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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점잔빼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내심 받고싶어 안달하는 황금빛 오스카상의 주인공이 가려질 시간(시상식은 5일(일) 저녁, 한국시간 6일(월) 오전)이 된 것이다. 호화롭게 치장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 해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연예계 행사가 됐고 다른 어떤 상에도 감히 도전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존 스튜어트가 올해 시상식의 사회를 보게 된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뛰어난 코미디언인데다 무엇보다 거리낌없이 부시를 조롱할 우피 골드버그 같은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부문 후보작들은 그리 미덥지가 않다. 후보작 가운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예는 여전히 드물고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지금부터 각 부문 수상작을 함께 예상해보자.

▲ 카우보이의 사랑을 그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작품상] 급부상한 크래쉬, 외면할 수 없는 브로크백

<크래쉬> <굿 나이트 앤 굿 럭> <뮌헨> <브로크백 마운틴> <카포트>

<뮌헨>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카포트>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영화고 <굿 나이트 앤 굿 럭>은 활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본다면 <크래쉬>와 <브로크백 마운틴>이 경합하는 양상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2005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크래쉬>는 의외의 후보였지만 최근 몇 주 사이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뛰어난 영화인데다 정치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가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작품이다.

- 예상 수상 작품: <브로크백 마운틴>
- 필자 선호 작품: <크래쉬>


[남우주연상] 레저와 호프만의 경합

히스 레저(<브로크백 마운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카포트>), 테렌스 하워드(<허슬 & 플로우>), 조아퀸 피닉스(<앙코르>), 데이비드 스트라테른(<굿 나이트 앤 굿 럭>)

레저와 호프만이 유력한 후보다. 고약한 카사노바를 해치우는 새로운 배역을 맡은 레저는 유감없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까다로운 비평가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호프만은 트루만 카포트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 영화의 집중력을 유지시켜 주었다.

- 예상 수상 후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카포트>)
- 필자 선호 후보: 히스 레저(<브로크백 마운틴>)


[여우주연상] 인상적인 위더스푼과 섬세한 나이틀리

주디 덴치(<미세스 헨더슨 프리젠츠>), 펠리시티 허프먼(<트랜스아메리카>), 키러 나이틀리, <오만과 편견>, 샤를리즈 테론(<노스 컨트리>), 리즈 위더스푼(<앙코르>)

별로 뛰어나지 못한 선구안을 감추기 위해 아카데미 위원회가 전혀 뜻밖의 결과를 내놓을 때도 있어 샤를리즈 테론의 수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허프먼은 <트랜스 아메리카>에서 뛰어난 연기로 배역을 살려냈지만 영화 자체의 수준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그가 수상해도 큰 이견은 없겠지만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

위더스푼의 연기력에 대해 전에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위더스푼은 <앙코르>에서 아카데미 위원회가 상을 주고 싶을 만한 유혹을 느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오만과 편견>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은 깊이있고 섬세한 연기력을 뽐낸 나이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예상 수상 후보: 리즈 위더스푼(<앙코르>)
-필자 선호 후보: 키러 나이틀리(<오만과 편견>)


▲ 영화 <앙코르>의 리즈 위더스푼(왼쪽)과 <오만과 편견>의 키라 나이틀리.
[남우조연상] 지난해 <사이드웨이> 외면한 실수 만회하려나

조지 클루니(<시리아나>), 맷 딜런(<크래쉬>), 폴 지아마티(<신데렐라 맨>), 제이크 질렌홀(<브로크백 마운틴>), 윌리엄 허트(<폭력의 역사>)

흥미로운 후보군이다. 맷 딜런은 <크래쉬>에서 비열한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관객들의 교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질렌홀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났음을 보여주었으며 <폭력의 역사>에 출연한 허트는 10분에 걸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클루니가 감독한 <굿 나이트 앤 굿 럭>이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지 못한다면 아카데미 위원회가 클루니에게 남우조연상으로 보상을 해 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지아마티가 수상한다면 아카데미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이다. 지아마티는 지난 해 <사이드웨이>에 출연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는데도 아카데미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예상 수상 후보: 조지 클루니(<굿 나이트 앤 굿 럭>)
- 필자 선호 후보: 폴 지아마티(<신데렐라 맨>)


[여우조연상] 맥도먼드의 후보 지명은 상욕 장면 때문?

