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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율 스님은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라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온 뒤 지난 2~4일 사이 천성산 터널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지하수 유출을 우려했다.
ⓒ 천성산대책위

"<조선일보> 때문에 조용한 산촌에서 다시 거리의 현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그것은 <조선일보> 때문이다. 지율은 5일 <조선> 사장 앞으로 '질의서'를 보내고, 6일 천성산대책위 홈페이지(www.chorok.org)에 공개질의서를 올려놓았다.

지율이 <조선>에 대해 발끈하고 나선 것은 지난 달 30일자로 보도된 기사 '천성산 곳곳 발파 굉음…공기 단축 위해 밤샘' 때문이다. 이 기사는 천성산 구간의 지하루 유출이 거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BRI@경북의 어느 산골에서 지내던 지율은 신문이 나온 뒤 지난 2~4일 사흘간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구간 터널(원효) 공사 현장을 찾았다.

지율은 "<조선> 기사를 보고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며 "터널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손을 담궈 보면 어머님의 젖줄처럼 따뜻하고 끈적한 슬픔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율은 "그들(<조선>)이 옳기를 바랐던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현장을 다녀온 뒤 <조선>에 장문의 질의서를 작성하고 속달 등기로 보냈다"며 "이제 <조선>이 어떤 답을 해올지 기다릴 차례"라고 말했다.

질의서는 '천성산 환경보존 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발송되었다. 또 지율 스님은 이같은 질의서를 <조선> 상당수 기자들한테도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쟁점①-지하수 유출]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주민 집단 민원은 뭔가"

▲ 천성산 터널공사 주변인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주민들은 지난 달 말 공사장 입구에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 양산시민신문
▲ 조선일보는 2006년 12월 30일자 기사에서 '지하수 유출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 윤성효
앞서 <조선>은 "환경단체 등이 지하수 고갈과 산지 늪 생태계의 파괴 우려를 강력 제기했던 내원사 인근 간천계곡부에서 지하수 유출이 거의 없었고, 무제치늪 아래도 대규모 암반층이 있어 지하수가 전혀 비치지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같은 보도가 있기 전인 지난 달 26~28일 사이 천성산 터널 인근 마을인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 주민들은 지하수가 줄어든다며 민원을 제기하며 집단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말라가는 지하수 우리는 목탄다" "KTX 건설로 인해 주민 다 죽는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의 집단시위로 공사차량이 출입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 뿐만 아니라 <국제신문>이며 <경남도민일보> <양산시민신문> 등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터널 주변 마을 주민들이 공사로 인해 지하수 고갈 등을 주장해 시공사 측에서는 수천만원의 보상비를 지급하는 일도 벌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하기도 했다.

공개질의서에서 지율은 "천성산 구간의 터널 배수로를 직접 답사하여 보면 시간당 수십에서 수백톤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면서 "공사 현장에서 만난 소장은 지하수 유출은 이미 공론화 된 사실이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했다"고 <조선> 보도를 반박했다.

그는 "기사에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라고 쓴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거의 제로’라는 것은 몇 톤의 유량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또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조사된 유량은 과연 얼마였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쟁점②-공사기간] 천성산 터널 공사 시작은 2002년? 2003년?

▲ 2006년 6월 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붙은 '천성산 도롱뇽 사건 일지'. 여기에 보면 '천성산 구간 공사 착공'은 2003년 12월 2일이라고 해놓았다.
ⓒ 윤성효
▲ 조선일보 2006년 12월 30일자 기사에 붙은 '천성산(원효터널) 일지'에 보면 '2002년 6월 착공'이라고 해놓았다.
ⓒ 윤성효
천성산에서 고속철도를 놓기 위한 터널공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몇 차례 얼마동안 중단되었나.

<조선>은 기사에서 '2002년 6월 착공'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천성산 구간 터널공사를 착공한 시기는 2003년 11월 27일이다. 2002년 6월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대구~부산) 착공 시기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공사를 시작하면서 천성산 터널공사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던 것.

