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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9시 30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삼성 일반노조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노조가입 노동자 회유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박효원
[기사보강 : 11일 오후 3시]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께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를 협박·회유해 노조를 탈퇴시킨 뒤 퇴직금에 1억원의 금액을 더 지급해 퇴직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9시 30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삼성 일반노조는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확인서와 통장사본을 공개했다. 사건 당사자인 홍두하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측이 사실상 감금한 상태에서 가족을 들먹이며 회유하는 바람에 노조도 탈퇴하고 졸지에 회사까지 사직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삼성그룹 산하 회사들에 노조 결성 및 가입 방해 의혹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 김규태씨에게 제공한 금품지급 확인서 이후 두 번째다.

"노조 가입했던 사람은 더 이상 삼성에 다닐 수 없다"

홍씨를 비롯한 삼성전자 노동자 3인과 삼성 SDI 노동자 4명이 "삼성 내에서 단위 노조를 건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은 지난해 8월 9일. 그리고 딱 한 달이 지난 9월 9일 사측이 홍씨를 불러냈다.

홍씨에 따르면, 이날 그를 면담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시스템사업부 인사그룹 성아무개 차장은 가족 안부를 물은 뒤 홍씨의 휴대폰을 끄게 하고 노조 가입 여부를 추궁했다.

성 차장은 삼성일반노조 활동가들의 예를 들며 "노조활동을 하면 가족을 버려야 하고 허무하게 퇴직금도 없이 해고될 수 있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또한 "노조를 탈퇴하면 불리하지 않게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회유도 했다고 한다.

▲ 11일 오전 9시 30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삼성 일반노조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노조가입 노동자 회유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단 의원이 문제의 확인서를 보여주고 있다.
ⓒ 권박효원
홍씨는 결국 "개인 사정으로 인해 귀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탈퇴함을 통보합니다"는 내용의 탈퇴서에 서명을 했다.

탈퇴서를 쓰자마자 성 차장은 "삼성의 경영 이념에 배치되는 사고로 노조에 가입했던 사람은 더 이상 삼성에 다닐 수 없다"며 퇴직을 강요했다. 이같은 협박과 회유는 5시간 동안 계속됐고 홍씨는 이날 명예퇴직금에 일정액을 추가해 총 2억 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퇴직원을 제출했다. 이는 일반적인 명예퇴직금보다 1억원 가량이 많은 액수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확인서에는 "퇴직원 접수후 TOTAL 2.5억에 대한 지급을 약속함. 단 세금포함 금액"이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고 성 차장의 서명도 있었다. 또한 홍씨의 통장 사본에도 9월 24일과 10월 29일 세 번에 걸쳐서 지급된 퇴직금 내역이 나와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씨는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문을 열다가 목이 메였고 기자회견 도중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는 "노조를 탈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동지에 대한 미안함과 허무하게 굴복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으로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홍두하씨가 삼성전자 측 인사로부터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에는 '홍선임 내일 이력서 가지고 오실 수 이ㅎ는지요 시간은 9시 30분 연락 바랍니다'라고 적혀져 있었다.
ⓒ 권박효원
단병호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무노조 정책' 용납 못해"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전날인 10일 밤 10시께 홍씨와 친분이 있던 사측 인사 이름으로 그에게 "내일 이력서를 가지고 오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력서를 가져오라는 시간은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전 9시 30분. "폭로하든지 회사 다시 다니든지 양자택일하라"는 회유인 셈이다.

단병호 의원은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지만 본 의원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라며 "의정활동 내내 삼성의 노동정책을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단 의원은 "삼성의 무소불위적 행태는 노동부의 무사안일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노동부의 전면적 수사 실시를 요구했다. 노동부는 삼성 SDI의 위치추적 의혹이나 김규태씨 금품지급 의혹에 대해서도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홍씨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이같은 삼성의 노동자 매수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과 노동부에 고소하고 이후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홍두하씨의 노조 탈퇴 회유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삼성전자 인사관련 부서 등은 홍씨 기자회견에 대해 향후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홍씨에 대해 별다른 할 말이 없다”며 언급자체를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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