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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맛은 들에있다
ⓒ 맛객
봄!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렇게 진부한 표현 말고 좀 더 산뜻한 거 없을까? 아~ 봄의 미각, 나물이 나를 부르는 봄이 오고 있다. 어디쯤 왔을까? 뒷동산에 올라 확인해 볼까? 논둑을 거닐어 볼까? 참! 나 도시에 살지. 할 수 없다. 시장으로 가는 수밖에… 아~도시인의 비애여~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서울 경동시장, 그곳으로 봄 마중을 갔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봄을 느껴 보는 수밖에 없다. 기자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저것은… 아 보리다. 보리 순이 버금다리 나물과 섞여져 있다. 갑자기 보리된장국이 당긴다.

▲ 봄에는 쑥국과 함께 보릿국이 맛있다
ⓒ 맛객
보리 순과 멸치 넣고 끓인 된장국, 그 참맛을 아는가? 식은 밥 한 그릇 말면 결정적 맛을 자랑하는 보리 된장국, 끓이고 남은 것은 새콤 달콤 무쳐 양푼에 밥을 비비면 꿀맛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 저건 사주자. 가서 맛있고 구수하고 시원한 보리된장국 끓여 봄을 느껴 보리라~ 여기저기서 봄을 알리는 냉이 달래 원추리가 자꾸만 유혹한다. 아… 먹고 싶고 느끼고 싶은 봄나물이여~ 하지만 냉이는 구입하지 않았다.

이 곳의 냉이가 싫은 이유는 재배된 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위한 배려라지만 깨끗하게 씻겨져 있는 냉이가 왠지 탐탁치 않다. 향을 머금고 있는 냉이뿌리를 저리 발가벗겨 놓았으니 향이 제대로 있겠는가.

나물을 애써 외면하면서 시장을 둘러봤다. 한 가지를 먹더라도 제철에 나는 것을 먹고 싶다. 미역을 비롯한 해초류도 이 시기에 나는 맛이다. 도시에서는 곰피라고 불리는 쇠 미역을 한 묶음에 1000원 줬다. 물에 씻어 생 미역쌈을 먹으리라.

▲ 쇠미역에 작년에 따서 보관해 오던 두릅과 함께 쌈을 하니 바다와 산의 향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 맛객
데쳐서도 먹지만 바다 향을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생 쌈이 최고다. 달작 시큼한 초장보다 막 된장에 먹는 쌈 맛은 소문내지 않고 혼자만 알고 싶을 정도다.

밭과 바다를 느꼈으니 이번엔 산으로 가볼까? '마'가 많이 나왔다. 흔히 갈아서 먹지만 나는 소금구이를 해야겠다. 사찰음식 마 구이는 5~7mm 두께로 썰어서 참기름 두르고 소금 살짝 뿌려 구워내면 밥반찬으로 술안주로 그만 아닌가? 5000원을 드렸더니 마 1kg에 덤으로 하나 더 얹어준다. 그렇지, 요게 바로 재래시장 보는 재미지 암!

▲ 달래
ⓒ 맛객
길다랗게 파란 줄기가 자란 달래 옆에는 줄기보다 뿌리가 더 많은 달래가 눈에 띈다. 자연적으로 자랐구나. 오케~ 사가자! 맛있는 놈이라 일반 달래보다 1000원 더 비싸네~ 한 바구니에 3000원. 요즘은 뭐든 철모르고 나온다지만 막상 취나물을 만나니 반갑다기보다 끔찍하단 생각이 든다.

이젠 사시사철 언제든 사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구나… 그래도 지금은 나처럼 이건 아니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앞으로는 철모르고 나오는 농수산물이 당연시 되는 세상이 되겠구나 생각된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사회, 우린 그 방향으로 자꾸만… 자꾸만… 가는 것 같아, 저기 보이는 씀바귀보다 씁쓸하기만 하다.

가는 겨울이 아쉬웠을까? 홍어 꼬막과 함께 남도 겨울바다의 3대 진미, 매생이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제 지나면 1년 후에나 다시 맛볼 수밖에 없는 매생이다. 6000원 주고 샀다. 더불어 굴도 2000원 줬다. 함께 끓이면 맛 본 사람만 그 맛을 아는 매생이국이 된다.

▲ 버들강아지가 봄을 알리고 있다
ⓒ 맛객
겨울에는 맛이 바다에 있다면 초봄 맛은 밭과 들에 있다. 이번 주말에는 바람도 쐴 겸 들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나물 뜯어 입맛도 되살리면 1석2조, 1석3조가 아닌가? 오감으로 느끼는 봄 그중에 단연 미각이 첫째고, 그 미각은 나물에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고향신문 www.sigoli.com에도 실렸습니다.

김용철 기자는 닉네임 '맛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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