<조선> 역시 2003년 12월 2일자(인터넷판)에 연합뉴스 기사로 ''도롱뇽 소송' 천성산 공사시작'이란 제목에 "경부고속철도 금정산 구간에 이어 도롱뇽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천성산 구간에서도 공사가 시작됐다"고 실어놓았다.

또 2006년 6월 2일 대법원에서 '도롱뇽 소송' 재항고를 기각했을 때 <조선>은 '천성산 도롱뇽사건 일지'에서 천성산 구간 공사 착공 시기를 "2003년 12월 2일"이라고 보도했다.

공사 중단 횟수와 기간도 문제다. <조선>은 지난달 30일자 기사에서 '천성산(원효터널) 일지'를 통해 3차례 중단된 것으로 설명해 놓았고, 그에 대해 "허송세월 1년"이라 해 놓았다. '2003년 3월 노 대통령 지시로 1차 공사 중단'과 '2004년 8월 재판부 권고로 2차 공사 중단', '2005년 8월 환경영향 공동조사 착수, 3차 공사 중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6월 2일자로 내보낸 기사에서는 총 4차례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신문에서는 "천성산 공사는 공사 시작 이후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 재검토 지시로 6개월, 2004년 지율 스님 현장 점거 때 3개월, 항고심 선고 이전 3개월,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가 벌어진 3개월 등 15개월 이상 중단됐다"고 해놓았다.

지율은 질의서에서 "공단의 공문과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된 천성산 구간 공사 중단은 두 차례이고, 그 기간도 6개월이었다"고 밝혔다. <조선>이 중단되었다고 보도한 2003년 3월은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던 시기였던 것.

지율은 2004년 4~6월 사이 현대건설이 맡은 부산 방면 입구인 양산시 동면 개곡마을 공사 현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공단에서는 이를 '공사 중단'으로 보지 않았고, 당시 현대건설은 다른 구역에서 공사를 벌였으며 SK건설 또한 공사를 진행시켰다.

<조선>이 '재판부 권고' 때문이라고 보도한 '2004년 8월' 공사 중단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지율이 청와대 앞에서 58일간 단식을 벌인 끝에 정부와 환경단체가 당시 부산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던 '도롱뇽 소송' 항고심 선고 때까지 3개월간 공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취해졌던 것.

지율은 공개질의서에서 "보도 내용 중 '2002년 6월 착공'과 '천성산 공사구간 중지 1년'이라는 내용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요청하고, 착공도 되지 않은 공사 구간에 대하여 공사가 중지되었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03년 12월 2일자 보면 "'도롱뇽 소송' 천성산 공사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 윤성효
"<조선>, 대통령 잘못 부각하려는 편파적 보도"

지율은 <조선> 기사가 '한 비구니의 단식'과 '대통령의 공약' '공사 중단'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대단히 편파적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해 보도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정책) 잘못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

2002년 대선 전부터 고속철도가 천성산을 터널로 관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율은 2002년 7월 부산시청 앞에서 1차 단식을 벌였다. 그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전 '천성산 터널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권영길 후보뿐만 아니라 범어사 법당에서 지율을 만났던 이회창 후보도 '백지화' 내지 '재검토'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당시 신한국당 소속 김혁규 경남지사(현 국회의원)와 안상영 부산시장(사망)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다.

