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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비스타'가 가격 부풀리기 의혹과 호환성 문제 등 논란 속에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출시됐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에서 판매되는 윈도비스타 가격이 유독 높게 책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논란이 일자,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운송비가 반영되어 그렇다는 매우 독특한 답변을 하였다.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무겁기에 운송비가 그만큼 드는지?

우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MS 제품을 구입해온 미국인들은 MS의 가격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BRI@지난 2월 14일 MS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Iowa) 주의 소비자 1000여명은 MS사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지금껏 가격 부풀리기를 해온 결과, MS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모두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3억3000만 달러(3092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 재판이 시작된 지 두 달여 만에 MS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액수의 배상을 해주기로 약속했고, 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 조건을 보면, 199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아이오와 주에서 윈도 운영체제와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구입한 모든 개인과 회사들에게 MS사는 적절한 배상을 해주고, 배상금을 찾아가지 않아 남게 되는 액수의 절반을 아이오와 주 교육청에 기부해, 각 급 학교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구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19개 주에서 MS 배상 요구 집단 소송·합의

MS사는 "이 합의 내용은 MS제품을 구입한 모든 소비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며, MS사는 아이오와 주 사법절차의 높은 수준과 공평함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였다.

아이오와 주에서만 이런 소송이 제기된 것이 아니다. 미네소타 주에서도 동일한 소송이 제기됐고, 그 소송 역시 재판 도중에 MS사가 1억8천만 달러(1700억원)의 배상을 약속하고 합의가 이뤄졌다(2004년 4월). 동일한 소송은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제기됐고, MS사는 11억 달러(1조300억원)의 손해배상을 약속하고 합의했다(2003년 1월).

MS사 홈페이지에 안내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러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돼 합의가 이루어진 주는 19개이고, 미시시피 주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나,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제품 버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인당 수 만원씩의 배상을 받았으며, 배상금을 찾아가지 않은 무수히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야할 돈은 각 주의 교육청에 기부돼 학교 IT 시설 구축, 소외계층의 전산 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다.

▲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이렇게 보면, 결국 MS사는 일단 가격 부풀리기를 한 다음, 소비자들이 소송으로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 한해 값을 깎아주고, 찾아가지 않는 소비자 몫의 돈으로 자선 사업을 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긴, 소송을 당해 재판상 화해를 하고, 그 화해 조건대로 이행하는 것이니까 굳이 '자선 사업'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긴 하다.

타이완의 소비자들도 MS사의 가격 부풀리기에 대하여 법적 대응을 하였고, 타이완 공정거래위(TFTC)가 그 혐의를 본격 조사하기 시작한지 6개월여 만에 MS사는 최고 54.5%까지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지난 2003년 2월에는 원만히 합의한 바 있다.

어쨌든, 유난히 비싼 값으로 한국에서 MS 윈도나 워드, 엑셀, 오피스 등을 구입한 모든 개인과 회사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구입한 MS 제품들의 정품인증 스티커를 잘 보관해 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봉'으로 남아있을 수야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MS 사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오픈웹(openweb.or.kr)은 윈도를 이용하지 않는 국민에게도 우리 공공기관 웹페이지가 평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태그:#MS, #소비자돈, #자선사업, #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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