는 가고, 노조의 집회는 '불법파업'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해산되기 일쑤다.

휴일도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했지만 고용 안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는 20여년이 지났어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YH무역 노조 지부장 출신인 최 의원은 '후배'들의 투쟁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고통의 대부분은 여성에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그들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 힘을 합쳤다.

공공운수연맹 KTX-새마을호 승무원 지부(82명),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15명), 민간서비스연맹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700여명) 등 4개 기업의 여성 노동자들은 24일 오후 4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공동투쟁을 알리는 선포식을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본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고용 의무는 없고 해고의 권리만 있는 불법 파견, 외주 용역화를 일삼고 있다"며 ▲비정규직 철폐 ▲사측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이며, 그 가운데 70%가 여성"이라며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빈곤과 차별 등 고통의 대부분을 여성들이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규 여성들의 선봉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 철폐 운동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김소연 분회장(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은 "4개 업체의 해고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이심전심이었다, 모두 공동투쟁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이랜드와 뉴코아 노조가 알려지면서 비정규직 악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여성 비정규직 해고해놓고, 노사 상생?"

민세원 서울 KTX 열차승무지부장은 "정부는 '노사 상생'을 강조하지만, 우리 같은 노동자가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립서비스일 뿐"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해고하지 말라'는 것일 뿐인데, 그것마저 못하는 정부와 자본이 어떻게 노동자와 상생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부쳤다.

이들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다른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 투쟁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진보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300여명이 동참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구로동맹파업동지회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아 격려금을 전달했다. 대우어패럴 노동조합 교선부장 출신이 김준희씨는 "(후배들이 투쟁하는 것을 보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그:#여성 비정규직, #기륭전자, #KTX, #이랜드, #뉴코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