에이미 아담스(<준버그>), 캐서린 키너(<카포트>), 프랜시스 맥도먼드(<노스 컨트리>), 레이첼 웨이즈(<콘스탄트 가드너>), 미셸 윌리엄즈(<'브로크백 마운틴'>)

키너가 후보로 지명된 게 뜻밖이다. 그는 분명 뛰어난 배우지만 <카포트>에서는 두드러진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맥도먼드가 오른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자동응답기에 대고 상스러운 욕을 해댔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준 버그>의 아담스는 늘 삐걱거리는 이방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준 버그> 만큼이나 별로 애정이 가는 영화는 아니지만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웨이즈가 보여준 연기는 높이 사줄 만하다.

- 예상 수상 후보: 레이첼 웨이즈(<콘스탄트 가드너>)
- 필자 선호 후보: 레이첼 웨이즈(<콘스탄트 가드너>)


[감독상] 올해는 앙리의 해, 경쟁자가 없다

앙리(<브로크백 마운틴>), 베넷 밀러(<카포트>), 폴 해기스(<크래쉬>), 조지 클루니(<굿 나이트 앤 굿 럭>), 스티븐 스필버그(<뮌헨>)

앙리 감독의 해다. 동성애자 카우보이들이 펼치는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가슴 아픈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올해의 주요 성취로 꼽힌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부문이다.

- 예상 수상 후보: 앙리(<브로크백 마운틴>)
- 필자 선호 후보: 앙리(<브로크백 마운틴>)


[외국어 영화상] 팔레스타인 자살폭파범이 애 좀 먹이겠군

<돈 텔(이탈리아)> <메리 크리스마스(프랑스)> <천국을 향하여(팔레스타인)>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독일)> <톳치(남아프리카공화국)>

팔레스타인 자살폭파범들이 처한 극단적이고도 절박한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그려낸 <천국을 향하여>는 심사위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런 요소를 갖춘 영화가 늘 필요하다. 이 부문에서 <천국을 향하여>가 수상하면 분통을 터뜨릴 국수주의자들도 있는데 그런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구원이라는 주제를 잘 담아내고 있는 <톳치>는 <천국을 향하여>에 비해 긍정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예상 수상 작품: <톳치>
- 필자 선호 작품: <천국을 향하여>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촬영현장에서의 앙리 감독(오른쪽).
[각색상]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상도 각색상도

래리 맥머피·다이애나 오사나(<브로크백 마운틴>), 댄 퍼터먼(<카포트>), 제프리 케인(<콘스탄트 가드너>), 조쉬 올슨(<폭력의 역사>), 토니 쿠쉬너·에릭 로스(<뮌헨>)

감독상과 마찬가지 형세다. 맥머피와 오사나가 각색한 <브로크백 마운틴>이 확실한 후보다.

- 예상 수상 작품: <브로크백 마운틴>
- 필자 선호 작품: <브로크백 마운틴>

[각본상] <오징어와 고래>가 안타깝지만 <크래쉬> 수상한다면

폴 해기스·보비 모레스코(<크래쉬>), 조지 클루니·그랜트 헤슬로프(<굿 나이트 앤 굿 럭>), 우디 앨런(<매치 포인트>), 노아 바움백(<오징어와 고래>), 스티븐 개건(<시리아나>)

노아 바움백은 <오징어와 고래>를 위해 정말 멋진 각본을 썼다. <오징어와 고래>가 더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크래쉬>다. <크래쉬>가 수상한다면 인종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일깨운 보상이리라.