지율은 "지금은 '한 비구니의 단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고 있는 천성산 문제는 노 대통령을 포함한 3당의 대통령 후보는 물론 경남지사와 부산시장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당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보듯 1000만 부산·경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문>(2003년 6월 1일 보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고속철도 노선에 대한 의견’에서 '금정산 천성산 통과노선(정부·경제계 주장)'에 25.7%, '우회노선(시민단체·환경단체 주장)'에 69.0%가 각각 찬성했다. 지율은 이같은 근거를 들어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와 우회노선 재검토 등은 조선일보에서 말하는 '한 비구니의 단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공약과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율은 "만남을 요청한 것은 (대선)후보측이었고 그들은 재검토 내지 백지화공약을 선물이라 불렀다"면서 "돌아보면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고 이것이 바로 천성산 문제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임을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 문제를 정치적인 사건으로 가져가면서 천성산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에서 정치적인 이해의 문제로 변질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지율은 공개질의서에서 "그동안 많은 종교인과 41만 소송 대리인(도롱뇽의 친구들)이 함께했던 천성산 운동의 과정을 한 비구니의 단식과 대통령의 공약, 공사 중단이라는 경과로 대단히 편파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몇 가지 사실 오류가 있음으로 이에 대하여 귀사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국제신문 2003년 6월 1일자 기사.
ⓒ 윤성효
[쟁점③-경제적 손실] 2조5천억원 산정 근거는?

또 지율은 <조선>이 '2조5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라고 보도한 근거자료를 밝힐 것으로 촉구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여러차례 이같은 보도를 해왔다. 대법원 재항고 기각 이후에도 '2조 날린 '도롱뇽 소송' 3년만에 마침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번 기사에서 "대한상공회의소의 작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5161억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율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경제적 손실액을 허위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뿐만 아니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그같은 손실을 계산한 연구보고서와 연구자를 밝혀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지율은 "공단으로부터 온 자료는 천성산 문제가 발생하기 수년 전인 1997년 IMF 당시 고속철 재검토 문제를 다룬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고, 대한상의의 보고서는 연구자도 연구기관도 밝힐 수 없는 유령의 보고서였다"고 주장.

그는 "대한상의는 공단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았으며 연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소재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단은 어떠한 자료도 대한상의에 준 일이 없다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조5천억 손실'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천성산대책위는 사법기관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지율은 "2조5천억의 경제적 손실 문제는 현재 검찰의 수사 중에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2조5천억원의 손실을 공론화하고 기사화했으므로, 그에 대한 충분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 자료를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율은 "보고서 한 장 없는 2조5천억의 유령은 언론에 400회 이상 기사화 되었고 언론에 400회 이상을 기사화된 사건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며 "'2조'라는 숫자는 도롱뇽 소송의 관 뚜껑을 못질하기에 충분했지만 유령이었고, 아직도 꺼리낌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개질의서에서는 "2004년 <조선> 보도에 의하면 SK건설이 3개월 공사가 전면 중지된 기간 동안 손실은 45억원이며 전체 매출 손실은 150억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시점에서 <조선>은 2002년 6월 착공과 2조5천억 손실에 집착하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 물음에 대해 지율은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실패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렇듯 생명과 환경 문제가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문제로 변질되어 가는 것은 대체로 언론사의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터널(사갱) 공사장 입구 모습.
ⓒ 윤성효
"더 이상 천성산 문제로 편견과 오해의 대립각 없기를"

지율은 그동안 <조선>이 천성산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서 느낀 소회도 밝혔다.

"천성산 습지를 살리자는 기사를 시작으로 100여회 이상의 기사를 다루어준 중앙지이며 도롱뇽 소송을 시작 할 당시에는 도롱뇽 소송과 동물의 권리 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이규태의 코너에 글을 올려준 우리나라 최대의 영향력을 가지는 중앙지"라는 것.

지율은 "지난 100일 단식 중에는 상도동 어머님 집으로 찾아가 '내 딸 지율스님 살려 주세요'하는 표제의 인터뷰 기사와 영화배우 고두심의 '지율스님 살아서 싸우십시오'하는 편지 글을 실은 조선일보의 기사를 기억한다"며 "30년 <조선일보> 독자의 한 사람으로, 41만 '도롱뇽 친구들'의 대변인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순하는 신앙인의 이름으로 이 글을 띄운다"고 밝혔다.

공개질의서에서는 "<조선>이 그동안 수차례 기사화하였던 '2조5천억원의 경제손실'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 '환경관련 큰 문제없어' '2002년 6월 착공' '허송세월 1년' 등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며 "이로 인해 더 이상 천성산 문제로 편견과 오해의 대립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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