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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방송가에서도 유난히 화제와 논란의 대상에 올랐던 드라마들이 많았다. 케이블 등 다채널과 뉴 미디어의 득세로 지상파 방송사가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과 웃음에 빠뜨렸던 한국 드라마의 세계. 올 한해 지상파 방송 3사 화제의 드라마들의 면면과 방송사별 특성을 다시 돌아본다...<글쓴이 주>

상반기- 영웅시대에 울고, 삼순이로 웃었다

▲ 신입사원
ⓒ MBC
MBC 드라마는 2005년 한 해 동안, 지옥-천당-다시 지옥을 오가는 급격한 롤러코스터 체험을 톡톡히 치렀다. 연초부터 막대한 제작비와 스타시스템을 투입하며 야심차게 기획했던 <슬픈 연가> <영웅시대> <한강수 타령> 등의 작품들이 잇달아 부진에 허덕이며 처음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대하드라마였던 <영웅시대>를 둘러싼 조기종영 논란은, 마침 드라마의 인기가 한창 회복세로 접어들 때쯤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민감한 실존인물과 정치적 이슈를 다룬 드라마에 대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부추기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동안 부진에 시달리던 MBC 드라마에 처음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트렌디드라마 <신입사원>의 막판 인기몰이였다.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와 재벌 대 평민 구도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류를 이루던 드라마 시장에서 <신입사원>은 일상적인 소재, 평범하고 현실적인 주인공들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샐러리맨의 애환,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가벼운 코믹 터치로 소화해내며 호평을 얻었다.

▲ 내 이름은 김삼순
ⓒ MBC
6월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 쌍두마차의 동반 인기몰이는, MBC에 황홀한 여름을 안겨다주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신세대 여성상을 통해 기존 신데렐라 판타지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내 이름은 김삼순>은 이후의 국내 트렌디드라마에 솔직 당당한 '노처녀' 캐릭터를 하나의 역할 모델로 확립시키는데 성공하며, 일약 시청률 5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품을 위해 체중을 늘리는 투혼을 마다하지 않았던 '삼순이' 김선아를 비롯하여 신인 급이던 현빈, 다니엘 헤니, 정려원 등을 모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혼녀와 과부, 호주제 문제 같은 음지에 가려진 여성들의 사회적 이슈를 드라마 안에 녹여낸 <굳세어라 금순아>도 한혜진이라는 신세대 스타를 발굴해내며 30%가 넘는 시청률로 방영 7개월 간 롱런하는데 성공했다.

하반기-스스로 수렁에 빠져버린 MBC

▲ 굳세어라 금순아
ⓒ MBC
그러나 '쌍순이'의 짧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 가을시즌부터 MBC는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아야했다. 마치 누가 더 성적이 나쁜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가을소나기> <영재의 전성시대> 같은 '삼순이'의 후속작들은 사이좋게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했고, 주말극 <사랑찬가>, 일일극 <맨발의 청춘>, 주간 단막극 <별순검> 같은 작품들은 일찌감치 조기종영의 운명 앞에 울상을 지어야했다.

MBC 프로그램을 둘러싼 잇단 방송사고(음악캠프 성기노출, 상주콘서트 참사,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음모 노출 논란 등)와 황우석 파동 등으로 인하여 시청자 사이에 한때 '안티 MBC'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드라마 시청률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흥행과 상관없이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의 등장은, '마니아 드라마' 열풍을 일으키며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호평 받았다.

▲ 달콤한 스파이
ⓒ MBC
탄탄한 스릴러 구조와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호연으로 주목받았던 월화극 <변호사들>, 주말극=가족드라마의 뻔한 공식을 탈피하며 실험적인 옴니버스 드라마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떨리는 가슴>, 전생과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판타지 멜로드라마 <환생-넥스트>, 한국 정치드라마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제5공화국>,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사극'이라는 신선한 장르로 주목받았던 <별순검>, 단막극의 새로운 도전 <베스트극장>의 부활 같은 시도는 주목할만한 성과였다.

수렁과도 같던 2005년 하반기를 넘어서며 MBC는 서서히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비밀남녀>의 뒤를 이어 월화극 <달콤한 스파이>가 고정팬층을 확보하며 막판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고, 그동안 대작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던 주말극 <신돈>의 시청률도 회복세에 있다.

1월부터 MBC는 잇달아 3편의 야심작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선다. 홍경민과 이영아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1월 2일)를 비롯하여, 엄태웅, 에릭, 한지민 주연의 월화극 <늑대>(1월 16일), 윤은혜와 주지훈, 김정훈이 주연을 맡은 만화 원작의 <궁>(1월 11일) 등이 잇달아 출격하며 올해의 부진을 딛고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MBC가 올 한 해 동안 보여준 각종 방송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시청률과 캐스팅 문제를 핑계로 급조된 제작과 편성이 남발하고, 조기종영과 땜질 편성으로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려는 근시안적인 운영은 지난 2004년의 부진과 함께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교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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