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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7일 <조선닷컴> 톱1으로 내걸렸던 '떨녀' 관련기사. 애초의 제목은 "'떨녀'는 코카콜라의 기획?"이었다.
'떨녀 신드롬'을 키운 건 네티즌이나 어떤 프로모션보다도 언론이었다. 특히 <조선닷컴>이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15일 <도깨비뉴스>를 통해 '떨녀 동영상'이 알려진 뒤 <경향신문> <연합뉴스> <동아일보> 등에서도 떨녀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뒤이어 <조선닷컴>은 지난 26일 '인터넷에 '떨녀' 열풍…도대체 누구시길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2로 배치했고, 다음날인 27일에는 ''떨녀'는 코카콜라의 기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1으로 내걸며 이틀 연속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27일 <조선닷컴>의 기사는 철저히 확인된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오버'였다. 애초 기사의 제목이었던 ''떨녀'는 코카콜라의 기획'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 뒤늦게 이를 감지한 <조선닷컴>은 해당 기사의 제목을 '인터넷 스타 '떨녀'는 기획상품?'에 이어 '인터넷 스타 '떨녀'는 기획의 희생자?'라고 바꾸며 기민하게 대처했다. 제목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도 최소 두세 차례 이상 보태거나 빼는 '성형 수술'을 거쳤다.

''떨녀'는 코카콜라의 기획?'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처음 기사에서 <조선닷컴>은 "네티즌이 발굴한 인터넷 스타로 알려진 '떨녀'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 코카콜라의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홍보 대행사가, 인터넷에 떨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매체를 통해 포털 뉴스에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떨녀 동영상'은 한국 코카콜라의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보대행사인 D사가 직접 주도한 사안이 아니었고, 더욱이 광고주인 코카콜라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런 탓에 <조선닷컴>은 '떨녀 동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렸던 당사자로부터 항의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추가 취재에 나서 기사를 고치고 또 고치는 해프닝을 반복해야만 했다. 급기야 27일 오후 3시47분에 출고된 기사의 최종 수정 일시가 28일을 넘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조선닷컴> 기사 전체가 다 잘못된 건 아니다. 지난 1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2005년 화제의 인터넷 스타, '떨녀'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데일리 서프라이즈> 명의의 '기획PR' 기사(보도자료에 기초해 기업을 홍보해주는 코너) 논란 그 자체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 광고대행사가 개입돼 있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조선닷컴>은 일부 설익은 팩트(사실)를 갖고 무리하게 기사를 쓰다가 반복되는 기사 짜깁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루종일 고친 <조선닷컴>

'떨녀 동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처음 올린 사람은 광고대행사인 바이러스필름 마케팅부장 방호석(32)씨다. 1년 전부터 짬짬이 '대학로 사람들'에 대한 동영상 기록을 해왔던 방씨는 지난 3월 우연히 대학로 거리 공연에 게스트로 나온 이보람(23)씨의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그 동영상을 '대학로 춤꾼 1·2·3'이라는 제목으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고, 이 동영상은 네티즌 사이에서 '떨녀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퍼진 것이다.

동영상이 예상보다 급속하게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며 인기가 치솟자, '연예기획사 프로모션'이라거나 '연예인 지망생의 자가발전'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떨녀 동영상'의 파장만큼이나 루머도 급속도로 퍼지자, 당황한 방씨는 지난 25일 <다음>의 떨녀 팬카페에 동영상을 찍은 사람으로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 방호석 바이러스필름 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팬카페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바이러스필름이라는 광고대행사에 다닌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많은 네티즌이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도 밝혔다. 방씨는 "인터넷 광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갖가지 소스를 찾아다니는 건 기획자의 몫이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떨녀 동영상은 회사에서 진행한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물론 이는 방씨의 주장이다.

27일 저녁 <오마이뉴스>가 동영상의 주인공인 이보람씨를 인터뷰 하는 자리에 방씨도 함께 있었다. "본의 아니게 파장이 커져 이보람씨의 대변인 아닌 대변인 노릇을 하게 됐다"며 그는 동영상에 대한 의혹에 답했다.

방씨는 '떨녀 동영상이 인기를 얻은 뒤 광고에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이보람씨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더이상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떨녀 동영상이 인기를 끈 게 불과 2주일 전쯤부터였고, 비슷한 시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루머가 떠돌아 광고와의 연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27일 <조선닷컴> 기사와 관련해 방씨는 "설령 인터넷 루머나 <조선닷컴> 기사처럼 연예기획사가 '떨녀'를 의도적으로 띄웠다고 가정하더라도, 전혀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고 사실 관계가 다른 걸 기사로 쓴 건 문제"라며 "떨녀가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썼지만, 결국 떨녀에게 피해를 준 건 <조선닷컴>"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정작 '떨녀 동영상'과 관련된 당사자는 나인데도 <조선닷컴>에서는 내게 취재도 안하고 내가 올린 글을 읽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에 올려진 떨녀 관련 '기획PR' 기사에 대해서 방씨는 자신과 코크플레이닷컴(CokePLAY.com)의 광고대행사인 D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인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방씨는 "코크플레이닷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인터넷 스타찾기'에 떨녀가 후보로 올라간 사실을 친구에게 전해듣고서 평소 알던 D사 직원에게 협조를 요청해 네이버에 '기획PR' 기사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씨는 "네이버에 기사가 올라간 18일에도 이미 떨녀 동영상은 100만명 가까이 봤을 정도로 퍼져나갔다"며 "떨녀를 의도적으로 띄울려고 했던 게 아니라 좀더 관심을 모으려고 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티저광고 방식으로 떨녀를 띄우려 했다면, 왜 굳이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회사 서버에 동영상을 걸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방씨가 다니는 회사는 '바이러스(virus) 마케팅' 또는 '바이럴(viral) 마케팅'을 하는 온라인 광고대행사다. '바이럴 마케팅'은 네티즌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제작한 기법을 말한다.

이런 탓에 방씨가 '떨녀 동영상'을 바이럴 마케팅의 좋은 소재로 여겼을 개연성이 높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조선닷컴>에서 의혹을 제기하듯이 부정적인 방법의 마케팅을 했다는 징후로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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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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