- 예상 수상 작품: 폴 해기스·보비 모레스코(<크래쉬>)
- 필자 선호 작품: 노아 바움백(<오징어와 고래>)


[미술감독상]

<굿 나이트 앤 굿 럭>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킹콩> <게이샤의 추억> <오만과 편견>

- 예상 수상 작품: <굿 나이트 앤 굿 럭>
- 필자 선호 작품: <오만과 편견>


[촬영상]

<배트맨 비긴즈> <브로크백 마운틴> <굿 나이트 앤 굿 럭> <게이샤의 추억> <뉴 월드>

- 예상 수상 작품: <굿 나이트 앤 굿 럭>
- 필자 선호 작품: <뉴 월드>


▲ 영화 <킹콩>(왼쪽)과 <우주전쟁>의 한 장면.
[녹음상]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킹콩> <게이샤의 추억> <앙코르> <우주전쟁>

- 예상 수상 작품: <킹콩>
- 필자 선호 작품: <우주전쟁>


[음향편집상]

<킹콩> <게이샤의 추억> <우주전쟁>

- 예상 수상 작품: <킹콩>
- 필자 선호 작품: <우주전쟁>


[음악상]

구스타보 산타올랄라(<브로크백 마운틴>),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콘스탄트 가드너>), 존 윌리엄스(<게이샤의 추억>), 존 윌리엄스(<뮌헨>), 다리오 마리아넬리(<오만과 편견>)

- 예상 수상 후보: 존 윌리엄스(<게이샤의 추억>)
-필자 선호 후보: 구스타보 산타올랄라(<브로크백 마운틴>)


[주제가상] 알카에다 비밀공작원이라 해도 상을 받을 돌리 파튼

'심연에서(<크래쉬>, 작사 : 캐슬린 버드 요크, 작곡 : 캐슬린 버드 요크·마이클 베커), '뚜쟁이가 버티기는 힘든 곳이에요(<허슬 & 플로우>, 작사·작곡 : 조나단 휴스턴·세드릭 콜먼·폴 보리가드), '횡단여행(<트랜스 아메리카>, 작사·작곡 : 돌리 파튼)

조나단 휴스턴이 만든 주제가도 후보로 지명되었다. 이 노래가 수상한다면 당장 화제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하는 친구들도 있다. 캐슬린과 마이클이 작사·작곡한 <크래쉬>의 주제가도 훌륭하다.

그러나 <트랜스 아메리카가> 강력한 후보다. 설사 돌리 파튼이 지난 10년간 알카에다의 비밀 공작원으로 암약한 사실이 내일 밝혀진다고 해도 심사위원들은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 상을 줄 것이다. 돌리 파튼이니까.

- 예상 수상 작품: 돌리 파튼(<트랜스 아메리카>)
- 필자 선호 작품: 캐슬린 버트 요크·마이클 베커<크래쉬>


▲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한 장면.
[의상상]

<찰리와 초콜릿 공장> <게이샤의 추억> <미세스 헨더슨 프리젠츠> <오만과 편견> <앙코르>

- 예상 수상 작품: <앙코르>
- 필자 선호 작품: <게이샤의 추억>


[다큐멘터리상]

<다윈의 악몽> <엔론: 세상에서 제일 잘난 녀석들> <펭귄: 위대한 모험> <머더볼> <스트리트 파이트>

- 예상 수상 작품: <펭귄: 위대한 모험>
- 필자 선호 작품: <머더볼>


[편집상]

<신데렐라 맨> <콘스탄트 가드너> <크래쉬> <뮌헨> <앙코르>

- 예상 수상 작품: <앙코르>
- 필자 선호 작품: <크래쉬>


[분장상]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신데렐라 맨>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 예상 수상 작품: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 필자 선호 작품: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시각효과상] 스타워즈의 누락은 이변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킹콩> <우주전쟁>

올해 아카데미상 이변 가운데 하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 예상 수상 작품: <우주전쟁>
- 필자 선호 작품: <우주전쟁>


(*번역:이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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