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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오-아-시-스!!"

10년 넘도록 목마르게 기다렸던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를 연호하는 관객들. 지난 21일 밤 9시, 서울 올림픽홀 안에 조명이 꺼지자 목마름은 절정에 이른다.

▲ 첫 내한 공연 무대에 오른 오아시스 공연 모습.
ⓒ 소니비엠지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자 스탠딩석이야 당연지사고 지정석에 앉은 관객 절반도 일어서서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눈과 귀를 떼지 못하며 깊은 감상에 젖어든다.

공연장이 터질 듯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오아시스는 새 앨범에 수록된 '턴 업 더 선(Turn Up The Sun)'으로 포문을 열고, '원더월(Wonderwall)' 등 대표적인 히트곡들을 포함, 모두 15곡을 연주했다.

▲ 공연 중 잠시 객석을 응시하는 오아시스의 보컬 리엄 갤러거.
ⓒ 소니비엠지
흥겨운 곡 '로큰롤 스타(Rock'n roll Star)'로 공연장을 온통 흔들어 놓고 무대를 떠난 후 함성 지르며 자리를 뜨지 않는 관객에게 돌아온 앙코르 무대에서는 4곡을 쉴새 없이 이어가며 공연장을 흠뻑 적셔 놓았다.

이들의 초대형 히트곡 중 하나인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부를 때는 전 관객이 합창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곡은 오아시스가 싱글로도 발매한 바 있는 전설적인 영국 록 그룹 '더 후(The Who)'의 '마이 제네레이션(My Generation)'으로 첫 한국 나들이를 마무리지었다.

앙코르를 포함, 모두 19곡이 세트리스트(공연 목록)에 올랐으며, 6집 '돈 빌리브 더 트루스(Don't Believe the Truth)'의 수록곡과 오아시스를 대표하는 두 앨범 '데피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 '(왓츠 더 스토리) 모닝 글로리?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공연은 진행됐다. 한편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가 빠진 것에 아쉬움을 표할 팬들은 꽤 있을 법하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는 정말 드물게도 평일 록 공연의 6천 장에 가까운 티켓이 공연 3주 전에 전석 매진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오아시스'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이들을 기다렸던 음악팬들은 바짝 마른 땅에 소나기가 내리길 그토록 갈망했던 것.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오아시스 정도의 초일류 스타의 록 공연이 많지 않았고 게다가 라디오헤드, 콜드 플레이 등 세계적인 영국 록 밴드들 중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을 생각해 보면 온갖 갈증이 단번에 해소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는 목마름을 싹 가셔 버리기에는 아쉽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남아 있었다.

▲ 오아시스의 드러머 잭 스타키. '비틀즈'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 소니비엠지
이날 공연을 취재한 모 언론사 기자는 "그들의 열렬한 팬이 아닌 이에게는 실망스러운 무대였다"고 평가하며 중요한 이유로 "별다른 말도 없이 노래만 죽 부르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것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자기들 평소에 하던 대로 보여 준 것일 뿐이며, 게다가 구차한 '아이 러브 유' 같은 멘트를 날려주느니 자기 평소 스타일대로 보여주고, 음악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으니 말이다.

▲ 연주 중인 노엘 갤러거. 오아시스의 기타, 보컬을 맡고 있으며 오아시스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거친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 소니비엠지
이런 것들보다는 오히려 다른 것들에 불평한다면 온당해 보인다. 우선, 음악 공연인 만큼 무엇보다 음향은 가장 중요한 장치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이번 오아시스의 공연은 객석 중앙에서조차도 품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향 장비를 너무 아낀 것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공연 시작에 앞서 주관사측의 관객 입장 유도는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어디로 어떻게 입장해야 할지 제대로 된 안내 유도 장치도 없었으니 관객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내가 입장할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 공연장 입구에서는 고함으로 입장객을 유도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세 번째, 하나 더 꼽자면, 8시에 시작된 오프닝 밴드 '뷰렛'의 공연은 뭉개지는 음향에다가 밴드 멤버들이 큰 공연에 서게 돼 긴장한 탓인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고 본 공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몸 풀기보다는 오히려 지루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이에 더해 장비 변경을 위해 30여 분간의 휴지기가 이어지며, 공연의 맥은 한풀 꺾이기도 했다. 공연 전에 이런 일정을 공지 받지 못했던 관객들에겐 난처한 순간이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오아시스의 공연은 록 음악팬들에게는 온몸을 적셔주는 특급 이벤트였던 것은 분명하다. 무대 위에서 무뚝뚝함으로 일관했던 오아시스 멤버들 역시 공연 후 매우 만족스러웠고, 관객들의 열기가 다른 나라 공연에 비해 대단했다는 소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오아시스

1993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노엘과 리엄 갤러거 두 형제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록 밴드. 롤링 스톤즈의 불량함, 거만함 등 오아시스를 특징짓는 행동거지에 비틀즈처럼 쉽게 친숙해지는 팝 스타일의 록 음악이 결합됐다.

결성 1년 후 발표한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이어진 두 번째 앨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역시 대성공을 거두며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 세계시장에 자리 잡았다.

최근 새 앨범 '돈 빌리브 더 트루스(Don't Believe the Truth)'를 발표한 오아시스는 오는 3월 말까지 이어지는 전 세계 투어를 마치고 휴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아시스에 이어, 음악 장르는 다를지라도 제임스 브라운, 존 스코필드와 같은 전설적인 거장들의 공연도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록 팬들에게는 4월 콘(Korn)의 내한 공연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니겠는가.

침체기를 맞은 한국 음악 시장에 오아시스와 같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음악 시장에 힘을 보탤 수 있고 다양한 라이브 공연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오아시스의 이번 공연이 흥을 일으키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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