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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몇 번째 떨어진건가.

“세번이다. 92년 14대 총선. 95년 6.27 부산시장선거. 그 다음 이번까지...”

-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었지 않나. 하지만 노무현씨는 결국 편안한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 그 어려운 곳을 낙선을 예상하면서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가 너무 많다. 우선 내가 부산에서 당선되면 지역구도 해소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부산에 올바른 정치구도를 세워보자고 생각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통합으로 말미암아 부산엔 야당이 없었다. 그래서 여야간의 상호 견제를 통한 생산적 정치, 토론이 불가능하게 됐고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가 일방통행하게 됐다. 또 일당지배가 되니까 중앙정부의 정권이 바뀌었을 때 중앙정부와의 통로가 막혔다. 이것을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서울의 386세대는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부산과 경남의 386세대는 얼굴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 젊은이들이 각종 노동, 재야, 시민운동으로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역감정 때문에 이 사람들이 스스로 발붙일 기반이 너무 취약했고 정치적 진출도 꽉 막혀있었다. 그것을 뚫어내는 것이 부산에서의 나의 성공이다.

네 번째는 부산에서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복원하는 것까지 생각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에게 내가 그런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 인간적인 고뇌도 있다.”

- 사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나?

“물론 반대했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위험한 일을 왜 하냐'는 것이다.”

- 낙선후 노무현 개인홈페이지에 여러 의견이 올라왔는데, 그중 하나가 '안타까워할 필요 없다. 노무현은 스스로 선택을 했다. 선택한 이유는 어려운 부산에서 당선되야만 향후 정치적 입지가 커지는, 전략적인 것이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맞다. 아까 내가 설명한 것은 정치인의 도리로서의 생각을 말한 것이고, 나또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어떤 이유로든 더 큰 권력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부산에서의 당선이 대권도전의 전략적 고지로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큰 지도자가 됐을 때 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종로에서 당선돼도 대권도전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지도자가 된다고 하면 지도자로서 나라 정치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경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지역주의 타파 노력을 보여야만 난관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좀 더 강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가 축적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없다면 정권을 잡은 지도자도 불행하다라고 생각했다.”

- 낙선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있는 팬들의 울분들을 좀 봤나?

“거의 다 읽어봤다.”

- 눈물은 안났나?

“혼란스러웠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연 이것이 내가 정치를 해 나가는데 얼마만한 힘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에 괜히 나 때문에 부산사람 욕을 얻어먹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PK, TK, 호남 다 싹쓸이 한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오히려 홈페이지에 쇄도하는 비난 때문에 부산에서 또다른 역풍이 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과연 부산사람을 야단치고 있는 이 네티즌들은 지역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공정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적어도 그 문제가 검증돼야만 지역주의 극복에 희망이 되는 것이지, 그냥 홈페이지에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해서 지역주의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 기억나는 글이 있나? 아들도 글을 올렸던데.

“오히려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왜 그쪽에서 표를 달라고 합니까'라는 글이었다. 왜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 곁에 서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 노 의원 이름으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보면 "여전히 부산사람을 사랑한다"고 했던데. 여전히 부산사람을 사랑하나?

“그것은 내가 직접 썼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번 낙선하는 동안 내가 참모들에게 그런 말을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참모들이 알아서 그렇게 쓴 모양인데 잘못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 사실 부산사람이 밉지 않은가.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밉지않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일 거다. 보다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가져야 될 마음자세와 현재의 마음자세 사이에서는 항상 갈등이 있다.

'부산시민에 대한 야속함과 원망'과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 '갖추고 있어야 될' 마음가짐 사이에서 시시각각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 과정에서 원색적 감정들을 덮어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다.”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서 또 도전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럴 필요도 없고...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에 있기 때문에 내가 부산에서 수난을 겪은 것이다. 그런데 그 임기가 끝나면 내가 부산에서 도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예를 들어 `삼성차 빅딜은 부산경제 죽이기다'는 말, 서울에서 그것을 이치에 닿는 이야기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부산시민들 대부분은 그것을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믿고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내놓았을 때 그것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했다. 그 발판이 나였다. 하지만 다음 총선은 디제이 이후인데, 앞으로 그런 구도가 아니라면 내가 할 일이 크게 있겠나라는 판단이다. 부산 재출마 여부 등은 그때 가서 상황을 봐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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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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