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1997년 11월 유치면 송정리 면소재지 전경 KBS TV 문학관 <나는 집으로 간다> 촬영중 헬기에서 촬영
ⓒ 마동욱
1996년부터 시작된 장흥댐 공사는 2006년 6월 18일 공사 시작 10년만에 완공을 하였다. 전남의 서남부지역인 목포시를 비롯한 9개 시군의 식수와 공업,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장마철 홍수 피해를 막고 전기를 생산하는 다목적 댐으로 건설되었다.

장흥댐 건설은 장흥군 유치면 19개 마을과 부산면 지천리 1개 마을 그리고 강진군 옴천의 1개 마을 일부를 댐으로 수장을 시키면서 697가구 2200여명의 수몰민을 만들어 냈다.

지난 2001년부터 본 댐 공사로 물이 차오르면서 수몰민들은 평생 살았던 고향을 두고 전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으며, 차마 고향을 멀리 벗어날 수 없었던 197가구 600여명의 수몰민은 장흥읍으로 이주를 하였다.

▲ 2004년 11월 유치면 대리마을 마을 주민들은 이미 이주를 하였다.
ⓒ 마동욱
장흥읍으로 이주를 한 유치 수몰민들은 물 속에 잠긴 고향을 생각하면서 유치향우회를 조직하였으며, 1대회장으로 유치면 돈지마을에 살았던 이병섭(72)옹을 회장으로 대리마을에서 태어난 임병석(47)씨를 총무로 선출하여 물 속에 두고온 고향을 그리면서 1년에 4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이병섭(72)회장은 “참말로 나이는 자꾸만 먹고, 고향에 있을 때는 그래도 농사라도 지은답시고 농삿일에 시간간 줄을 몰랐는디, 인자 농사도 안지어븐께, 하루가 어찌나 긴지, 그저 망막하당께요, 어쩌다 가끔씩 유치에서 이사를 온 향우들을 보믄 그라고 반가운디, 모두가 다 나하고 똑같당께요, 그래도 나는 괜찬해라, 손주들이라도 있는께, 손주들 보는 재미라도 있지라, 유치에서 이사온 사람들 소원이 있는디, 죽기 전에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해라, 댐 짓는다고 다 쫓아 불었쓴께, 그라고 일년에 9개시군에서 받은 물부담금인가 그런 것 같고, 장흥읍에 유치사람들 위해 회관이라도 하나 지어주었으면 좋것써라”고 했다.

장흥댐 건설 반대운동에 앞장을 섰던 임병석씨는 “댐 건설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전남의 9개 시군을 위해 우리 유치면에게 너무 큰 한을 심어주었습니다. 고향 떠나 온 지 불과 4-5년인데 벌써 많은 어른신들이 갑자기 돌아 가셨습니다. 살아서는 고향 언저리조차 갈 수 없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고향을 바라보는 댐 주변 선산이나 공원묘지로 갈수 있습니다.” 장흥읍으로 이주를 하였던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60대 어른들까지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고향을 잃어버린 아픔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인지 모른다고 했다.

▲ 2004년 11월 유치면 금사리 마을 앞 이미 지도에서 조차 사라진 마을이다.
ⓒ 마동욱
댐 건설을 하면서 정부에서는 70-80대 노인들의 문제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 수몰민을 쫒아내는 데 급급했다. 댐 건설을 반대했던 사람들 일부에서는 장흥군 관계자나 한국수자원공사측에 언젠가 되돌아올 노인들과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유치 인근에 실버타운을 건립하여 노인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2004년 4월 유치면 대리 3구 마을앞에서 본댐 공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 마동욱
임씨는 이제라도 고향을 강제로 쫓겨나 장흥 인근에 살고 있는 수몰민이나 전국으로 떠났던 수몰민이 고향에 찾아와 단 하루만이라도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흥읍에 매주 토요일이면 열리는 장흥 토요시장이나 곳곳에서 펼쳐지는 행사장에서 유치에서 쫓겨난 수몰민들이 쪼그려 앉아 있는 걸 보면 젊은 사람으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노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이벤트행사장에 유치 수몰민들이 몰려다니면서 그나마 고향 떠나면서 받은 보상금을 모두 써버립니다. 아마 갈 곳도 없고 의지할 때도 없으니 당연할 것입니다. 유치에 댐을 건설하면서 수자원공사에서 댐 주변 사업 지원비로 260억원이라는 많은 예산을 장흥군에 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유치 수몰민들을 위한 시설을 만든다거나 수몰민에게는 그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제라도 수몰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유치수몰민 회관이라도 하나 건립하여 수몰민들의 애환을 달래 주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 2004년 4월 유치면 대리 댐 공사로 탐진강엔 황토물이 흐르고 있었다.
ⓒ 마동욱
금년 여름 경기도와 강원도 지방의 집중호우로 댐건설 문제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여름철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댐건설 백지화가 되었던 영월댐과 댐 건설이 보류되고 있었던 한탄강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동안 설득력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댐 건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댐 건설이 가져오는 피해는 댐이 건설되고 난후 댐 주변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직접 접해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댐 건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였다. 전국으로 흩어진 2200명의 유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댐 주변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망향비를 세워나갔다.

