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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6일 밤 11시 50분]

"우울한 분위기 반전시키고자..." 해명


▲ 진주고 측이 교장 명의로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판 사과문.

태풍 에위니아로 참변을 당한 학생의 장례식날 교사들이 직원체육행사를 열어 학생들과 누리꾼들로부터 빈축을 샀던 경남 진주고등학교가 17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진주고는 학교장 명의로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정말로 영민군의 영전 앞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사과했다.

진주고는 당일 오후 체육행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켜 학교의 평상생활을 찾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날 상황에 적절하지 못하게 일부 교사들이 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진주고는 거듭 반성의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모든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한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진주고등학교 홈페이지는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1신 : 16일 오전 11시 50분]

학교 홈페이지에 비난 글 쇄도


▲ 진주고 홈페이지에 한 학생이 고 정영민군의 장례식날 직원체육 행사를 연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 윤성효
태풍(에위니아)이 닥치는 날 남강에 추락한 시내버스에 탔다가 변을 당한 고등학생의 장례식날 해당 고교 교직원들이 '직원체육' 행사를 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 진주고(교장 박기복)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 정영민(16)군은 지난 10일 오전 사고가 난 시내버스에 탔다가 실종되었다. 고 정군의 시신은 하루만인 11일 오전 발견되었으며, 장례식은 12일 거행됐다. 고 정군의 운구 행렬은 이날 오전 진주고에 들른 뒤 2학년 친구들의 눈물 속에 화장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진주고 교사와 직원들은 학교 강당에서 '직원체육' 행사를 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직원체육' 행사는 이날 오후 7~8교시 자율학습 시간에 열렸으며, 이를 본 한 학생이 진주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3학년'이라고 밝힌 학생은 이날 밤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선생님들 깊은 마음으로 반성했으면 합니다"고 지적했다. 글에서는 "도대체 선생님들은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아마 이 내용이 신문사 기자에게 가면 정말 전국민에게 욕 들어 먹을 이야기입니다, 정말 한심하고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생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겨 있는데 선생님들이 7, 8교시에 학생들을 자율학습 시키고 강당에 모여서 직원체육을 하는 건 도대체 무슨 개념을 가지고 한 겁니까? 정말 한심하고 선생님들께 실망감이 넘쳐납니다, 정영민군 장례가 얼마 지났다고 그새 직원 체육으로 강당에서 웃으며 놀고 있습니까? 매점에 잠시 들르니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더군요, 정말 실망이고, 정영민 학생에게 정말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또 '2학년'이라고 밝힌 학생은 "교장 선생님은 이글 보시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아침에 정영민군은 마지막 등교를 마쳤는데 오후에 선생님들은 강당에 모여 직원체육을 했습니다, 우리 반은 절망 안타까움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영민이가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가길 기도했습니다, … 어서 사건이 커지기 전에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은 정중히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글을 올렸으면 합니다, 꼭 그렇게 그날 직원체육을 했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아침에 정영민군 부모가 절규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런 글들이 오르자 여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학교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나가는 이'이라고 한 사람은 "이 학생의 글이 사실이라면 정말 분개할 일이네요, 자신들도 자식이 있을 터인데 여느 때처럼 할 수가 있는지, 그런 사람들에게 내 자식을 맡겨도 될지 회의가 드네요, 윗글이 사실이라면 정말 가장 기본적인 인간성 자체가 의심되는 사람들입니다, 누굴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개념이 없다"거나 "선생님들 정말 이래선 안 됩니다, 사람된 도리로 어떻게 직원체육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글이 오르자 홈페이지 관리자는 "이런 점은 삼갑시다"는 제목의 글에서 "학생의 의견을 게시판을 통하여 제시하는 점은 좋습니다만 학생과 동일한 IP로 댓글과 답글이 올려져 있군요"라면서 "작성자 이름을 바꾸어가면서 자신의 글에 댓글을 올리는 것은 삼가야겠죠, 그런 점에서 학생의 글은 조만간 삭제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태풍이 오는 날 휴교를 했더라면 학생이 희생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자식 같은 학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날, 아무리 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직원체육' 행사를 연 것은 지나치고, 그날만이라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지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기복 교장은 "인문계 고교는 매주 수요일 교사들의 건강 등을 위해 '직원체육'을 여는데, 그날 직원체육에는 모두 참여하지 않고 일부만 동호회 차원에서 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태풍이 오던 날 전라도로 간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휴교까지 할 사항은 아니었으며 교사들은 하루라도 더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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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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