그들이 고향 언저리로 돌아와 세운 망향비에는 그들의 한맺힌 절규가 애절하게 적혀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그들의 고귀한 희생에 단 한번이라도 감사하고 있는가, 전남의 9개 시군의 서남부권은 유치 수몰민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 2006년 8월 유치면 늑룡마을 뒷산에서 사진의 좌측이 유치면 송정리 면소재지가 있었다.
ⓒ 마동욱

▲ 2006년 8월 가장 최근에 세워진 망향비. 유치면 수몰 지역에 망향비가 세워지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 조용히 어느 날 갑자기 세워졌다.
ⓒ 마동욱

▲ 2006년 8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한맺힌 글을 망향비에 새겼다.
ⓒ 마동욱

▲ 2006년 8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후손들에게 고향에 살았던 사람들 이름이라도 기억하라고 이름을 새겨 놓았다.
ⓒ 마동욱


유치 수몰민의 소원입니다
수몰민들에게 회관하나 지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유치면 송정리 마을 장흥 댐 수몰지역에 살다가 장흥읍으로 이사를 하여 자식들과 함께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조운(68)옹께서 장흥영암 지역구 국회의원 유선호 의원을 만나 읽어준 편지글입니다. 사투리가 많은 관계로 약간의 수정을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국회의원님께서는 국정에 바쁘심에도 소수민까지 챙겨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간단하니 우리 실정 몇 마디 적어보았습니다.

고향을 빼앗기고 남의 동네 끼어 사는 처지에 말 한마디며 걸음을 걸어도 손님처럼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며 고향에서 수십 년을 리장으로 마을 살림을 도맡아 보던 경험 있는지라 눈에 뻔해서 한마디 했더니, 옳은 말이지만 객지에서 온 놈한테 무시당한다고 마빡(머리)에 아까정기(빨간 소독약)가 터지고, 여기저기서도 하소연을 들을 때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어쩌다 강변 둑을 지나다 보면 우두커니 쪼그리고 앉아 먼 산을 보고 있는 사람은 다 유치에서 나오신 분들입니다.

그걸 볼 때마다 참으로 가슴 아팠지만 운명이려니 하면서 어떻게 해서 회관이라도 지어서 우리끼리 모여 앉아 옛이야기하며 살았으면 하면서 어떤 방식이 없을까 하다가 제가 우리 집 뒤에 땅이 100여 평 남짓 있기에 한쪽 귀퉁이라도 지었으면 하고 회원님들께 제가 대지를 희사하겠노라고 말씀드리고 나서 그래도 자식들한테 말을 해야 하겠기에 말했더니 아버지께선 돈이 문제가 아니라 불우한 처지를 못 보시는 마음 잘 알고 있지만 만약에 아버지께서 안 계시면 우리가 이 고장을 뜬다고 생각하여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더군요. 그렇구나 돈 문제보다 자식들한테 장애물을 물려주어선 안 되겠구나 하고 이모저모 걱정만 했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어보니 아무 상관도 없는 각 면단위까지 혜택을 주면서 우리는 무어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유 의원님을 뵙게 되어 하소연을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수자원공사와 우리 군수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의원께서 우리 군수님께 말씀 좀 잘 드려 이 외로움을 좀 도와 주십시오. / 김조운

덧붙이는 글 | 마동욱 기자는 지난 1991년부터 장흥댐(탐진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놓인 유치수몰지역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으며, 장흥영암 국회의원인 유선호 의원 장흥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향인 장흥군 마을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